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 송 : FM 98. 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8월 12일 (월)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박남순 태평양전쟁 피해자 유족

◇ 정관용> 일제강점기 당시에 전쟁에 강제로 끌려 나간 분들 많습니다. 또 그리고 아까운 목숨을 잃은 분들. 그런데 그분들 가운데 상당한 숫자가 어이없게도 이 야스쿠니신사에 합사가 되어 있다고 그래요. 이걸 철회해 달라. 이런 합사취소 소송이 계속 진행 중에 있는데. 그 중의 한 분 박남순 여사의 목소리를 좀 들어봅니다. 여사님, 안녕하세요?

◆ 박남순>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정관용> 아버님이 이러면 언제 징용된 거예요?

◆ 박남순> 42년에요.

◇ 정관용> 42년. 그때 여사님은 몇 살이셨어요?

◆ 박남순> 엄마 뱃속에 있었습니다. (웃음)

◇ 정관용> 아이고, 그러셨어요?

◆ 박남순> 네. 9개월 만에 가셨어요.

◇ 정관용> 9개월?

◆ 박남순> 네. 뱃속에 9개월 된. 아직 10달이 안 됐어요. 나올 시간이 안 됐어요.

◇ 정관용> 그런데 징용되셨고, 결국은 아깝게 세상을 뜨셨고. 그렇죠?

◆ 박남순> 네.

◇ 정관용> 세상 뜨셨다는 것을 언제 아시게 되셨어요?

◆ 박남순> 저는 어렸으니까 할머니, 할아버지가 말씀을 잘 안 하셔서 한 7, 8살 때쯤 확실하게 안 것 같아요. 아버지가 안 계시다는 것을.

◇ 정관용> 그런데 그 유해가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돼 있다는 것은 또 언제 아시게 됐습니다.

◆ 박남순> 2011년에요.

◇ 정관용> 2011년. 재작년?

◆ 박남순> 네.

◇ 정관용> 어떻게 아시게 되셨어요? 이걸.

◆ 박남순> 그걸 이쪽에서 서류를 하려고 떼니까 재적등본에 군사 저거를 뗐더니 거기에 야스쿠니신사에 있다는 도장이 찍혀서 그것을 일본 가서 확인을 했습니다.

◇ 정관용> 잠깐만요. 뭐를 뗐다고요? 어떤 서류?

◆ 박남순> 군인들 돌아가신 명세서가 있어요. 군용 명세서. 그거를 뗐는데.

◇ 정관용> 예를 들면 군인사망명세서 이런 건데. 그것을 일본에서 떼셨겠군요? 발부를 받으셨겠군요?

◆ 박남순> 그건 우리 여기서 뗐어요.

◇ 정관용> 여기에 이런 기록이 다 있습니까?

◆ 박남순> 네,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럼 우리 정부 어느 부처에 가서 그걸 떼신 거예요?

◆ 박남순> 위원회가 지금은 있어요.

◇ 정관용> 어떤 위원회죠?

◆ 박남순> 유족위원회라고 있는데요.

◇ 정관용> 일제강점하의 유족위원회요?

◇ 정관용> 네. 거기서 아버님이 강제 징용돼서 전쟁 중에 사망했다는 증명을 해달라라고 서류를 뗀 거군요?

◆ 박남순> 네.

◇ 정관용> 그랬더니 거기에 야스쿠니신사로 돼 있다?

◆ 박남순> 네. 거기에 증명서에 군속으로 돼서 거기에 서류에 있어요. 도장이 찍혀 있어서 그걸 가지고 우리 활동하는 분이 계셔요. 우리 회장님이. 그래서 그분하고 2011년 야스쿠니신사 가서 그쪽 변호사님하고 같이 가서 서류를 뗐어요. 떼서 확인을 했습니다.

◇ 정관용> 야스쿠니 신사에 가서 보니까 아버님의, 아마 창씨개명한 이름이겠죠?

◆ 박남순> 네, 그렇죠.

◇ 정관용> 그 이름이 거기에 딱 쓰여 있었어요?

◆ 박남순> 쓰여 있는 게 아니고 이게 우리나라의 주민등록 떼듯이 가서 서류를 신청을 해서 떼서 바꿔요.

◇ 정관용> 이런 분들이 몇 분이나 되신 답니까?

◆ 박남순> 한 2만 1000여 명?

◇ 정관용> 2만 1000명?

◆ 박남순> 그런데 그것도 들은 얘기니까 저는 확실하게 모르죠. 더 많은지 더 적은지.

◇ 정관용> 일제강점 하에서 억지로 끌려가셔서 돌아가신 것만 해도 속 터지는데. 일본 전범들이 모여 있는 야스쿠니신사에 거기 같이 계시다?

◆ 박남순> 네.

◇ 정관용> 처음에 그 소식을 듣고 느낌이 어떠셨어요?

◆ 박남순> 그러니까 분통이 터지죠. 제 마음대로 뺄 수 있다면 빼내고 싶고. 자식 된 도리로서 지금이라도. 지금도 아버님은 식민지 국민으로 당하고 있는 거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 박남순> 그래서 너무너무 지금 원통하고 분하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지금 야스쿠니신사에서 합사되어 있는 것을 철회해 달라. 이런 소송을 지금 제기하신 거죠?

◆ 박남순> 네. 빼 달라.

◇ 정관용> 어디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시는 거예요?

◆ 박남순> 야스쿠니를 상대해서 한 거죠.

◇ 정관용> 언제 소송을 제기하셨습니까?

◆ 박남순> 아직 안 했어요. 저희는 2차라. 1차는 해서 패소했어요.

◇ 정관용> 1차는 대법원까지 다 패소했나요?

◆ 박남순> 대법원은 10월 23일날.

◇ 정관용> 10월 23일날.

◆ 박남순> 네.

◇ 정관용> 그런데 1심에서는 일단 패소를 했군요?

◆ 박남순> 네.

◇ 정관용> 그럼 2차는 언제쯤 소송에 들어가실 예정인가요?

◆ 박남순> 지금 예정은 10월 23일이 날짜니까 23일날 하려고 있는데 잘 모르겠어요. 뭐가 잘 될는지 안 될는지.

◇ 정관용> 아, 1차 소송단의 대법원 확정판결 전날 소송을 거신다?

◆ 박남순> 네. 할 예정인데.

◇ 정관용> 1차 소송했을 때 1심에서 질 때 재판부, 일본 재판부가 뭐라고. 어떤 논리를 펴던가요?

◆ 박남순> 뭐라고요. 우리 보고 견딜만한 아픔이니까 견뎌라.

◇ 정관용> 뭐라고요? 견딜만한 아픔이요?

◆ 박남순> 네.

◇ 정관용> 그걸 자기들이 어떻게 안 답니까? 견딜만한지 안 한지.

◆ 박남순> 그러니까요. 견딜만한 아픔이니까 견뎌라. 죽을 정도는 아니다. 그걸 보고서 진짜 기함을 했습니다.

◇ 정관용> 아이고. 다시 2차 소송에 들어가도 일본 재판부가 똑같은 소속이기 때문에 똑같은 판결을 내리지 않을까요?

◆ 박남순> 그런 게 더 많죠.

◇ 정관용> 그러니까 이길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소송을 제기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 박남순> 자식 된 도리로서 아직도 거기에 아버지의 이름이 있다는 게. 제가 제 생명이 있는 동안에는 아버지의 이름을 뺐으면 좋겠어요.

◇ 정관용> 지금도 식민지당하고 있는 아버지. 자식 된 도리로서 꼭 빼야 되겠다?

◆ 박남순> 그렇죠. 왜 그러냐하면 지금 창씨된 성함으로 성씨로 해서 계시니까. 그걸 자식이 그걸 알고서는 그냥 있을 수 없잖아요.

◇ 정관용> 네. 며칠 있으면 8.15광복절인데. 일본 각료들이 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할 예정이라고 하거든요.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 박남순> 그건 정신없는 사람이죠. 그건 자기네 잘못을 모르고 자기의 기분만 생각한 거죠. 남의 나라에 그만큼 피해를 줬으면 반성할 줄을 알아야죠.

◇ 정관용> 일본 정부를 향해서 한 말씀 마지막으로 해 주신다면?

◆ 박남순> 한마디로 일본은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고. 또한 한마디로 야스쿠니를 위해서 말을 한다면 그곳에 원자폭탄을 던질 수 있다면 제가 던졌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참, 속 타는 그 마음.

◆ 박남순> 막막합니다.

◇ 정관용> 저희가 다 헤아릴 수 없겠습니다만. 어쨌든 이기든 지든 소송으로 끝까지 내 주장을 펴겠다. 이 말씀이시로군요.

◆ 박남순> 하는 데까지 봐야죠.

◇ 정관용> 오늘 도움 말씀을 잘 들었습니다.

◆ 박남순> 감사합니다. 수고하십시오.

◇ 정관용> 네. 어처구니없는 법원의 논리. 견딜만한 아픔이니 견뎌라 했답니다. 정말 더 속이 터지는군요. 박남순 여사의 말씀을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