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본 한 주간] 1억2천만 원. 자영업자 1인당 평균 대출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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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허리 중산층과 자영업자들이 무너진다

 

[CBS '좋은 아침 김덕기입니다]
■ 방송 : FM 98.1 (06:10~07:00)
■ 진행 : 김덕기 앵커
■ 출연 : 미디어 오늘 이정환 기자

김덕기(앵커)> <좋은 아침="" 김덕기입니다=""> 토요일 첫 순서는 <숫자로 본="" 한="" 주간="">입니다. 미디어 오늘 이정환 기잡니다.

이정환(미디어 오늘 기자)> 안녕하세요?

김> 이번 주의 숫자는 뭔가요?

이> 1억 2000만 원. 우리나라 자영업자들 1인당 평균 금융권 대출 규모입니다. 임금 근로자들은 평균 4000만 원 정도인데요. 자영업자들이 대출이 3배나 많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1일, 중산층의 가계부채가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동안 한은은 가계부채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는데요. 우려한다는 표현을 쓴 건 처음입니다. 늘 신중한 표현에 신경을 쓰는 한은이 이처럼 노골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던진 건 그만큼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김> 가계부채 위험하다는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요. 한국은행이 왜 하필 이 시점에 이런 경고를 던진 걸까요.

이> 한국은행 보고서가 공개됐는데요. 신용등급이 9등급까지 있는데 5~6등급이 어디서 대출을 받는가 봤더니 상호금융조합에서 받는 비중이 2010년에는 37.5%였는데, 지난해 말에는 29.1%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대부업체 이용 비중은 13.4%에서 16.0%로 늘어났습니다. 양도 문제지만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제도권 금융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겁니다.

김> 한국 경제의 허리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중산층 가계부채가 더 많이 늘어나는 이유가 있나요?

이> 두 가지를 꼽자면 첫째, 전셋값 급등, 둘째, 금융기관 리스크 관리 강화입니다. 멀쩡한 중산층이 빚의 악순환에 빠져들어 저소득 계층으로 떨어지는 겁니다. 2011년까지만 해도 하위등급(7∼10등급) 가구 수 비중이 11.2% 정도였는데 지난해에는 그 비중이 27.5%까지 늘어났습니다. 원래 중산층인데 저소득 하위 계층으로 전락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겁니다.

김> 풍선효과라는 말도 있었죠. 가계부채를 줄이려고 억지로 누르니까 다른 한쪽에서 대부업 대출이 늘어난다고요.

이> 특히 자영업자들이 문제인데요. 소득 5분위 가운데 3분위 자영업자들만 살펴보면 원리금 상환 비율이 지난해 말 18.2%나 됩니다. 100만 원 벌면 18만 원을 은행에 갖다 바친다는 건데요. 임금 근로자들은 이 비율이 11.7% 정도입니다.

김> 가계부채가 1000조 원에 육박한다는 이야기는 많았지만 실감이 잘 안 나는데요.

이> 2010년 말 642조 원에서 올해 2분기에는 98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지난해 말 대비 1.7% 늘어난 건데요. 대출유형별로 보면 자영업자의 가계대출이 245조 원, 기업대출(개인사업자)이 206조 원으로 이 둘 모두를 이용한 중복대출도 281조 원입니다. 그러니까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이 자영업자 대출이라는 건데요. 자영업자 대출 450조 원 가운데 60조 원 가량이 부실위험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가계부채 천조원 시대 중산층과 자영업자들이 무너진다.

김> 고위험 부채가 많아서 더 위험하다고 하던데요. 상황이 어떤가요.

이> 자영업자 부채 가운데 60세 이상만 놓고 봤더니 원리금 상환 비율이 40%가 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가 넘는 고위험부채가 13조 5000억 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퇴직한 베이비부머들이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부채가 늘어났는데 이게 부실화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김> 영세 자영업자, 그 가운데 특히 노인분들이 걱정스럽다는 거네요.

이> 올해 들어 자영업자는 약간 줄었는데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달마다 3만 명씩 늘어났습니다. 베이비부머 세대 자영업자의 대출이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30%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김> 부동산 담보 대출 비중도 높네요.

이> 자영업자의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가운데 각각 79.9%와 51.3%가 부동산담보 대출입니다. 부동산 가격 하락에 매우 취약한 구조라는 건데요. 대부분 경쟁이 치열한 음식 숙박을 포함한 일부 업종에 몰려 벌이도 시원치 않다고 합니다.

김> 비은행 대출이 많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이> 신용이 낮아서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우니까 좀 더 금리가 높지만 대출을 받기 쉬운 제2 금융권으로 간다는 건데요. 비은행 대출이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말 46.8%에서 올해 2분기 현재 49.2%까지 치솟았습니다. 3월말 기준 자영업자의 부채 규모는 451조 원인데, 은행대출이 285조 원, 비은행금융기관 대출이 166조 원입니다. 비은행 대출이 많다는 건 그만큼 금리 부담이 높고 그만큼 갚기도 힘들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김> 가계대출 문제, 더 중요한 건 양보다 속도라고 하던데요.

이> 물론 감당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빚을 내고 갚으면 됩니다. 문제는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입니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부채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7.1%에서 올해 1분기 5.1%, 2분기 5.5% 수준으로 낮아졌다. 문제는 소득이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4%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겁니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를 소득이 따라잡지 못한다는 게 진짜 문제입니다.

김> 그러니까 부동산 가격 하락과 자영업자의 몰락, 중산층의 붕괴가 같이 맞물리는 거네요.

이> 네.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만기 일시상환 대출의 비중이 39.3%나 됩니다. 임금 근로자들 대출은 이 비중이 21.3%인데요. 만기 일시상환이라는 게 이자만 내다가 만기에 갚으면 되니까 당장 부담은 적지만 만기에 대출금을 갚지 못할 확률이 높습니다. 연체대출 비중을 의미하는 잠재부실률이라는 게 있는데 은행권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잠재부실률이 2010년 말 3.4%에서 올 6월 말 4.1%로 늘어났습니다. 비은행권은 이 비율이 훨씬 높겠죠.

김> 자영업자 문제가 가계부채 문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이런 기사도 봤는데 진짜 문제는 이게 해결 방법이 없다는 거네요.

이> 경기 둔화가 계속되면 영세 자영업자들이 가장 먼저 쓰러지게 되겠죠. 부동산 거래는 안 되고 전셋값은 계속 뛰고 아슬아슬한 상황인데 만약 부동산 가격이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위기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벌써부터 전셋값이 집값의 90%가 넘는 지역도 나오는데요. 이런 상황이 집값 폭락의 전조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자영업자 문제에 부동산 문제가 얽혀서 금융권 부실로 확산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저금리 덕분에 이자부담이 덜했는데 미국이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긴축에 돌입하면 내년에는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이 양적완화 중단하고 긴축에 돌입하면 내년에는 금리가 오를 가능성 커

김> 전셋값 급등은 한동안 계속될까요.

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전셋값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두 배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이게 대부분 대출로 막는다는 건데요. 5명 이상 사업체의 월평균 명목임금은 2008년 256만 9000만 원에서 올해 7월 313만 1000원으로 21.8%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에 아파트 전셋값은 3.3㎡에 370만 7000원에서 540만 7000원으로 45.9% 올랐습니다. 2008년엔 66㎡ 아파트 전세 7414만 원짜리를 얻으려면 29개월 가량의 월급을 모으면 됐는데 올 10월 기준으로는 1억 1314만 원, 36개월(지난 7월 명목임금 기준)을 꼬박 모아야 합니다. 올해 6월 기준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25조 5000억 원입니다.

김> 전셋값 상승이 집값 폭락의 전조다,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좀 더 설명해주시죠.

이> 집값이 떨어질 것 같으니까 매매 수요가 끊긴 상황입니다. 팔 사람은 이 정도 이하로는 못 팔겠다고 버티고 있는 상황이고 살 사람은 차라리 일단 전세로 가자며 전세로 몰리고 있고요. 이런 상황이 오래 가지는 못할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무주택 세입자가 60%나 되는데 이 사람들이 매매 시장으로 넘어가려면 집값이 좀 더 떨어져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론적으로 전셋값이 집값을 추월하는 일도 가능할 거라고 하는데요. 최근에는 전셋값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 전세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가계부채의 뇌관이 곳곳에 널려 있는 상황입니다. 어디서 먼저 터질지 모른다는 겁니다.

김> 가계부채도 문제지만 국가채무도 1000조 원이 넘죠.

이> 온 나라가 빚더미에 올라앉은 상황입니다. 2007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국가채무가 6년 동안 481조 8000억 원이 늘어났습니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에 따르면 올해 국가채무가 1053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총생산(GDP)의 79.3% 수준인데요. 2007년 537조 2000억 원에 비교하면 84.3%나 늘어난 규모입니다. 공식적인 부채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합쳐 468조6000억 원인데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에 따르면 1043조 4000억 원으로 늘어납니다. 증세 없는 복지를 고집하면서 버티고 있는데 남부 유럽 나라들처럼 재정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요. 공기업 부채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가계부채 1000조, 국가채무 1000조, 문제는 이게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부채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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