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이 7일 당정 협의로 근로시간 단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로 합의한 데 대해 재계뿐 아니라 노동계도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재계는 우선 구인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경영자총연합회 김동욱 본부장은 "구인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서는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이 휴일 연장 근로였는데 연장근로가 제한되면 생산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고 밝혔다. 또 "대기업 근로자의 경우 연장근로수당이 줄어들면서 임금을 보전하는 문제 등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근로시간 단축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던 노동계는 우선은 반기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이번 당정 협의의 내용은 장시간 근로 관행을 해소하여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생산성 향상, 정부가 목표로 하는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 정부 고용률 70% 달성 급했나? 고용노동부는 여러 차례 "고용률 70% 로드맵을 통해 법정 근로시간 단축 뿐 아니라 국민들의 인식 변화를 통해 현장에서 장시간근로가 해소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를 강조한 바 있다.
이번 근로시간 단축 합의도 고용률 70% 달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야당의원과 여당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야당과의 논의 없이 정부가 성급하게 근로시간 단축안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노총 정문주 정책 본부장은 "여야가 낸 입법안이 차이가 나고 노동계와 사용자 단체 이견이 있는 만큼 충분히 논의하고 심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당정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근로시간 단축안은 지난해 7월 한정애 민주당 의원, 지난해 9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 지난 5월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근로시간 단축법을 이미 대표 발의해놓은 상태다. 또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고용률 높이기가 단순히 고용률 높이기만을 위한 시간제 일자리를 양산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은 "근로시간 단축 목표는 정규직 일자리 나누기로 나아가야 한다"며 "근로시간 단축으로 비는 일자리에 시간제 일자리로 채워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미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을 둔 법안이 있는데도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행정해석을 내놓아 68시간 장시간 근로를 용인해 온 고용노동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민주노총 김은기 정책국장은 "현행 법대로만 해도 실은 장시간 노동을 막을 수 있는데 고용부가 지금까지 유권해석을 잘못 내놓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겨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새누리당과 정부가 박근혜대통령 공약사항인 실노동시간단축을 협의하면서 고용노동부가 잘못 해석해온 행정해석의 변경이 아니라, 아무런 실효성도 없는 '무늬'만 단축된 법개정으로 국민들을 호도하자는 것으로, 이는 실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신규 일자리 창출에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