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美, 한-미 FTA협상도 도청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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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도청국에 한국 포함 가능성 높아
-주미 한국대사관 도청은 사실상 시인
-인터넷,휴대폰 암호기능 무력화시켜
-한-미 FTA협상, 발가벗겨진채 한듯
-정부, 美에 항의하고 사과받아야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우상호 민주당 의원


‘미국 국가안보국 NSA가 무려 35개 나라의 지도자를 도청해 왔다’는 비밀문서가 드러났습니다. 전직 NSA 요원이죠. 스노든이 영국 가디언지에 넘긴 건데요. 아직 어느 나라가 포함됐는지 구체적으로 보도가 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이미 전 세계는 발칵 뒤집혔죠. 그래서 우리 정부도 미국에다가 사실 확인을 요청했습니다. 그랬더니 미국에서 돌아온 답변은 ‘입장을 이해한다.’ 였습니다. 도청했다고 묻는데 입장을 이해한다니, 이게 무슨 황당한 답변인가요?
과연 우리 대통령이 도청 당했을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 건지, 또 우리 정부의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이시죠. 민주당 우상호 의원, 연결을 해 보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 개성공단 국감 하시는 날이죠?

◆ 우상호> 그렇습니다.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지금 개성에 가고 있는 중입니다.

◇ 김현정> 일단 NSA라는 조직이 국가 정상을 도청한 것으로 사실 확인이 된 나라는 어디어디 인가요?

◆ 우상호> 지금 NSA 특징상 의혹이 제기돼도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지는 않거든요. 그러나 미국 기밀 문서를 입수한 스노든 씨(전직 요원)가 이걸 폭로해서 알게 된 거죠. 그런데 현재까지 이것에 반응을 보이는 나라를 보면 독일, 프랑스, 브라질, 스페인 등 상당히 미국의 전통적 우방국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래서 35개국이라고 되어 있는데 35개국 전체 명단이 나와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추측해 보건데, 이 정도의 우방국이 포함돼 있다면 대한민국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봐야겠죠. 왜냐하면 북한 문제가 또 미국의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제외했을 이유가 특별히 있겠는가. 이렇게 본다면 우리나라도 대사관, 그다음에 대통령 다 포함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렇게 보고 있죠.

◇ 김현정> 이미 주미 한국대사관을 도청했다는 건 지난 7월 폭로에서 드러났었죠?

◆ 우상호> 그때까지는 우리나라에서 계속 확인을 요청했어도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입장을 이해한다.’ 이런 수준에서 나오다가 어제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이 밝힌 것을 보면, 미국 측이 사실상 대사관 도청은 시인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어떤 근거로 그렇게 풀이가 되나요?

◆ 우상호> 어제 조태영 대변인이 얘기한 내용을 보면, ‘NSA가 주미 한국대사관을 도청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우리가 계속 질의를 했더니 미국 정부가 앞으로 이러한 형태의 정보활동을 재검토하겠다.’ 라는 입장을 전해 왔습니다.

◇ 김현정> 도청을 했다, 안 했다 말은 없지만 재검토하겠다는 답이었군요?

◆ 우상호> 재검토한다는 뜻은 ‘그동안은 해 왔는데, 이제는 앞으로 하지 않겠다.’ 이런 취지로 입장을 전달해 온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사실상 시인이기 때문에 저는 이 문제를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편입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자료사진)

 

◇ 김현정> 대사관까지는 시인한 것으로 보시고. 재검토하겠다는 말 안에는 대통령, 그러니까 국가 정상에 관한 도청도 있을 거라고 보세요?

◆ 우상호> 대한민국 대통령도 저는 당연히 도청이 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 김현정> ‘당연히’ 라는 말씀을 쉽게 쓰지 않는 분인데, 지금 그 말씀을 쓴 걸 보면 상당히 가능성을 높게 보시는군요?

◆ 우상호> 35개국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광범위한 나라를 도청한 겁니다. 그것이 특별히 테러리스트가 포함되어 있는 나라들, 테러가 횡행하는 나라들에 대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다면 35개국에 대한민국이 안 들어갔겠느냐. 그런 면에서 본다면 저는 이 문제를 계속 주시해서 정부가 대응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그나저나 국가 정상의 이메일이라든지 전화 같은 건 상당히 보안이 엄격할 텐데, 도대체 어떻게 도청을 합니까?

◆ 우상호> 뉴욕타임즈가 보도한 내용을 보면 약간 그 일련의 기술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NSA가 빅데이터 센터를 만드는데 2조원까지 돈을 들이고 있거든요. 보면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에 허용되고 있는 모든 암호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프로젝트가 가동되어 왔다는 겁니다.

◇ 김현정> 모든 암호를 풀어내면, 그다음에는 다 들을 수 있는 거예요?

◆ 우상호> 그렇죠. 암호를 다 풀어낸 다음에 해커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백 도어, 뒷문을 설치해서... 이거는 NSA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그런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각 나라 대통령들이 흔히 암호화 된 휴대폰을 쓰고 있는데요. 도청이 잘 안 되도록 그 기능을 탑재한 핸드폰을 쓰는데, 이걸 다 풀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각국의 정상들이 경악하고 있는 거거든요. 어떻게 우방국 대통령의 전화를 엿들을 수 있나, 상당히 충격적인... 지금 유럽 같은 경우는 충격적인 반응을 보이고, 연일 각국정상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회의를 하고 있거든요.

◇ 김현정> 하긴 미국의 경우 1940년대부터 냉전시대, 공산국가의 감시 목적으로 도청 기술이 상당히 발달하기 시작했죠?

◆ 우상호> 냉전시대에 흔히 가상적국, 흔히 적국들을 대상으로 한 스파이 기능이야 당연히 이해할 수 있다고 볼 수 있고요.

◇ 김현정> 그 후로도 없어지지 않고 계속 발전이 된 거군요?

◆ 우상호> 그렇죠. 오히려 정보화기술이 발전하면서 훨씬 더 도청기능이 발달했다고 봐야겠죠.

◇ 김현정> 그렇게 해서 미국이 노리는 건 뭡니까? 우방국 정상의 전화, 이메일까지 도청해서.

◆ 우상호> 본인들 해명은 ‘테러 방지를 위한 여러 가지 정보를 입수하기 위하여.’ 라고 하지만 각 정상이 테러리스트도 아니고.

◇ 김현정> 독일 총리의 전화를 해킹해서 무슨 테러를 방지 합니까?

◆ 우상호> 그럼요. 오히려 EU 같은 경우는 오히려 미국의 테러에 대한 대응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하는 국가거든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이런 나라 정상의 전화를 도청했다는 것은 단순히 테러방지의 기능만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을 위하여 우방국 정상들의 대화내용까지 탑재했다.’ 이렇게 봐야 될 것 같고요.

재미있는 게 EU 유럽연합 의장이 ‘미국과의 FTA협상을 중단하겠다.’ 이런 얘기를 했어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만약에 우리가 어떤 내용을 협상하려고 하는지 이미 미국이 다 알고 있다면 우리가 어떻게 신뢰감을 갖고 미국과 협상할 수 있겠는가. 이건 할 수 없다.’ 이런 얘기를 했거든요. 그래서 지금 우리나라도 보면 2006년 정도부터 정상들의 도청을 했다는 건데.

◇ 김현정> 2006년이면 참여정부 때네요?

◆ 우상호> 그렇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데.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사관과 대통령까지 도청을 했다면 ‘우리나라의 대미 FTA 협상 내용까지도 미국이 다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봐야 될 것 같고요. 우리는 완전히 발가벗겨진 채 FTA 협상을 한 것 아니냐, 이런 문제의식까지 갖게 되는 것이죠.

◇ 김현정> 갑자기 그 얘기를 들으니까 소름이 쫙 끼치네요.

◆ 우상호> 이건 굉장히 심각한 내용입니다. 그러니까 유럽의 의장까지 이런 얘기를 했다는 것은 전 세계 우방국간의 신뢰를 훼손하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이렇게 봐야겠죠.

◇ 김현정> 혹시 참여정부 시절에 FTA를 협상하면서 말입니다. ‘어떻게 저런 걸 알았지? 어떻게 저런 카드를 들고 왔지?’ 흠칫 놀랐다든지, 이런 이야기를 외교가 주변에서 들으신 건 없으세요?

◆ 우상호> 제가 들은 내용이 좀 일부 있는데요. 그건 정확히 확인된 건 아닙니다만, ‘미국과 협상을 가면 우리 협상 전략을 상당히 파악한 상태에서 협상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일부 인사들은 ‘외교부나 혹은 우리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한 사람들 중에 정보를 좀 흘린 사람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거든요.

◇ 김현정> 우리 쪽에 스파이나 엑스맨 있는 거 아니야? 어떻게 우리 패를 다 보고 나와? 이런 얘기들....

◆ 우상호> 뭐, 100%는 아니겠지만, 또 아는 척은 안 했겠지만 ‘상당히 우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제가 개인적으로 들은 적이 있어요. 100% 확인된 게 아니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으나 지금 이런 상황에서 본다면 상당히 의심 가는 게 사실이죠. 예를 들어 76년도에 ‘코리아 게이트’ 있지 않습니까?

그때 ‘박정희 대통령이 박동선을 고용해서 미국 의회 의원들을 돈으로 구워삶았다.’ 이런 내용인데요. 이게 알려진 게 ‘미 CIA가 청와대를 도청했다’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당시에도 우리나라는 대통령, 청와대까지도 도청을 다 했다는 거니까, 이런 문제에 대해서 상당히 신빙성 있게 의심할 수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럼 이제 우리의 대응은 어떻게 해야 되는가, 생각을 좀 해야 될 텐데요. 곧 가디언지의 구체적인 내용이 실릴 거라고 합니다만, 만약 우리나라도 포함이 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옳다고 보세요?

◆ 우상호> 이건 분명합니다. 1차적으로는 사실을 확인하고 공식적으로 항의해야 됩니다. 이게 일종의 주권 침해거든요. 우방국간의 신뢰를 훼손한 주권침해 행위인데, 이거에 대해서 우리 정부가 ‘뭐, 그럴 수도 있지.’ 이렇게 넘어간다면 이건 주권 국가의 태도가 아니죠. 그래서 메르켈 독일 총리나 프랑스에서 항의한 수준으로 사실 확인 및 공식 확인을 해야 된다.

두 번째는 사과를 받고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야 됩니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암호체계라든가 우리나라의 보안 기능들에 대해 일제히 점검을 하는 겁니다. 미국이 우리나라를 들여다볼 수 있는 수준인데, 다른 나라는 안 들여다봤겠는가.

◇ 김현정> 예를 들어 북한은 우리를 안 들여다봤겠는가.

◆ 우상호>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암호 체계가 그렇다면 정상적인 보안이 가능한 거냐. 국가 정상과 대사관같이 기밀을 관리해야 할 그런 주요 부서에서 이렇게 맥없이 뚫렸다면 그건 국가적으로 굉장히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암호 체계 변경 등 후속 대응조치를 반드시 해야 된다, 이렇게 저는 생각합니다.

◇ 김현정> 우상호 의원과 함께 이번 미국 NSA 도청 사건을 좀 짚여봤습니다. 우 의원님, 오늘 개성공단 잘 다녀오시고요. 바쁘신 와중에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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