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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비밀 해제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근거로 새누리당이 "NLL 영토주권 포기론" 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NLL 포기' 발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노 전 대통령은 반대로 "남북 기본합의 원칙대로 협의해나가자"며 NLL을 고수했고, 역으로 서해 평화협력지대를 설정해 무력충돌을 막자는 제안을 했다.
25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대화록 전문에 따르면, NLL 관련 '포기' 언급은 북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입에서만 나온다.
일단 현대그룹 고 정몽헌 회장이 2000년 방북해 해주항 개발권을 요구했는데 이를 김 전 위원장이 허가하려 하자, 북한 군부가 반발했다는 김 전 위원장의 전언에서 '포기'라는 표현이 한 차례 등장한다.
김 전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에게 "당시 군부에서 '담보'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북방한계선을 양측이 다 포기하는, 서해 북방군사분계선 경계선을 쌍방이 다 포기하는 법률적인 이런 것을 하면 해상에서는 군대는 다 철수하고 경찰이 순시하는"이라고 언급했다.
김 전 위원장의 두번째 '포기' 언급은 "(노 전 대통령의) 서화 평화협력지대 설치 제안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평화협력지대는 서부지대인데 서부지대는 바다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해결되기 어렵다"고 말한 뒤 나온다.
그는 이어 "실무적인 협상에 들어가서는 '쌍방이 다 과거에 정해져 있는 법을 다 포기한다'고 그때 가서 하고, 이 (평화협력지대) 구상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발표해도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노 전 대통령이 방북에 앞서 정상회담 의제로 준비했던 '서해 평화협력지대 설정' 문제로 장시간 대화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NLL 관련 부정적 사견을 밝히긴 했지만, "남북 기본합의 원칙대로 논의를 이어가고, 대신 평화협력지대를 설정하자"는 주장을 폈다.
1992년의 남북 기본합의서 10조는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구역은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온 구역으로 한다"고 적시돼 있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의 입장은 'NLL 고수'가 된다.
노 전 대통령은 오전 회의 모두발언에서 먼저 "해주지역에 중공업 위주의 서해 남북공동경제 특구를 설치하면 개성·해주·인천을 잇는 세계적 경제지역으로 발전이 가능하다. 서해의 평화적 이용과도 연결이 돼 남북 공동번영과 평화정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말을 받은 김 전 위원장은 직설적으로 NLL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적대관계를 완전히 종식시킬 데 대한 공동의 의지가 있다는 것을 하나 보여주자 하니까, 서해 군사경계선 문제를 던져 놓을 수 있지 않는가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주장하는 군사경계, 남쪽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 이것 사이에 있는 수역을 공동어로구역 아니면 평화수역으로 설정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문제는 위원장하고 나하고 관계에서 좀 더 깊이있는 논의를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내가 봐도 숨통이 막히는데 그거 남쪽에다 그냥 확 해서 해결해 버리면 좋겠는데, 군사적으로 안보위협이 생긴다고 보고하는 사람들부터 있고, 이 문제를 전혀 무시할 수는 없다"고 신중론을 폈다.
노 전 대통령은 특히 "지금은 내가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려 있어서 그 얘기를 바로 꺼내기 어렵지만"이라며 "이걸 풀어나가는데 좀더 현명한 방법이 있지 않겠느냐. NLL 가지고 이걸 바꾼다 어쩐다가 아니고, 그건 옛날 기본합의(남북 기본합의) 연장선상에서 앞으로 협의해나가기로 하고"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여기에는 커다란 어떤 공동번영을 위한 그런 바다이용계획을 세움으로써 민감한 문제들을 미래지향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대안을 제시했다.
당장 NLL을 폐지하는 게 아니라 평화협력지대 구상에 합의함으로써 점진적 평화를 구축해나가자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NLL이라는 게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 돼 있다"면서 "서해 평화지대를 만들어서 공동어로, 한강하구 공동개발, 자유 통항을 위해 그림을 새로 그려야 한다. 군대가 못 들어가게 하고 양측 경찰이 관리하는 평화지대"라고 지적했다.
CBS노컷뉴스 장관순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