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초 사정수사 왜 이리 더디게 진행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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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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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주변에는 항시 긴장감이 맴돕니다. 그러나 팽팽한 긴장감은 있지만 ''긴박감''이 느껴질 정도는 아닙니다. 수백여명의 검찰 출입기자들이 ''한 건''하기 위해 날을 세우고 있지만, 웬일인지 검찰의 정권 초 사정수사는 다른 정권 교체기에 비해 매우 더디고 힘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실,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인 채동욱(54·사법연수원 14기) 검찰총장이 지난달 4일 취임하고 후속 인사를 통해 검찰은 수사체제 정비를 마쳤습니다. 지난해 11월 ''검란사태'' 이후 개점 휴업했던 사정의 칼날을 6개월만에 다시 세운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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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검찰총장은 취임사에서 일성으로 ''성역없는 추상같은 사정''을 지시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부패지수가 여전히 높고 국가투명성이 선진국 수준에 크게 미흡한 현실에서 강력한 부패척결 활동이 절실하게 요구됩니다. 사회 곳곳에 만연된 부정과 비리를 단죄하는 데 어떠한 성역도, 어떠한 망설임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4.4 취임사에서)

채 총장은 또 "여러분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도록 외부의 압력과 유혹도 검찰총장인 제가 방파제가 돼 모두 막아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때 많은 검찰 출입 기자들은 특수통 출신 총장의 취임사인데다, 스스로 ''내란''을 겪은 검찰이기때문에 강력한 재기를 위해 대대적인 사정작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측을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런 예측이 맞아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왜 일까요?

검찰의 사정 수사가 더디 가는 첫번째 이유로 ''검란 사태'' 이후 수사 공백기간이 6개월 이상 지속됐다는 사실을 꼽습니다. 수사라고 하는 것은 ''살아 있는 생물''과 같아서 갈고 닦을때 잘 기름칠한 기계처럼 원활하게 돌아가는데 6개월간 장기 공백상태에 빠지면서 검찰 수사력이 상당히 붕괴가 돼버렸다는 것입니다.

어느 검찰 관계자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새로운 수사를 시작하기 위해 수사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현 단계에서 치고 나갈 만큼 ''숙성된 수사 정보''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수사 정보가 하나하나 자재로는 존재하는데, 수사의 스타트를 끊기 위해서는 그 자재들을 모아 어느정도 ''얼개(또는 골조)''가 만들어져 있어야 하는데 장기간 검찰 수사력이 공전돼 그런 얼개를 만들어 놓지 못했다"

두번째는 새정권이 탄생했지만 박근혜 정부의 스타일은 이전 정부와 다르다는 것입니다. 정권 교체가 됐건, 아니면 대통령이 교체됐건, 한국 헌정사는 새 정권이 출범하면 언제나 과거정권을 단죄하거나 아니면 특정 세력들을 심판대에 올렸습니다.

예를들면, 이명박 정부는 취임하자마자 자기 사람을 심기위해 ''공기업 기관장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섰습니다. 그 과정에서 반발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수사자료를 검찰에 내려보내고 사정수사를 다그쳤었죠. 그러나 그것은 불행하게도 ''정치검찰''의 출발이 되고 말았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공기업 기관장 교체를 전 정권들에 비하면 ''물갈이''라고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과거 정권이 ''비리자료''를 들이대며 윽박했던 스타일과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 입니다.

실제로 청와대도 ''인사난맥''으로 홍역을 치른 탓인지 검찰에 수사정보나 자료를 내려보내고 있다는 뚜렷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직 검찰 고위관계자는 "새정부가 들어서면 청와대에 전 정권 인사나 기관장들에 대한 부패비리 혐의 제보가 쏟아지기 마련인데, 현 정부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아직까지는 박근혜 정부의 새로운 현상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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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세번째, 부패수사 문화나 패러다임이 지금 변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검찰권 행사가 국민의 신망을 저버리면서 ''무소불위''의 검찰권에 대한 견제와 축소 압력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대검 중수부의 폐지''가 단적인 예이죠.

검찰 수사력의 복권을 견제하는 세력은 도처에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국회도 그렇고 청와대도 검찰권이 정제돼 사용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검찰은 특수수사 즉, 부패수사체제를 정비 중에 있습니다.

검찰로서는 대검 중수부 폐지를 대체할 새로운 ''특수수사 체제''를 갖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치 않습니다. 한국의 부패 문화를 근절시키는 노력에는 찬동하지만 아직도 검찰을 ''긴가민가''하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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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당연히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 자신의 말이 산 다음에 상대의 돌을 잡으러 가야 한다)를 떠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자강을 하려면 몸을 낮춰야 하는 것이죠. 지금은 칼을 섣불리 휘둘러서는 안되는 시점이라는 것입니다.

경위야 어찌됐든, 국민들은 검찰 등 사정기관의 부패수사를 나무라지 않을 겁니다. 정치적 남용을 하지 않는 한 말이죠. 검찰은 그 불행한 역사를 잊기에는 너무도 상처가 컸습니다. 그것을 기억하고 노력하면 국민은 다시 한번 검찰에게 기회를 부여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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