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아리랑 음악회. (사진='문화융성의 우리 맛, 우리 멋 - 아리랑' 영상 화면 캡처)
청와대가 주관한 음악회가 초청자 추첨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일 자신을 청와대 인턴이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의 페이스북 캡처본이 올라왔다.
이 네티즌은 지난달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긴급공지'를 띄우고 청와대 녹지원에서 아리랑 음악회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렸다.
문제가 된 것은 이 네티즌이 "추첨제지만 제가 최대한 로비를 해보도록 하겠다"고 밝힌 부분이다.
네티즌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신청을 한 뒤에 이름과 생년월일을 페이스북에 댓글로 남겨주면 "꼭 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전했다. 자신이 추첨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추첨과정에서의 개입을 시사한 것.
그는 선발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신청 사연에 대해서도 "적당히 써주면 된다"며 "신청자 1명 당 5명까지 동반이 가능하니 업무의 원활을 기하기 위해 되도록이면 주변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서 같이 오면 더더욱 좋겠죠?"라고 설명했다.
음악회 신청 관련 페이스북 공지글(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보면 네티즌은 자신의 학교 동문들과 선배, 후배들을 대상으로 이같은 특혜를 제공했다. 한 신청자는 집요한 로비 끝에 1순위로 등록 신청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댓글에 따르면 행사에는 우선신청선발요청자 명단이 존재했다.
이 네티즌은 "24일까지 신청자 중 우선신청선발요청자 명단이 이미 넘어갔다"며 "25일부터는 우선선발자 포함해 100명밖에 뽑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속 로비 예정이니 가고 싶으시다면 신속히 (신청하라)"고 덧붙였다.
음악회를 신청한 학교 선배에게 "우선선발 할당자 명단이 포화돼 2순위 명단으로 신청, 로비했다"며 "상대우선순위를 가지긴 하지만 채택 여부는 확실치 않다"고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 홈페이지의 아리랑 음악회 관련 공지에는 '우선선발'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다.
네티즌이 신청자들과 대화를 나눈 댓글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달 23일 청와대 홈페이지 관리자는 "인적사항 및 신청 사연을 기재하면 선별해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뽑는다"며 선발 기준을 제시했고 신청 마감일인 25일에는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해 주신 분 중에서 사연을 통해 세대별, 이념별, 지역별 문화가 공존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선별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네티즌은 행사 당일인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서 동문과 선배를 찾으며 "잘 오고 있냐"고 묻기도 했고, 같은 날 음악회에 다녀온 한 후배도 네티즌의 페이스북에 "선배님 덕분에 잘 다녀왔다"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청와대 인턴이 지금 자기 지인들한테 초청 순위니 뭐니를 부여해 주는 건가? 어처구니가 없다.", "되게 당당하게 로비한다고 하네. 대단한 로비스트 나셨다.", "신고하면 안 되나? 누가 로비를 저렇게 대놓고 하나?" 등의 댓글을 남겨 비판했다.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