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도 훈련 필요"…'스턴건' 김동현 심리 집중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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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은 긍정적 사고, 심리훈련 시 이미지 트레이닝 적극 활용

UFC에서 9승을 기록 중인 김동현의 심리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료사진

 

“심리도 훈련이 필요하다.” ‘스턴건’ 김동현(32, 부산팀매드)이 세계 최고 종합격투기 무대 UFC에서 12번의 경기 후 얻은 깨달음이다. UFC에서 9승(2패 1무효)을 기록한 김동현은 “시합 경험을 쌓으며 심리훈련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심리적으로 준비가 잘 됐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는 경기력에서 차이가 많이 났다”고 했다. 인터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안정감 있는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믿음을 주는 김동현의 두드러진 심리적 강점은 긍정적 사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심리기술 향상을 위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적극 활용했고, 일상생활의 심리적 체험을 시합 상황에 적용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김동현의 심리를 집중 해부한다.

◈ 긍정적 사고

#1. “지난 10월, 에릭 실바(브라질)와 시합하기 1주일 전에 브라질 상파울루에 있는 호텔에 들어왔죠. 그런데 호텔 바로 옆에서 매일 굴삭기로 돌 깨는 공사를 하는 거예요. 소리가 요란해서 잠도 못자고, 컨디션이 안 좋아서 주인에게 따졌죠. 그때 동행한 팀동료 이정원 선수가 그래요. ‘(동현이)형, 경기 당일 브라질 관중 야유에 미리 적응하라고 신이 이렇게 만들어준 게 아닐까?’ 순간, 무릎을 탁 쳤죠.”

#2. “언젠가 1라운드에서 상대가 제 태클 시도를 모두 방어해낸 적 있어요. 그래도 ‘2,3라운드에 기회가 온다’고 믿었죠. 그 선수가 아무리 태클 방어능력이 좋아도 전부 방어하지는 못하거든요. 태클은 10번 시도해서 2번만 성공시켜도 오히려 방어하는 쪽에서 당황해요. 태클을 8번이나 방어했는데도 계속 밀고 들어오니까 조급해지는 거죠.”

김동현은 시합 전, 시끄러운 숙소 때문에 컨디션 난조에 빠질 뻔 했지만 부정적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전환해 위기를 극복했다. 시합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아도 상대 심리를 역이용해 경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또 “시합 앞두고 부상을 당하면 ‘액땜했다’고 여기고” 상대에 구애받지도 않는다. “상대가 강한가, 약한가는 중요하지 않아요. (UFC에서 만나는 선수는) 어차피 다 강해요. 방심하면 안 돼요. 하지만 ‘내가 더 강하다. 나를 분석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하며 스스로 자신감을 불어넣죠.”

김동현은 UFC에서 두 번의 큰 시련을 겪었다. 2011년 7월에는 카를로스 콘딧에 생애 첫 KO패를 내준 후 안와골절 수술을 받았다. 2012년 7월 데미안 마이아 전에서는 경기 중 갑작스런 늑골 부상으로 1라운드 TKO패를 당했다. 자칫 슬럼프에 빠질 수 있는 상황. 그러나 부상 회복 후 치른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며 빠르게 제 자리로 돌아왔다.

김동현의 견고한 '회복탄력성'(Resilience)의 바탕에는 긍정적 사고가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시합에서 져도 ‘운이 안 좋았다. 다음에 이기자’고 편하게 생각했다. KO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한 번 경험해보니까 ‘KO패가 이런 거구나. 별거 아니네’ 싶었다”고 웃었다. 실패에 대해 긍정적 관점을 유지해 부정적 신념을 떨쳐낸 것이다. 부상으로 재활훈련을 했을 때도 “푹 쉬면서 재충전하자”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 노력했다. 이처럼 “나에게 불리한 상황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긍정적 사고가 김동현의 가장 큰 심리적 강점이다.

◈ 이미지 트레이닝

자료사진

 

김동현은 심리기술 향상을 위한 훈련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즐긴다. 이미지 트레이닝은 이미지를 활용해 기술과 전략을 마음속으로 연습하는 방법이다. 그는 “사람의 뇌는 실제 운동과 머릿속 운동을 구분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미지 트레이닝만으로도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합 스케줄이 잡히면 하루 2~3시간, 감량 중에는 거의 하루 종일 이미지 트레이닝에 시간을 할애한다. “제가 감량을 쉽게 하는 편인데, 뇌를 계속 쓰니까 가만히 있어도 살이 빠지는 것 같아요.” 따로 시간을 정해 두지는 않고 수시로 진행한다.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부상으로 신체훈련을 못할 때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다는 것이 이미지 트레이닝의 또 다른 장점이다.

“우선 상대 선수 시합 영상을 본 후 내가 그 자리에 있을 때를 그려요. 그런 다음 실전에서 나올 수 있는 상대 공격 패턴을 모두 생각하고, 각각의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는 게 가장 좋을지 찾는 거죠. 상대가 펀치를 날리는 상황을 설정했다면 머릿속으로 킥, 펀치, 태클 등 다양한 기술을 차례차례 해보는 거예요.” 이렇게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익힌 기술과 전략은 훈련에서 직접 써본다. “이미지 트레이닝 할 때 잘 됐더라도 실제 훈련에서 잘 먹히지 않으면 과감히 버려요.”

지난 10월 에릭 실바 전에서도 이미지 트레이닝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브라질 관중은 상대선수에게 야유를 퍼붓는 것으로 유명해요. 그래서 브라질 가기 전부터 야유가 쏟아지는 경기장에서 시합하는 장면을 떠올렸죠. 엄청난 야유를 예상해서 그런지 경기장에서는 오히려 무덤덤하고, 환호성이 들릴 정도로 편안하던 걸요.”

◈ 일상의 심리경험, 시합 상황에 적용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심리훈련도 신체훈련 만큼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종합격투기 최고 전략가로 꼽히는 그렉 잭슨의 말이다. 김동현은 “‘격투기는 심리가 지배한다’가 소속팀의 모토”라고 했다. 일상에서 자신의 심리 흐름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하는 그는, 밥값 내기 게임, TV 예능프로그램 출연 등 긴장감이 유발되는 상황에서 느꼈던 마음을 기억했다가 시합 상황에 적용한다.

"소속팀 선수들끼리 팀 짜서 ‘스페셜포스’ 게임을 하거든요. 5판3선승제, 밥 사주기요. 그런데 두 판을 먼저 따고도 방심해서 질 때가 있고, 두 판을 내주고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역전할 때가 있어요. 격투기 시합도 마찬가지예요. ‘다음 시합은 없다’, '이번이 마지막이다’는 각오로 임하면 지는 상황에서도 역전할 힘이 생겨요.”

김동현은 TV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을 녹화할 때 일화도 들려줬다. “녹화 앞두고 ‘긴장 좀 풀어 달라’고 했더니 이정원 선수가 그래요. ‘형 노래 못하는 거 다 아니까 너무 잘하려 하지 말고, 평소 하던대로 즐기다 와. 브라질 원정시합도 이기고 돌아왔는데 뭐. 방송은 못한다고 잃을 것도 없잖아.” 그는 “시합 때 마음가짐도 이와 비슷하다.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다‘고 편안하게 생각해야 더 좋은 경기력이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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