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사기당한 국민은행 가보니..."우리도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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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원 위조 수표로 인출 사건에 대해 경찰이 공개 수사에 나선 가운데 영화같은 사기 수법에 당한 국민은행 정자동 지점은 26일 사건 뒷수습으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26일 오후 1시 경기도 수원시 국민은행 정자동지점. 점심 시간이라 손님이 없이 한가한 분위기였지만 직원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전화기를 붙잡고 바쁜 걸음으로 은행 안을 돌아다녔고, 은행 창구 뒤 '고객 상담실'에서는 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무언가를 논의하고 있었다.

은행 출입구 왼편에 위치한 VIP 룸에서는 중년의 여성 고객 2명이 불안한 표정으로 자신이 금고에 맡긴 금품을 확인 하기도 했다.

지난 12일 오전 11시 용의자 최영길(61)은 이 은행에서 위조된 100억원짜리 수표를 내고 현금을 인출했다.

최 씨는 VIP 룸을 이용하지 않고, 번호표를 뽑은 뒤, 일반 창구에서 100억원을 50억씩 각각 계좌이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은행 직원은 거액의 수표를 육안으로 확인한 뒤, 감별기를 통해 수차례 위조 여부를 파악했지만 가짜 수표를 걸러내지는 못했다.

최 씨가 은행 창구에 제시한 수표는 지난 1월 국민은행 동역삼지점에서 발급받은 1억원짜리 자기앞수표로, 최 씨는 이 수표에 100억원 수표의 발행 번호를 위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최 씨는 공범들과 함께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명동 일대 은행을 돌며 100억원을 모두 인출해 달아났다.

공범 중 일부는 경찰에 붙잡혔지만 주범 최 씨는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100억원 인출이라는 희대의 금융 사기 사건에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국민은행 정자점을 이용하고 있는 정모(64)씨는 "은행이 그렇게 허술하게 돈을 내줬는지 믿기지 않는다"며 "은행에 있는 내 돈도 걱정된다"고 불안함을 나타냈다.

또 다른 고객 김모(44,여)씨도 "지난주 상담이 끝난 대출건에 대해서 은행이 오늘 갑자기 깐깐하게 서류를 더 요구했다"며 "사고가 터지고 나니 은행이 몸을 사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는 "수표를 받았을 당시 직원이 여러 차례 진위 여부를 파악했다"며 "저희도 피해자인 만큼 경찰 수사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달아난 주범 최 씨 등 3명을 공개 수배하는 한편 다른 공범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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