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코앞 '피아노 소매상', 들어가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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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업소로 위장해 성매매업...단속도 무용지물

 

지난달 19일 용인 서부경찰서 생활질서계 단속 직원들이 용인시 풍덕천동의 한 피아노 소매상을 급습했다.

노란색 간판의 피아노 소매상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니 매장 안에는 악기 대신 '00 다방'이라고 찍힌 곽티슈가 가득 놓여 있었다.

"인근 모텔로 출장 성매매 보내셨죠? 성매매 알선한 혐의로 체포합니다. 아가씨도 이리 오세요.“

지난해 9월 업주 김모(37)씨는 중학교에서 150미터 떨어진 이 곳에 월세로 가게를 얻고 ‘장사’를 시작했다.

유리창을 모두 불투명 시트지로 가리고 낮에는 문을 굳게 닫아 놓았던 '피아노 가게'는 밤이 되면 본모습을 드러냈다.

김 씨는 여종업원 2명을 고용한 뒤 인근 모텔에 출장 성매매를 보내고 홍보 번호가 찍힌 곽티슈를 모텔 등지에 뿌려 영업을 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김 씨는 또 이전 가게가 사용하던 피아노 소매상 간판도 그대로 사용했다. 주택가 사이에 자리잡은데다 간판까지 평범해 주민들도 처음엔 이 가게가 성매매 업소라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중학교에서 150미터 떨어져 있어 학교정화구역에 해당됐지만 위장 업소여서 단속이 쉽지 않았다”며 "업주가 돈을 주지 않고 성매매를 시킨다는 여종업원의 신고가 없었다면 가게를 적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정화구역 내에서 가짜 간판을 내걸고 성매매 영업을 하는 업소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 업소는 다른 업종으로 위장하고 있어 적발하는 것도 쉽지 않을뿐 더러 적발돼도 형사처벌만 받고 또다시 영업을 재개해 단속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 새벽 2시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중학교 앞 상가. 영어 학원과 피자집, 약국들 사이에 뱅글뱅글 돌아가는 마사지 간판이 어두운 새벽길을 홀로 밝히고 있었다.

지하에 위치한 이 마사지 업소에 손님으로 위장해 들어간 경찰은 업소에서 밀실과 손님이 쓰던 콘돔 등 성매매 현장을 적발했다.

업주 이모(64,여)씨는 학교 정문 앞에서 불과 15미터 떨어진 이곳에서 지난 2003년부터 이 빌딩에서 마사지 업소를 운영하며 10년 동안 성매매를 알선해왔다.

"손님인 척 들어가서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현장을 겨우 포착했죠. 해당 업소는 자유업으로 돼 있어서 행정당국의 감시망에서도 빠져 있어요. 학교 바로 앞에 이런 게 있을 거라곤 상상을 못한 거죠.“

◈ 서울시는 일제 단속하는데 경기도 지자체들 “선례없어 강제집행 못 해”

학교보건법 6조에 따르면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200미터 이내에는 전화방이나 성인용품점, 마사지 업소 등의 설치가 금지된다.

그러나 이같은 위장 성매매 업소들은 영업신고를 하지 않고 세무소에 사업자 등록만 낸 채 영업을 하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관련 법이 없다”는 이유로 학교 정화구역 내 위장 성매매 업소 단속에 소극적인 모습도 보이는 지자체의 행태도 이같은 성매매 업소 단속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남양주시의 한 경찰관은 "위장 업소에 대해 시에서 행정 처분을 해주면 좋은데 담당 부서는 모르겠다고 발을 뺀다"며 "학교보건법에 위배되는 업종이라 대집행을 할 수 있지 않냐 물어도 선례가 없어 하지 못한다는 말 뿐이었다"고 답답해했다.

용인의 또 다른 경찰관도 "이들 업소가 위장을 하고 있어서 일일이 현장에 나가 확인해야 한다"며 "형사처벌만으로는 위장 업소 영업 금지를 막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자체의 강제 철거 등 행정 처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경찰과 함께 키스방 등 학교 주변 정화구역 내 유사성행위 업소에 대해 자진 철거 명령을 내리는 등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 일부 지자체는 "관련법이 없다"는 이유로 학교 근처 성매매 업소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최근 경찰 단속에 걸린 학교 근처 위장 성매매 업소에 대한 행정 처분을 문의하자 용인시 관계자는 "관련 업소는 허가제가 아니고 자유업이기 때문에 시에서 제지할 관련 법이 없다"며 "자유업에서 이뤄지는 성매매는 형사 처벌감이지 행정 처분은 아니다"고 선을 그엇다.

위장 성매매 업소가 학교 근처에서 버젓이 영업을 계속하면서 학부모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초등학교 자녀를 둔 서윤숙(37) 씨는 "불편하고 걱정된다"며 "학교 근처에 유해업소에 대해 관할 구청에 건의 했는데 듣는 둥 마는 둥 했다"며 혀를 찼다.

중학생 자녀를 둔 정유미(43)씨도 "누가 봐도 유해업소처럼 보이는데 왜 학교 근처에 있도록 놔두는지 모르겠다"며 "아이들이 못된 것으로 보고 배울까봐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

이에 대해 안전행정부는 "교육부와 합동으로 전국 학교 주변 유해업소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며 "조만간 관련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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