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채동욱 검찰총장이 지난 금요일 사의를 표명하고 검찰을 떠났는데 청와대가 뒤늦게 "사표 수리 안했다"면서 "진상규명이 우선"이라고 밝히고 나왔다.
청와대가 채동욱 총장을 '찍어냈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인데 청와대가 이틀 동안 여론의 추이를 바라만 보고 있다가 뒤늦게 '채동욱 총장의 개인 문제'라는 새로운 '묘수'를 들고 나온 것이다.
청와대의 '절묘한 묘수'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던 검사들의 반발이 수그러들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도 '3자회담'을 예정대로 하겠다며 강력반발에서 사태 관망으로 돌아섰다.
채동욱 검찰총장도 처지가 난감해졌다. 청와대가 사표수리가 안됐다고 밝히면서 16일로 예정된 퇴임식을 취소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청와대는 왜 채동욱 총장 사표수리 못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일단 청와대가 왜 채동욱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나?
13일 오후 사퇴 발표를 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송은석기자/자료사진
= '청와대 기획설' 또는 '청와대 음모설'이 설득력 있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채 총장의 사표를 곧바로 수리할 경우, 청와대가 채 총장을 몰아냈다는 주장이 기정사실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사표를 곧바로 수리했다면 검사들의 반발을 비롯해 이번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청와대는 채 총장 사퇴가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와 청와대 개입설까지 불거지는 등 정치적 이슈로 급부상하자 이번 사안을 철저하게 정치적 문제가 아닌 개인적인 일로 분리해서 대응 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또 어렵게 마련된 여야 대표와의 3자회담이 이번 문제로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바둑으로 보자면 아주 절묘한 묘수가 나온 것이다.
▶왜 묘수라고 하는 거냐?= 채동욱 총장은 금요일인 지난 13일 전격 사퇴했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틀 동안 "청와대는 무관하다"는 입장만 보였을 뿐이다.
그리고 황교안 법무장관은 "법무장관이나 차관이 검찰총장의 사퇴를 종용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황교안 법무장관은 채 총장의 사의에 대해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사의를 수용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청와대가 여론의 추이를 보다가 갑자기 "채동욱 총장의 개인문제"라면서 국면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이 수는 타이밍이 적절하면서 아주 절묘한 묘수가 된 것이다.
우선 채동욱 검찰총장의 개인문제로 돌리니까 검찰 내 반발기류가 확 줄었다. 일요일인 어제 오후 서울 북부지검과 부산지검에서 평검사 회의가 예정돼 있었는데 '사표수리 보류'와 '채동욱 총장 개인문제' 라는 청와대 발표 이후 취소됐다.
▶ 청와대 발표를 보면 채동욱 총장이 진상을 밝히기 전 스스로 물러났다는 것인데?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 자료사진
=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이 이런 말을 했다. "논란이 길어질 것 같으니까 법무부 장관이 지난주 (감찰을) 지시한 것" 이라며 "채 총장도 의혹을 해소하면 탄탄해지는데 왜 물러났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나가라고 하지 않았는데 채동욱 총장이 지레 먼저 나갔다는 취지이다.
이정현 수석은 "기획설 배후설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 적절치 않다"면서 "채동욱 총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사의표명 하기 전에 진실 먼저 밝히는 게 도리다. 법무부에서 검찰에 미리 자체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검찰이 못하겠다'라고 해서 부득이하게 상급기관인 법무부가 감찰 지시가 아니라 감찰관 통한 진상규명 지시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지난 금요일 대변인을 통해 공개적으로 채동욱 총장에 대한 감찰조사를 발표했는데 청와대는 감찰이 아니라 "진상규명을 지시한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그렇지만 진상규명 지시를 법무부 장관이 감찰관도 해외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서둘러 공개적으로 대변인에게 발표하라고 지시했다는 건 어딘가 어색하고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 듣고 보니 지난번 김학의 차관의 성접대 논란 때는 법무부가 조용했던 것 같은데? = 그렇다 황교안 장관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수수방관했다.
고등학교 선배여서 그랬는데 청와대가 신임하는 차관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황 장관은 진상규명이나 감찰을 지시하지 않았다.(지시했더라도 공개되지 않았다.)
법무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대변인을 통해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씨와 모르는 사이라고 한다.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는 김 전 차관의 주장을 전달하는 정도였다.
▶청와대가 무관하다고 했는데 홍경식 민정수석이 '혼외자' 의혹이 제기된 뒤에 채동욱 총장을 만났다는데? 청와대가 연루된 것이 아닌가?= 최소한 청와대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홍경식 민정수석/자료사진
홍경식 민정수석이 지난 8일(조선일보의 '혼외자' 의혹이 보도된 지 이틀 뒤) 채동욱 총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홍경식 수석이 문제의 임00씨 전화번호를 건네며 전화를 해보라고 요청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홍 수석은 우리는(민정수석실) 연락이 안 된다. (채 총장이)전화를 해서 사태를 빨리 해결해야 할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하며 통화를 권유했다는 것이다.
민정수석실 관계자도 임모씨 모자의 혈액형 등 개인정보를 가까운 검사들에게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내부에서는 채 총장의 '혼외자' 논란을 청와대가 기획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으며 기획 또는 정보를 흘렸을 것으로 의심되는 관계자들의 실명이 거론되고 있다.
황교안 장관과 국민수 법무부 차관도 채동욱 총장에게 여러 차례'감찰을 받아야 한다'는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 총장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을 했는데도 법무부가 공개적으로 감찰을 발표했다.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가 불신임인가?= 채동욱 총장이 "검찰총장으로서 하루라도 감찰을 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법무부가 채동욱 총장에 대해 감찰에 착수했다는 보발표가 나온 직후 검찰 고위간부 여러 명에게 물어보니 이구동성으로 "나가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참여정부에서 당시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반발해 검찰총장 자리에서 물러났던 김종빈 전 검찰총장도 "(법무부의 감찰 발표는) 총장에 대한 불신임의 뜻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며 "사퇴는 불가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따라 사퇴했듯이 법무부 장관의 감찰총장에 대한 공개감찰 지시는 불신임이라는 얘기다.
황교안 장관은 "채동욱 총장의 사퇴를 종용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고 청와대도 "채동욱 총장이 왜 나갔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법무부나 청와대가 채동욱 총장을 찍어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억지 변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꼼수를 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검찰의 중견간부는 "자르는 방식도 더럽더니 발 빼는 방식은 더하네. 그 말을 믿으란 말이냐. 그 정도로 면피가 된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참 대단하다"라고 말했다.
▶검찰총장이 정정보도 소송도 내고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고 했는데 그러자 마자 공개 감찰을 발표한 건 좀 의아해 보이는데?= 청와대가 밝힌 대로 진상규명이 중요했다면 이런 방법은 옳지 못한 것 같다.
검사들이 반발하는 것도 법과 절차에 어긋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채 총장이 해당 보도를 한 언론에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유전자검사도 조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혔으면 추이나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니겠나?
사실 법무부의 공개감찰 발표는 총장의 강경한 대응에 맞선 또 하나의 묘수를 동원한 것이다. 김종빈 전 검찰총장은 채 총장의 입장이 나온 지 하루 만에 감찰 방침을 밝힌 것은 "채 총장과는 '같이 가기 싫다'란 뜻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채동욱 총장과 청와대(법무부)의 일종의 수 싸움인데 채동욱 총장이 제기한 정정보도 소송을 지켜보자면 시간일 걸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청와대 보다는 채동욱 총장이 여론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번 밝혔던 대로 채동욱 총장의 친자가 아닌지 의심을 받고 있는 '채 군' 유전자 검사를 강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또 유전자 검사가 머리카락이나 몸에서 나온 체액 등을 쉽게 채취해서 확인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심각한 인권유린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또 법무부가 진상조사나 감찰에 나선다고 해서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법무부의 감찰조사 발표는 채동욱 총장의 사퇴를 불러온 묘수이긴 하지만 검사들의 반발을 불러온 악수이기도 하다.
▶계속해서 묘수니 꼼수니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데?
13일 오후 사퇴 발표를 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송은석기자/자료사진
= 바둑 격언에 '묘수 3번이면 필패'라는 격언이 있다. 묘수는 정수(바둑에서는 정석)는 아니다. 그런데 효과는 있다. 묘수를 꼼수라고 하기도 한다. 바둑에서 하수가 절묘한 수를 내서 위기를 모면하기도 하지만 판이 끝나면 주로 패배한다. 그래서 '묘수 3번이면 필패'라는 말이 있는 것인데 이번 사태에서도 청와대(법무부)의 묘수가 효과가 길게 갈 지 아니면 악수로 결말이 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채동욱 총장과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이미 3번의 묘수가 나왔다.
첫 번째는 조선일보를 통한 '혼외자 의혹'을 터뜨린 것이다. 조선일보가 취재경위를 자세하게 보도했지만 법으로 금지된 개인정보를 어떻게 입수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정보기관이 아니면 보기 불가능하다는 학생부 기록과 가족관계 등록부, 출입국 기록을 어떻게 입수했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가 됐건 국정원이 됐건 불법적으로 개인정보를 열람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엄청난 후폭풍에 휩싸일 것이다.
두 번째는 법무부의 사상 유례없는 검찰총장에 대한 공개 감찰조사 발표다.
청와대에서는 임채진 전 검찰총장의 삼성 떡값 의혹에 대해 감찰을 한 사실이 있다고 설명을 했지만 이번 사례와는 분명 다르다.
법무부 장관이 대변인을 시켜 검찰총장의 감찰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건 총장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이걸 아니라고 변명한다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검찰내부의 반응이다.
채동욱 총장이 정정보도 소송을 내면서 유전자 검사를 조속히 받도록 하겠다며 강하게 나가자 새로운 묘수를 들고 나와서 채 총장을 밀어낸 것이다.
세 번째 묘수는 청와대의 "사표수리 안했다"와 '총장의 개인문제'라는 발표다.
첫 번째 묘수는 효과는 엄청났지만 후폭풍이 거셌고 두 번째 묘수는 검찰총장의 사퇴를 가져왔지만 검사들의 반발이라는 거센 풍랑을 만났다. 세 번째 묘수가 일단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검찰총장을 찍어냈다'는 것이 비판적인 여론의 핵심 요지인데 이를 무력화 시켰기 때문이다. 전국으로 확산되던 평검사들의 반발도 일단 관망하자는 쪽으로 돌아섰고 민주당도 3자회담을 예정대로 받아들였다.
그렇지만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파동은 진행형이기 때문에 결말이 어떻게 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묘수가 끝까지 효과를 발휘하기 될 지 일시적으로 난국을 타개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악수가 될 지 여부를.
▶채동욱 총장의 친자가 아닌 것으로 판명이 되면 청와대가 사표를 반려하나?=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진상규명이 중요하다고 발표했으니까 청와대로서는 반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채동욱 총장이 사표가 반려됐다고 다시 총장직을 수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총장이 사퇴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검찰에서 떠났는데 청와대가 반려한다고 해서 이를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일반적으로는 재신임 했으니까 받아들이면 되지 않느냐는 얘기들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검찰의 문화는 그게 아니다. 상명하복의 철저한 관계인 검찰조직에서 지휘권이 흔들린 검찰총장이 다시 총장직을 수행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청와대가 사표를 반려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걸 알고서 반려 할 수도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사표를 반려했는데 채 총장이 이를 받아들여 총장직을 다시 수행하겠다고 나선다면 정말 난감할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어쨌건 이번 사건의 핵심은 채동욱 총장의 혼외자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를 가리는 것 아니겠나?= 그렇다. 이번 사건이 워낙 복잡하고 이슈가 많지만 해법은 아주 간단하다. 친자인지 아닌지를 밝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무엇도 할 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문제 제기에서부터 지금까지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치졸하고 저급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진상규명을 하지 않고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가정을 하기는 어렵지만 만약 '채 군'이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채동욱 총장의 친자로 밝혀진다면 청와대가 채 총장을 쫓아내기 위해 기획을 했건, 채동욱 총장을 찍어냈건, 불법으로 개인정보를 들여다봤건 간에 할 말을 잊게 된다.
청와대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관련된 정보와 조사를 충분히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저렇게 세게 나가는 데는 뭔가 있을 것이라는 의문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법무부가 사실조사를 한다. 감찰을 한다. 진산규명을 한다는 얘기가 계속 나온다면 이 문제는 검찰권의 독립이나 검찰총장의 임기제 보호나 이런 이슈보다는 친자가 맞냐? 아니냐? 유전자 조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그런 진흙탕 논쟁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질 때까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CBS노컷뉴스 권영철 선임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