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硏 "노령 소비자 마음 여는 열쇠는 ''자존심 살려주기''"
김 모(58·여)씨도 스마트폰이 사고 싶다. 옆집엄마처럼 대학생 아들과 카카오톡을 주고받고 싶어서다.
그러나 엄두를 못 낸다. 눈이 침침해 화면에 조그만 키보드가 안 보인다. 앱 스토어니 이메일 계정이니 하는 말도 뭔지 모르겠다. 커다란 폴더형 ''효도폰''을 쓰자니 자존심이 상한다. 금전적 여유는 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세상은 늙어간다. 노인(시니어) 소비자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이들의지갑을 여는 접근법은 일반 소비자와는 다르단 분석이 나왔다. 이른바 ''시니어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재문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7일 고령층 소비자 7명을 심층인터뷰해 내놓은 ''시니어 마케팅의 출발점''이란 보고서에서 "시니어 소비자는 자신에게 적합한 상품을 자존감이 상하지 않는 방식으로 편리하게 받아들이고 싶어한다"고 밝혔다.
그가 분석한 시니어 마케팅의 관건은 이들의 ''자존심''을 어떻게 지켜주느냐다. 나이가 들면 배가 나오거나 눈이 침침하다. 시니어 마케팅은 이런 점을 파악해 이를쑥스럽지 않게 해결해줄 수 있어야 한다.
대표적이 예가 아웃도어 제품이다. 아웃도어 의류는 멋있고 편하다. 그러면서도중·노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50대 소비자의 36%가 아웃도어 의류를 입으면 자신이 더 젊어 보인다고 생각했다. 가장 많은 대답이 "4~9세정도 더 젊어보인다"였다.
김 연구위원은 "시니어는 매장에서 노인용 제품을 찾는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싫어한다"며 "젊은 층이 쓰는 제품인데 시니어도 쓰기 편한 제품이이들을 위한 최선인 셈"이라고 말했다.
가령 시니어 마케팅 개념에 맞는 휴대전화는 단순한 인터페이스를 기본으로 젊은층 등 심화 사용자를 위한 복잡한 옵션을 제공해야 한다. 현재처럼 복잡한 게 기본이고, 노년층 전용으로 쉬운 메뉴를 만들어 내놓는 방식은 이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김 연구위원은 "시니어 소비자는 아직 작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이들의 마음을 먼저 얻는 기업이 미래의 마케팅 전쟁에서 한발 앞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