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채동욱 검찰총장. (자료사진)
글자 그대로 '전대미문'의 일이다.
현직 검찰총장을 '혼외아들 의혹' 보도로 찍어 밀어내고 망신주기로 사표를 받은 일은 이전에도 없었고 아마 앞으로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채 전 총장에 대한 사표 처리는 법무부가 사표수리를 건의하고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28일 주말 오전에 처리됐다.
법무부가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해 이른바, 3가지 '정황근거'를 내세워 "혼외아들로 의심하기에 충분한 진술을 확보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총장의 사표를 수리하는 것은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니다'라는 명분을 줬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채 총장이 사의를 표명(9월 13일)하며 대검찰청을 떠나고 돌연 이틀 뒤인 지난 15일 청와대가 "검찰총장 사표처리를 하지 않았다. 진상규명 후에 할 것이다"라고 극적인 '반전'을 시도했던 때와는 너무도 상반된다.
법조계 인사는 참으로 '비참한 꼴' 이라고 개탄했다.
이 인사는 "지금 국면에서는 가장 좋은 해법은 사표처리와 검찰조직의 정상화라는데 이견이 없다. 그 방식밖에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사표수리를 위해 법무부와 검찰이 이토록 서로 큰 생채기를 내서야 되겠는가"라고 밝혔다.
검찰과 법무부 안팎에서도 법을 다루는 부서가 '정황 근거'로 단정짓는 것이 가능한 일이냐는 회의적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재경 지검의 한 관계자는 "추석 연휴까지 반납하고 채 총장의 선산을 찾아다니고 임여인의 10년전 사건기록까지 뒤져 본 법무부가 '카페출입, 사무실 방문, 임여인 잠적' 등 3가지 근거만으로 "혼외아들에 대한 충분한 진술이 확보됐다"고 결론 지었다고 발표하는 것을 보며 사실관계를 떠나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법원의 한 인사는 "마치 사조직 같았다"고 토로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대 교수도 트위터를 통해 "법무부 발표대로라면, A검사가 카페/레스토랑에 자주 출입하고, 그 주인이 검사사무실에 와서 대면을 요청하면, A에게 '내연관계+자식 의혹'을 씌워 사표받을 수 있다는 거"라며 "너희들이 법률가의 자격이 있는거냐? 읽는 사람이 오히려 창피할 논리"라고 질타했다.
청와대도 검찰총장의 사표처리를 마냥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법무부의 '자학적'인 감찰조사 결과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짐작은 간다.
그러나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조사 후 사표처리는 정부조직을 운영하는데도 두고두고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이번 사태는 정권의 입맛에 맞지않는 행위를 할 경우, 뒷조사로 찍어내고 망신주기로 사표를 수리하는 너무도 '공포스러운 교훈'을 남겼기 때문이다.
CBS노컷뉴스 구용회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