심상치 않은 청와대-천주교...전주서 정권퇴진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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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불교는 이미 한 청와대 오찬은 아직 일정도 못잡아

 

박근혜 대통령과 천주교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이명박 정부가 불교계와 불편한 관계였던 것처럼 박근혜정부에서 천주교와 갈등 전선이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직접적인 도화선은 22일 열린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전주교구 신부들의 박 대통령 퇴진 촉구 미사다.

이날 시국미사는 신부와 평신도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정 불법선거를 규탄하며 대통령은 사퇴하라'는 현수막을 옆으로 한 채 진행됐다.

송년홍 신부는 "18대 대선이 부정.불법으로 드러났으니 회피하지 말고 책임을 지라는 게 우리의 요구다"며 "잘한 게 있다면 떳떳이 말하고 잘못한 게 있으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와 같은 마음,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좀 더 많이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땅 속에 있는 화산맥이 점점 더 커져 전국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 신부는 정권퇴진을 요구하는 게 종교인 본연의 자세에 맞냐는 비판을 의식한 듯 "정치와 종교의 분리 구실로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촉구 요구를 가려서는 안 된다"며 "민주주의의 꽃인 공정한 선거를 포기한다면 그리스도인으로서 자기모순, 자기배신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전준형 사무국장은 CBS와의 통화에서 "국정원 직원들이 댓글을 단 행위는 명백한 불법선거라며 박 대통령이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라는 시국선언을 했지만 묵묵부답이지 않느냐"며 퇴진촉구 미시를 열게된 배경을 설명했다.

전 국장 말대로 천주교는 전국 16개 교구 가운데 군종교구를 뺀 15개 교구가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고 박 대통령의 책임있는 조치를 촉구하는 시국성명을 발표했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릴레이 시국미사도 이어졌다.

이후 국정원 뿐 아니라 군 사이버사령부 요원들도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고 국가보훈처는 대선을 앞두고 편향적인 이념교육을 광범위하게 실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지난달 말 정홍원 총리와 박 대통령이 잇따라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는대로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책임을 물을 일이 있으면 묻겠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 하면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게 정의구현사제단 신부들의 생각이다.

취임 1년도 안돼서 시민단체도 아니고 3대 종단 가운데 하나인 천주교 일각에서 정권퇴진 요구가 나오자 청와대는 당황스러워하면서도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미사를 두 시간 가량 앞두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감정을 꾹 누르고 "기도는 잘 되기를 바려면서 은총을 기원하는 것 아니냐"면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것은 잘 되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지난 10개월간 참으로 혼신의 노력을 다해서 국민행복을 위해 진력을 다해 왔는데 이런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 도와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호소조로 얘기하기도 했다.

청와대와 천주교 관계의 이상 신호는 지난 10월 중순에 열리기로 했던 교계지도자 초청 오찬이 연기된 데서도 감지된다. 개신교와 불교계는 이미 지난 7월에 했지만 천주교는 한차례 연기된 이후 아직까지 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당시 천주교 지도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면 식사하면서 덕담이나 나누고 올 생각은 아니었다.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와 쌍용차 문제, 밀양송전탑 문제 등 사회적 현안이 풀리는 계기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다른 일정으로 통보까지 됐던 오찬 회동이 취소되면서 천주교 쪽에서는 상당한 아쉬움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이 종교계와 갈등을 빚을 때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 지는 지난 정부에서 극명하게 보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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