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3억원 어치 속여판 농협 적발, 타지역 저질 쌀 사들여 섞는단 의혹도
- 농민들 사이엔 이미 소문 파다해
- 묵은 쌀 섞으면 농민도 구분 못해
- 지역 농협간 무리한 경쟁이 원인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형대 (농민),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해남, 쌀 좋기로 소문난 땅끝 마을 해남지역의 농협에서 햅쌀에 묵은 쌀을 섞어 팔다가 어제 적발이 됐습니다. 2009년부터니까 무려 5년 동안 전국 대형마트를 포함한 160여 개 판매소에서 이런 가짜 햅쌀을 팔아온 건데요. 심지어 수확한지 6개월이 지나서 농약성분마저 날아간 그런 묵은쌀에는 친환경 쌀마크를 붙여서 더 비싸게 팔기도 했답니다. 다른 곳도 아닌 농협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데 소비자들 지금 더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런 소문이 농민들 사이에는 이미 오래 전부터 널리 퍼져 있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직접 확인을 해 보죠. 전남 지역의 농민이세요. 박형대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박 선생님, 안녕하세요?
◆ 박형대>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쌀 농사 지으신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박형대> 14년 정도 됩니다.
◇ 김현정> 14년. 햅쌀에 묵은 쌀을 섞어서 농협 마크 달고 팔았다는 이 뉴스를 듣고는 어떠셨습니까?
◆ 박형대> 안타깝죠. 일단 농협이 농민들의 조직인데 그런 데서 스스로 명예를 자존심을 먹칠하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 김현정> 많이 놀라기도 하셨어요?
◆ 박형대> 사실은 그런 내용이 공공연한 비밀로 많이 흘러다니고 있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놀랄 일도 아니라는 말씀이세요?
◆ 박형대> 예, 그렇죠. 이런 부분은 반드시 한 번쯤은 경각심을 일으키고 또 바로잡아야 될 중요한 문제입니다.
◇ 김현정> 구체적으로 어떤 소문이 어떻게 농민들 사이에 돌아다녔다는 말씀인가요?
◆ 박형대> 소문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쌀 부정유통 문제가 항상 끊임없이 진행이 되고 있어요.
◇ 김현정> 소문 정도가 아니다?
◆ 박형대> 예, 그렇죠. 일반적으로 쌀 유통이 개인 방앗간, 농협 그리고 직거래 이런 세 가지 형태로 진행이 되고 있거든요. 그런데 개인 방앗간의 경우는 수입쌀을 섞어서 파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부분은 많이 적발이 되고 있어요. 그런데 농협은 수입쌀을 섞어 팔고 이런 것은 없지만 그래도 문제가 되는 것은 구곡하고 묵은 쌀하고 섞어서 판다. 이런 이야기는 농민들이 일반적으로 다 그러려니 하고 알고 있는 사항이거든요.
◇ 김현정> 잠깐만요. 다 그러려니 할 정도였습니까?
◆ 박형대> 예, 그렇죠.
◇ 김현정> 지금 도시민들은 굉장히 놀랍거든요. 농협 쌀에 햅쌀이라는 마크가 붙어 있는데 여기에 묵은 쌀이 섞여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요.
◆ 박형대> 그래서 일반적으로 농민들하고 직거래한 쌀이 그런 품질을 못 따라간다고 하지 않습니까, 농협의 아무리 좋은 쌀도.
◇ 김현정> 그런 얘기를 농민들이 했어요.
◆ 박형대> 예, 그렇죠.
◇ 김현정> 이번에 적발된 수법 보니까 전산 조작을 해서 묵은 쌀을 햅쌀이라고 마크 붙여서 출하시키는 이런 수법이 있었고 또는 쌀을 수확한 지 6개월 지나면 잔류농약이 아예 사라져버리는 이걸 이용해서 거기에다가 친환경 마크를 붙여서 더 비싸게 판, 이런 수법도 있었는데 혹시 더 아는 수법이 있으십니까?
◆ 박형대> 농협 알피씨(RPC)가 서로 판매경쟁을 하다 보니까 지역 농협에 벼를 사서 제값에 팔아주는 것이 본래 취지인데 그런 것보다는 우리 지역만 하더라도 우리 지역 벼보다는 외지에서 많이 사와요.
◇ 김현정> 왜 그렇습니까?
◆ 박형대> 외지에서 사오는 경우는 더 싸게 사올 수 있기 때문이죠.
◇ 김현정> 말하자면 다른 지역에서 내놨다가 안 팔린 물건들을 싸게 사와서 이 지역 마크를 달고 내보낸다고요?
◆ 박형대> 그렇죠.
◇ 김현정> 그 지역에서 안 팔렸다는 얘기는 품질이 떨어진다든지 뭔가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큰 물건들?
◆ 박형대> 그런 것을 저가로 사가지고 들어오는 거죠. 예를 들어서 그쪽에서 수매하지 않는 품종이라든지 또는 어떤 병해충 피해를 입어서 수매를 꺼리고 있는 것들을 사오는 경우도 있고 이런 것이죠. 이쪽 지역은 경기도 같은 데는 경기미가 유명하지 않습니까?
◇ 김현정> 그렇죠.
◆ 박형대> 경기미 같은 경우도 여기서 벼를 많이 사가지고 가요.
◇ 김현정> 도시민들은 당연히 해남 쌀이라 그러면 해남에서 나왔고, 경기 쌀이라면 경기에서 나왔다고 믿고 사는 건데 가공한 곳만 경기고 가공한 곳만 A고 B고 그런 방식. 그거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햅쌀 묵은 쌀 섞어서 파는 방식. 햅쌀, 묵은 쌀 섞으면 모릅니까?
◆ 박형대> 모르죠. 수입쌀하고 국산 쌀하고 섞어도 모르고요.
◇ 김현정> 농민들이 보시기에는 모양보고 냄새 맡으면 그래도 모르나요?
◆ 박형대> 그렇죠. 모르죠. 그리고 조금 오래된 쌀은 밥이 껄끄럽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것을 맞게 찹쌀을 또 섞죠. 찹쌀을 섞으면 찰기가 있으니까 더더욱 모를 수밖에 없는 거죠.
◇ 김현정> 묵은쌀에 햅쌀 섞고 거기다 찹쌀까지 좀 섞어주면 뭐 감쪽같이 속일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 박형대> 그렇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게 참 힘들게 재배한 그 지역 쌀의 이미지가 추락하는 건데 결과적으로는 농민들에게 손해 아닌가요?
◆ 박형대> 그렇죠. 결국은 농민들에게 나락을 싸게 사야 될 거 아닙니까, 농협 입장에서는.
◇ 김현정> 농협 미곡처리장 입장에서는?
◆ 박형대> 네. 농협 미곡 처리장 입장에서는 싸게 사야 되니까 농협이 쌀값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이렇게 농민들은 보는 거예요.
◇ 김현정> 우선 그것도 하나 농민들이 지적하는 문제군요.
◆ 박형대> 그렇죠, 농협 알피씨(RPC) 문제가 끊임없이 생기고 있습니다, 지역마다. 왜 일반 상인들보다도 더 싸게 사냐. 왜 나락 가격을 떨어뜨리는 데 앞장 서냐.
◇ 김현정> 값도 추락시키고 품질도 하락시키고 이런 문제가 있다는 말씀인데 박형대 선생님, 혹시 못다한 말씀, 이건 꼭 알려야겠다 하는 말씀 있으면 한마디 해 주시죠.
◆ 박형대> 이번에 적발된 구곡하고 묵은 쌀하고 섞은 이런 문제보다 더 큰 게 사실은 소비자들이 모르는 수입쌀하고 국산쌀을 섞어서 판매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거예요.
◇ 김현정> 너무 많다고 할 정도입니까?
◆ 박형대> 그렇죠. 국민들의 소비량의 10% 정도가 수입쌀이거든요. 그러면 우리나라 국민들 중에서 10명 중 1명은 날마다 수입쌀을 먹고 있다는 건데 수입쌀 먹었다는 사람들은 없지 않습니까. 그만큼 다 섞어서 팔고 최종 소비 단계에서는 수입쌀을 모르고 국민들이 먹고 있다는 거예요.
◇ 김현정> 그러네요. 오늘 중요한 부분도 많이 짚어주셨습니다. 우리가 정말 삼시세끼 먹는 쌀인데 이 쌀 문제, 간과할 일이 아니죠. 박형대 선생님 오늘 어려운 제보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박형대> 네.
◇ 김현정> 전남에서 농사짓는 분이세요. 박형대 씨 얘기를 먼저 들었고요. 전문가 의견도 들어보겠습니다. 농업농민정책 연구소 녀름에 장경호 부소장님 연결 돼 있습니다. 장경호 부소장님, 나와계시죠?
◆ 장경호> 안녕하세요.
위 사진은 내용과 관련 없음 (자료사진)
◇ 김현정> 묵은쌀이 햅쌀로 둔갑하고 일반쌀이 친환경 쌀로 둔갑하고 이러다가 적발이 된 건데.... 도대체 근본적인 원인, 어디 있는 겁니까?
◆ 장경호> 아무래도 농협 입장에서는 자기가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그런 것을 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적발된 직원들 얘기를 들어보면 수요예측을 잘못해서 제고가 너무 많이 쌓였다. 그래서 그걸 처리하려다 보니까 이런 실수가 벌어졌다.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요.
◆ 장경호> 쌀 재고의 문제라고 한다면 설득력이 굉장히 약한데요. 왜냐하면 지금 벌써 우리나라의 쌀이 남아도는 시기가 아니라 한 몇 년 전부터 쌀 자급률이 한 80%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보면 쌀 자체는 굉장히 모자라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재고가 많이 쌓여서 이걸 처분하기 위해서 이런 일을 했다고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핑계라고 저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더 비싸게 팔기 위해서인 건가요. 그럼?
◆ 장경호> 저는 그렇게 보고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앞에서 농민 분도 지적을 하셨지만 결국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농민들 제살 깎아먹기 되는 거 아닙니까?
◆ 장경호> 그렇죠. 아무래도 단기적으로 보면 묵은 쌀을 섞어 팔게 되면 (100% 햅쌀보다는 저렴하니까) 아무래도 햅쌀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쌀 짓는 농민들한테 햅쌀에 대한 수요를 떨어트려서 가격에 대한 불리함을 줄 수 있고요. 또 길게 보면 이것이 소비자들에게 우리 쌀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를 약화시켜서 결국 그것도 농가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죠. 이건 사실은 농협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죠.
◇ 김현정> 어떻게 농협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소비자들은 그 부분에서 더 놀랐고 분노하고 있거든요. 어떻게 다른 곳도 아닌 농협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 장경호>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요. 그 여러 가지 이유 가운데 저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제도나 정책의 문제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 김현정> 무슨 말씀이세요?
◆ 장경호> 어떤 부분이냐 하면 지금 농협에 대해서 여러 가지 평가를 할 때 수익성을 기준으로 하는 경영평가가 제일 중요합니다.
◇ 김현정> 경영평가로 이 지역, 저 지역 이 농협, 저 농협 평가를 하는군요?
◆ 장경호> 그렇죠. 만약에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적자를 보게 되면 부실조합으로 낙인이 찍히고요. 부실조합으로 낙인이 찍히면 정책이나 자금이라든가 지원을 받는 것에 있어서 불이익을 받게 되고.
◇ 김현정> 본사로부터요?
◆ 장경호> 네, 심하게 되면 합병의 대상이 되어서 조합 자체가 다른 조합으로 합병될 수도 있고 하기 때문에 조합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수익성을 더 높이기 위해서 이러한 무리한 일들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그 조합의 직원들도 다 농민 아닌가요?
◆ 장경호> 그렇지는 않습니다. 흔히 조합장들은 농민이라고 생각을 많이 하시지만 실제로는 농협의 직원으로 입사를 하거나 이렇게 해서 농협에 임원이나 직원 출신이 조합장이 되는 경우가 제일 많이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농민들 입장에서 농민들을 배려한다거나 장기적인 농업 플랜을 가지고 있기보다는 당장에 그 지역 농협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경우, 이게 일부 발생한다는 말씀이시죠?
◆ 장경호> 그렇죠. 수익을 많이 올려서 성과가 많이 나게 되면 조합원들에게 돌아가는 배당이라고 하는 게 많지가 않습니다. 그 대신에 임원이나 직원들에게 성과급이 돌아가는 부분들은 굉장히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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