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같은 '필리핀 납치강도사건'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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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이미지비트 제공)

 

현지 경찰들과 짜고 한국 관광객들을 납치, 돈을 뜯어낸 필리핀 현지 한국인 가이드에 중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이종림)는 16일 필리핀 현지 가이드 A(50)씨에 대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관광객들의 ‘무례함’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A씨. 당시 현지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사건의 재구성

지난해 2월 천안 모 체육회 소속 회원 12명은 최모 씨의 인솔 하에 필리핀으로 단체 여행을 떠난다.

일부 회원들은 현지 유흥주점에서 비용을 지불한 뒤 접대부를 고용했고, 이튿날 오후 몇몇 접대부가 부상을 당하자 교체를 요청하기에 이른다.

교체 과정에서 회원 B씨는 반말 등 무례한 행동으로 ‘환불’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최 씨와 주점 업주 이모 씨는 일행에 앙심을 품게 된다.

B씨가 접대부에게 마리화나를 보여줬다는 말을 들은 최 씨 등은 후배인 A씨를 끌어들이며 본격적인 범행 모의에 나섰다.

◈ 앙심 품은 가이드…마약 혐의 씌우기

이때부터 사건의 키는 A씨가 쥐기 시작한다.

A씨는 마리화나 3봉지를 구한 뒤 이 중 하나를 최 씨로 하여금 B씨의 가방에 넣도록 하는 한편 평소 알고 지내던 현지 필리핀 경찰들과도 범행을 모의한다.

그리고 사건 당일.

이날 오전 최 씨는 B씨 등 4명에 쇼핑을 제안한다. 자신을 따라나선 일행을 뒤따라가던 최 씨는 호텔을 나서자마자 갖고 있던 마리화나 봉지를 길바닥에 떨어뜨리고, 인근 봉고차에서 ‘대기’하고 있던 현지 경찰 5~6명은 곧바로 B씨 일행에 권총을 들이대며 체포한다.

경찰은 체포한 일행을 필리핀 마닐라의 실제 경찰서로 연행하고 감금했다.

이 과정에서 최 씨는 자신도 갑자기 체포당하는 것처럼 연기를 했고 일행들과 함께 경찰서에 감금됐다.

◈ 구세주 같았던 A씨, 사실은…

감금돼 있는 일행들을 찾아온 A씨. 현지어인 따갈로그어로 경찰들과 이야기를 나눈 A씨는 일행들에게 그 내용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경찰은 당신들이 호텔에 들어갈 때부터 마리화나를 소지했다는 신고를 받고 잠복하고 있었다. 필리핀이라는 나라는 재판까지 받으려면 1~2년 동안 교도소에 있어야 한다. 풀려나려면 1인당 600만원씩 모두 3000만원이 필요하다.”

겁먹은 일행은 한국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각 600만원씩 모두 2400만원을 송금하고 감금 7시간 만에 풀려나 한국으로 돌아왔다.

A씨 등의 영화 같은 범행은 하지만, 꼬리가 잡히고 말았다.

일행 가족으로부터 피랍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한국대사관과 필리핀 경찰에 수사 협조를 요청했고, 현지 경찰이 범행에 가담한 경찰 등 10명을 납치강도 혐의로 검거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외교통상부는 현지 경찰이 연루된 점에 대해 필리핀 측에 강력한 유감을 표시하는 한편 이들에 대한 엄중 처벌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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