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식의 이산가족들 "차라리 상봉자 선정 안됐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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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9-2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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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21일 성명통해 상봉행사 연기 선언

이산가족 상봉을 나흘 앞두고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일방적으로 연기한다고 밝힌 가운데 2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에서 관계자가 굳은 표정으로 전화를 받고 있다. (윤성호 기자)

 

"60년을 이렇게 살았는데 뭐…허허. 정부에서는 아직 얘기가 없었는데. TV로 봤어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진한 슬픔보다는 허탈함이 짙게 묻어 있었다.

오는 25일부터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에서 60년만에 형과 만날 예정이었던 김기영 할아버지(79)에게 상봉의 기쁨은 또다시 허락되지 않았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을 연기한다고 전격 발표했기 때문이다.

요 며칠간 형을 기쁘게 해 줄 선물을 알아보느라 설렜던 마음은 실망감이 대신했다.

"최종 연락받고…좋았지. (선물도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었는데 TV보니 그렇게 나오더라고…그래서 그런가"

지난 몇 십년간 기다림에 익숙해져있어서일까. 김 할아버지는 애써 TV에서 전문가들이 내놓은 예측을 언급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아까 TV에 어떤 박사가 나와서 10월 중순이나 말쯤 된다고 하니까 그때나 되려나 보다…생각하면서 그냥 있는거죠"

어머니를 모시고 북쪽의 외삼촌을 만나기로 했던 윤화용(51)씨는 어머니의 심경만 생각하면 아직도 속이 상한다.

외삼촌과 상봉이 결정되자 뛸듯이 기뻐하던 어머니에게 상봉이 연기됐다는 뉴스는 가슴을 저미는 비수로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엄청 기대했죠. 어머니께서 평생 소원이었고 (상봉자 선정 소식을) 듣고 아주 좋아하셨는데…살아있을 때 한번 보겠구나…이런 기대가 아주 컸죠"

윤씨는 차라리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없었으면 어머니의 실망도 없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어머니가 아침에 뉴스 먼저 보시고 확인해보라고 했어요. 그래서 뉴스보고 있거든요. 차라리 이산가족 상봉자로 선정되지 않았다면 기대도 없었을텐데…"

6.25때 간호 고등학교를 다니다 북한군에 의해 끌려간 언니 리임순(80)씨를 만날 예정이었던 이연숙 할머니(78).

북으로 끌려가던 중 폭격에 휩쓸려 죽은 줄만 알았던 언니가 먼저 상봉 신청을 해오면서 남쪽에 있는 할머니의 동생과 세 자매가 감격적인 해후를 준비하고 있었다.

상봉이 연기됐다는 뉴스에 "맥이 빠진다"던 이 할머니는 죽은줄 알았던 언니에게 꼭 한마디를 전하고 싶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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