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또 '물대포' 작렬…"경찰 강경대응은 靑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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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차원의 ‘공안정국’ 공세에 경찰도 ‘충성 경쟁’ 나서

10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3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주말 서울 도심에서 또 다시 물대포가 등장한 가운데 경찰의 불법 집회에 대한 강경 대응 선회는 청와대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권 차원의 ‘공안정국’ 공세에 경찰도 ‘법질서 확립’을 명분으로 삼아 ‘충성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 경찰, 주말 도심 집회 강경 대응…3개월 만에 물대포 등장

10일 서울 도심에서 5만명(주최측 추산, 경찰 추산은 1만7000명)이 모인 가운데 민주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렸다. 민노총 산하 각 연맹들은 서울역과 강남역, 보신각 등에서 사전대회를 열고 오후 2시부터는 본대회를 이어갔다.

경찰은 CBS노컷뉴스가 이미 보도한 대로(지난 9일자 “경찰 '15분뒤 무조건 진압' 강경 선회”) 도로 점거 등 시위대의 불법행위에 대한 강경 대응에 나섰다.

‘채증을 통한 사후 사법처리’에서 한층 강화된 ‘15분 만에 즉시 현장처리’ 지시에 따른 것이다. 기동대 90개 중대가 진압 작전에 동원됐다.

경찰은 을지로를 거쳐 행진을 하던 시위대가 경로를 이탈해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사거리를 점거하자 15분 만에 해산을 경고하고 물대포를 쏘며 진압을 시도했다. 서울 도심에서 물대포가 등장한 것은 지난 8월 15일 국가정보원 규탄 시위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다행히 시위대가 바로 점거를 풀면서 더 이상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도심 곳곳에서 극심한 교통 정체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그런데 이 같은 경찰의 강경 대응 선회는 청와대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결정적인 증언이 나왔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에서 법질서 준수 원칙 아래 시위대의 불법행위를 방관하면 안 된다는 지휘가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도로 점거 등 불법 행위가 15분을 넘기면 바로 해산하라는 지시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차관급에 불과한 이성한 경찰청장이 독단적으로 이런 결정을 할 수가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서유럽 순방에 나서기 전인 지난 주말에 청와대에서 시그널이 내려왔다”고 설명했다.

◈ ‘新 공안정국’ 드라이브 속 권력기관 ‘충성 경쟁’에 경찰도 뒤늦게 동참

권력기관을 앞세운 정권 차원의 ‘新(신) 공안정국’ 드라이브에 경찰도 뒤늦게나마 명함을 내민 양상이다.

실제로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를 비롯한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이 날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권력기관들의 경쟁 역시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국정원은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주요 국면마다 ‘NLL 대화록 의혹’, ‘RO의 내란음모 사건’ 등을 터트리며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법무부 역시 지난 5일 헌정 사상 최초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 정당 해산 심판 청구’ 안건을 국무회의에 제출했고, 이르면 6개월 안에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전망이다.

검찰도 지난 8일 선거개입 혐의 등으로 고발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홈페이지 서버를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정부여당의 지속적인 수사 요청에 ‘속도전’으로 화답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정원 사건의 ‘축소ㆍ은폐’ 수사 의혹으로 총수가 유감을 표명해야 했던 경찰은 다른 기관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충성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당장 관심을 모을 만한 수사나 여론을 반전시킬 이슈가 없던 경찰 입장에서는 ‘법질서 확립’은 내세우기 딱 좋은 명분이다.

아울러 경찰은 지난 8일부터 수갑과 경찰봉, 포승줄 등 경찰 장구의 보고 의무를 명시한 훈령도 폐지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경찰봉을 잘못 사용하면 지난 2005년 여의도 농민 사망 사건처럼 인명이 피해를 입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며 “경찰의 편의 때문에 국민의 인권을 가볍게 여기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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