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에 빠진 공기업…신용등급 하락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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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행사업 하다 투자부적격 기업으로 낙인 찍혔다.

 

LH와 코레일, 한국전력 등 국내 공기업들이 신용등급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295개 공기업의 총부채 규모가 50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부채 관리를 더이상 방치할 경우 개별 공기업은 물론 국가 신용도 평가에도 악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들 공기업 중 부채가 가장 많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일 먼저 금융부채 동결을 선언하고 나섰다.

하지만, 공기업들의 부채 동결은 사업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비상구 없는 진퇴양난의 고육책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국제 신용평가사 경고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이미 지난해 우리나라 공기업들에 대해 신용도 평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고 공기업의 독자적인 재무 상태를 반영해 신용도를 평가하는 '독자신용등급'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A1(투자적격등급)인 LH와 코레일, 광물자원공사는 Ba3(투자부적격등급)로 떨어져 해외채권 발행금리가 높아지는 등 경영에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

S&P는 지난해 11월 LH의 재무구조가 나빠졌다며 독자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한단계 내렸으며, 무디스 역시 지난 9월 LH의 독자신용등급을 Ba3에서 B2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또, 코레일에 대해서도 독자신용등급을 Ba3에서 B2로 두 단계, 광물자원공사는 Ba3에서 B3로 세 단계 내렸다.

◈ 부채공룡 LH, 발등에 떨어진 불

올해 부채 규모가 141조원으로 국내 공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LH가 급해졌다.

LH는 현재 3.5% 금리에 2조원 규모의 해외채권을 발행했으며, 신용등급이 더 떨어져 금리가 1%만 높아져도 연간 추가 이자비용만 2백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결국 이재영 LH 사장은 지난 4일 홍콩 소재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S&P를 방문해 부채동결을 선언했다.

이 사장은 "부채 축소는 이제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기금을 제외한 사채 발생은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LH가 사채인 금융권 부채를 동결하는 대신 국민주택기금을 확대한다 해도, 일반 택지개발사업과 산업단지 조성 등에 사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결국 사업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해 LH는 민간사업자들이 개발에 참여하는 대행사업을 통해 연간 3조원 규모의 민간자본을 유치하고 아파트와 토지 판매를 늘리겠다고 밝혔으나, 최근 계속되고 있는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을 감안하면 이또한 실현 가능할 지 의문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주거복지 정책인 행복주택 사업에만 20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 상황에서 국민주택기금의 연간 가용자원이 12조원 안팎에 불과하는 점을 감안하면 행복주택 사업도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 한전, 코레일 등 모든 공기업 비상

LH 뿐아니라 한국전력과 코레일, 도로공사 등 국내 거의 모든 공기업도 신용등급 관리에 비상이 걸리긴 마찬가지이다.

기관별 순수 금융부채를 보면 LH가 111조원으로 가장 많고, 한국전력 38조원, 한국가스공사 27조원, 한국도로공사 25조원, 한국철도시설공단 17조원 등이다.

이들 공기업 역시 국제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급등하게 될 국내.외 채권 발행금리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부채 규모 상위 10개 공기업의 금융성 부채는 올해 271조7000억원에서 오는 2017년에는 297조8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의원에 따르면 평균 차입금리 4.3%로 계산해도 앞으로 5년 동안 60조~70조원의 이자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이재영 의원은 "공공기관이 빚을 내거나 손쉽게 회사채를 발행해 부족자금을 조달하는 관행을 개선하지 않으면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 정부 비상, 공기업 부채가 국가 신용도 발목잡는다.

정부도 공기업 부채 증가에 떨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의 국가 부채만 올해 48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하면 1000조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무디스와 S&P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부채를 공공기관 부채까지 모두 포함해 신용등급을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급기야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지난 4일 국회 정책질의에 출석해 "올해 말까지 공기업을 포함한 전체 공공부문의 부채 통계를 산출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현 부총리는 이어 "공기업 가운데 부채가 많은 12곳은 별도 관리하고, 구분 회계를 통해 부채를 원인별로 관리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기업들의 부채 증가는 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 사업과 보금자리 주택사업, 철도현대화 사업 등 국가 대행사업이 가장 큰 요인으로, 정부가 먼저 국가사업계획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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