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강산 관광 재개위한 압박전술
- 주도권 다툼 아냐..실리적 측면 강해
- 보름 내 변화 없을땐 남북 다시 경색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
추석연휴 기간에 가장 안타까운 소식은 이산가족 상봉이 연기됐다는 뉴스였습니다. 상봉을 불과 나흘 앞두고 또 이렇게 꼬이네요. 북한의 일방적인 연기 통보, 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또 우리는 지금 어떻게 해야 옳은 걸까요. 이분의 생각을 들어보겠습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내셨죠. 정세현 원광대 총장, 연결이 돼 있습니다.
◇ 김현정> 보는 우리도 이렇게 착잡한데, 지금 ‘이산가족들 심경이 어떨까’ 참 짐작이 잘 안 될 정도죠.
◆ 정세현> 네, 아마 참 막막할 겁니다.
◇ 김현정> 아니 북한이 도대체 왜 이런 걸까요? 사실 이산가족 상봉은 누구나 다 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 정세현> 이것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일종의 압박전술이라고 봅니다.
◇ 김현정> 금강산 관광을 위한?
◆ 정세현> 네. 왜냐하면 거기 이산가족 면회소를 지어놓지 않았습니까? 물론 2008년 7월 박왕자 씨 피격사건 때문에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후 북쪽이 2012년인가, 그쪽에 있는 모든 남쪽의 시설, 남쪽의 재산 이걸 몰수 내지는 동결시키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 중에 그 이산가족 면회소, 약 한 6000평이 될 겁니다. 잘 지어놨어요. 그게 12층이나 되는 호텔급이죠. 그걸 쓰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압박전술, 그게 정례적으로 쓰이기 시작하면 사실상 금강산 관광 재개를 안 할 수 없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북한의 의도가 금강산 관광 재개 압박이라면, 아니 우리가 금강산 관광 재개 진행을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무산시키고 나면 오히려 역풍이 불어서 진행될 것도 안 되는 것 아닙니까?
◆ 정세현> 오히려 거꾸로 그런 국내 여론에 역풍이 불면 한국 정부가, 남쪽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면회소 쪽 사용을 먼저 제안하면서, 그동안에는 우리 쪽에서 먼저 제안하지는 않았죠. 그러면서 ‘금강산 관광이 정례화 되는 것 아니냐’하는 그런 계산을 했을 거라고 봐요.
◇ 김현정> 오히려 ‘역풍이 불게 되면 북한보다 남한 정부가 더 어려워질 거다, 곤경에 처할 것이다.’ 이런 계산?
◆ 정세현> 북쪽은 여론을 의식하지 않는 정치를 하지만, 외교에서도 그렇지만 우리는 여론을 의식해야 되지 않습니까? 물론 보수 여론도 있지만, ‘그런 북한하고 상대도 하지 말자’는 여론도 일어날 수 있지만 우선 이산가족 당사자, 이산가족들과 그 주변에 있는 국민들 그리고 남북관계가 잘 풀리기를 바라는 국민들은 ‘그런 문제를 가지고 북한과 계속 실랑이만 벌이지 말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것이 어떠냐.’ 하는 여론이 일어날 수 있다고 북한은 계산했을 거예요.
◇ 김현정> 사실 우리는 이번에 이산가족 상봉을 성공시키고 나서 차츰차츰 금강산 관광도 생각해 보자는 게 입장이었는데, 북한은 그러지 말고 빨리빨리 서둘러서 더 해라, 이런 쪽으로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는 말씀이세요.
◆ 정세현> 그렇죠. 우리는 ‘이산가족 상봉을 해 보고 그리고 금강산 문제를 풀자’ 이런 식으로 순차적으로 하자는 것이었는데 북쪽은 ‘묶어서 얘기를 끝내자.’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일각에서는 ‘남북이 주도권 다툼하고 있는 것 아니냐.’ 이렇게 보는 시각도 있더라고요. 그동안 북한이 개성공단 중단 카드 꺼내든 뒤로 계속해서 우리 정부에 끌려 다니는 모양새가 되다 보니까 말하자면 이번에는 ‘주도권을 잡고 싶어서 이런 것 아니냐’ 이 해석은 어떻게 보세요?
◆ 정세현> 그건 별로 저는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개성공단 재가동이 남쪽 정부의 원칙론에 따른 결과다. 북쪽이 거기에 굴복한 것이다.’는 식으로 해석도 했죠, 일부에서.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 일종의 앙갚음으로 금강산 가지고 남쪽 길들인다는 해석이 나오는데.
그것보다는 개성공단 재개 자체는 저는 중국과 북한 사이의 교감, 또 정확히 말하면 북핵 6자회담을 열기 위한 중국 측의 외교적 계산 때문에 북한을 설득 내지 압박해서 양보하도록 만든 측면이 더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쪽에 원칙에 굴복 했다기보다는.
◇ 김현정> 당시에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말씀이시네요.
◆ 정세현> 네, 그렇죠. 북쪽으로서는 그런 식으로 해서라도 자기들은 그거 아니라고 하지만 소위 임금이 들어가는, 돈줄이라는 표현을 싫어하는데 속셈을 들키면 우리가 화내지 않습니까?(웃음) 그래서 자기네들 경제적 필요도 있었고 중국의 권유도 있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해서 그 문제를 풀었다고 봐야죠, 개성공단은.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도 결국 이번에 연기하는 명분을 돈줄이라고 표현해서 기분 나빠서 안 한다는 식으로 얘기하지만 그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고, 다만 금강산 관광 재개를 확실하게 보장받기 위해서 계산된 행위라고 보는 거죠.
◇ 김현정> 그러면 이대로 이산상봉은 끝나는 건가요? 아니면 잠깐 이러다가 다시 재개될 수 있는 건가요?
◆ 정세현> 금강산관광 재개문제에 대한 남쪽 정부의 확실한 메시지라고 할까요? 약속 같은 것이 나가면 재개될 수 있죠.
◇ 김현정> 확실하게 대답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꼬인 상황에서.
◆ 정세현> 오늘내일 사이야 안 되죠. 시간이 지나고 국제여론도 인도주의 문제를 가지고 이렇게 힘겨루기를 하면 되느냐 하는 여론이 또 일어날 수 있죠. 그때까지 북한은 기다려 보겠다는 거고, 그때쯤 되면 우리 정부도 약간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봅니다. 개성공단도 그러지 않았습니까?
◇ 김현정> 그렇다면 그 시간을 얼마나 생각하세요? 오늘내일은 아니라고 하셨는데요.
◆ 정세현> 오늘내일은 물론 아니고 보름 내지 20일까지 상황을 지켜봐야죠.
◇ 김현정> 보름이면 비교적 가깝다고 생각을 할 텐데 우리 정부가 그 안에 움직일 수 있을까요? ‘원칙론 중요하다, 원칙대로 하니까 이렇게 지금까지 북한 문제 잘 풀려온 것 아니냐.’ 이런 분위기 속에서?
◆ 정세현> 네. 남북 관계 특히 정확하게 말하면 상대가 있는 문제에서 어떻게 100대 0으로 이기려고 합니까? 51대 49 이런 정도로 이겨야지. 지금 보수여론은 100대 0이기를 바라는데 51대 49 정도로 해서 양보했다는 그런 모양새를 만들 수 있도록 여유를 주고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 줘야죠. 북쪽은 사실 이산가족 상봉이 인도주의 문제라고 보지 않아요. 굉장히 정치적 부담이 큽니다. 남북 체제가 바로 비교되니까.
◇ 김현정> 만약 보름 안에 양측이 유연한 자세로 전환하지 않으면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장기화 될 수도 있겠네요?
◆ 정세현> 장기화되는 거죠. 보름 내지 늦어도 20일 안에 서로 입장이 조금씩 바뀌어서 접점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북쪽이 그런 상황을 만들기를 기다리는 것은 실은 불가능하고 우리가 좀 움직여줘야죠.
◇ 김현정> 결국 여기에서 엉키게 되면 개성공단 문제며 여러 가지 잘 풀려가던 남북 관계가 다시 경색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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