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상도청 의혹에 '엄중 주시' 말밖에 못하는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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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비트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35개국 지도자를 도청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외교당국은 사태를 엄중주시하고 있다는 공식 입장 발표와 함께 미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한 상태지만, 실체적 진실을 전달받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 이번 건도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29일 "지난 주말 미국 주재 한국대사관에 한국 정상에 대한 도청 여부를 확인할 것을 지시했다"며 "이번 의혹이 2006년에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으니 만약 도청이 있었다면 노무현 정부 이후일 것으로 보이는데, 좀 더 포괄적으로 사실 관계를 파악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미측에서 우리 정부의 요구에 앞서 "입장을 이해한다"라고 원론적으로 답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이 관계자는 "사실확인 요청에 대한 답변이 아니라, 미측 외교채널이 관계당국에 관련 내용을 전달하겠다며 우리 측에 한 말이 와전된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왜 이런 요구를 하는지, 미 외교당국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썼던 표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도청 이슈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처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한국 정상에 대해서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 경우처럼 구체적인 도청 정황이 나온 게 아니고, 가능성만 논의되는 수준"이라며 "아무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유럽 정상들의 반응처럼 격렬하게 반발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만 "한국 정상이 도청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이는 한미동맹 차원에서 덮고 갈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기 때문에 명확하고 단호한 입장을 미측에 전달해야 할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굴욕외교' 지적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가 순순히 도청을 '시인'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 더욱이 개별 국가를 상대로 도청 여부를 확인해 줄 계획도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미관계 관리 능력은 계속 도마 위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케이틀린 헤이든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우방과 동맹을 포함해 우리의 감시 능력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다"면서도 "현재 진행 중인 검토 사안에 대해서는 세부적으로 밝힐 수 없으며, 앞으로도 내부 논의에 대해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보 당국이 답변을 내놓지 않을 경우, 우리 정부 스스로 사실 관계를 파악할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엄중하게 대응해 나가겠다(조태영 외교부 대변인)"고 '말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도 지난 7월 주미 한국대사관에 대한 도청 의혹 때와 마찬가지로 유아무야될 가능성이 높다. 한 외교 소식통은 "정보수집과 관련해 미국은 최첨단 기술력을 가진 나라이고, 그 때문에 우리가 의지를 많이 하고 있는 나라"라며 "도청 여부를 파악할 기술도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사태 엄중 주시' 이상이 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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