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사태 중심에 선 공권력 "인권유린"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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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가 사흘째 진행됐다.

송전탑 공사 현장 주변에서 경찰과 주민들의 충돌은 벌어지고 있지만, 경찰의 보호 속에 한전의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경찰은 20개 중대 2천여 명을 교대로 투입해 공사 현장을 지키고 있다.

공권력이 한전을 집중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한전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공사재개도 경찰이 대부분 현장을 먼저 선점해 공간을 확보하면서 시작될 수 있었다. 공권력이 없었다면 지난 5월 공사 때와 마찬가지로 주민들의 방해로 공사가 제대로 진행될 리 없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공사 방해 행위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대응하겠다고 미리 으름장을 놓았다.

창원지검과 창원지검 밀양지청, 경남지방경찰청도 지난 1일 공안대책지역협의회를 열어 밀양 송전탑 사태와 관련해 공사진행을 방해하려고 현장 점거를 하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공사반대 측 인원에 대해서는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현행범 체포하기로 하는 등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경찰은 연행된 시위자들 가운데 환경·반핵단체 회원 2~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반대로 주민들은 공권력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공권력이 한전의 공사 보호를 지켜주는 과정에서 주민들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다수가 고령의 노인인 대치 현장에서 공권력은 아무렇지도 않게 주민들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경찰의 인권유린에 대해 지적했다.

대책위는 "경찰은 텐트를 쳐 놓고 그 안에서 자면서 주민들이 천막을 치려하자 천막을 빼앗아버렸고, 주민들이 라면이라도 끓여먹으려고 불을 피우자 산불 위험이 있다면서 소화기로 불을 꺼 버렸다"고 밝혔다.

 


또, "경찰의 통제로 음식물 반입도, 통행도 제한되는 것은 물론, 주민들의 진입을 막는데만 정신이 팔려 어두운 밤 산속에서 노숙하는 주민들의 안전에 대해선 아무런 고려도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주민들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 공권력 투입됐지만, 주민들이 보기에 지금 주민들의 안전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존재가 바로 경찰"이라고 대책위는 주장했다.

앞서, 밀양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공권력의 행정대집행에 대해 지켜본 인권단체들도 경찰의 통행과 물품 반입 제한과 깊은 고랑과 낭떠러지에서의 막무가내 밀어내기 등을 지적하며, "공권력에 의해 밀양 주민들 극심한 불안상태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대책위는 인권 피해 상황이 심각한 상동면 도곡리 109번 송전탑과 126번 부북면 위양리 126번 송전탑 현장에는 주민 통행과 음식물 반입을 요청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 구제를 신청했다.

이쯤되자, 주민들의 공권력에 불신도 커지고 있다.

한 할머니는 "국민 지켜주는 게 경찰인데, 우리를 죽이려 들고 있는 것 같아 지금은 한전보다 경찰이 더 미운 게 사실이다. 주민들이 이렇게 싸우고 있는데, 경찰이 주민들을 내몰고 있다"고 격분했다.

이같은 공권력에 대한 주민들의 거부감과 불신이 공권력 투입의 나쁜 선례인 용산 참사와 같은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용산참사 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2일 성명서를 내고 "밀양의 상황이 심각하다. 벌써부터 공권력 투입은 제2의 용산참사가 예상된다는 우려들이 높다"며 "어제 오늘 밀양의 상황은 마치 2009년 1월 19일 공포가 엄습해 오던 용산 남일당 망루를 바라보는 것만 같아 애가 탄다"고 강조했다.

문정선 밀양시의원은 "공권력이 송전탑 공사를 할 수 있는 사실상 바람막이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주민들의 분노를 자극시켜 사고를 유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 김준한 공동대표는 "밀어붙이기식 공사 강행은 반드시 불상사를 불러일으키게 된다"며 "지금이라도 공권력을 빼고, 공사 강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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