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20대, 초경합 40대…여야 '대선 전략'도 좌우

서울시장 보궐선거 표심 보니
20대 男은 野, 20대 女는 與 지지
40대는 세대 중 유일하게 與 소폭 지지
민주당 개혁 드라이브냐, 속도조절이냐 고민
김종인 떠난 국민의힘은 '당권 경쟁' 과열 우려

그래픽=김성기 기자
압승과 대패의 극단적 4·7 재보선 성적표를 든 여야 정치권이 달라진 표심을 내년 3월 대선까지 붙드느냐, 되돌리느냐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전통적 민주당 지지 성향의 2030 세대가 등을 돌린 것으로 파악되면서 여야의 세대별 분석과 맞춤형 표심 잡기에 전략이 집중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서울 표심 보니…갈라진 20대 남녀, 초경합 40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실해지자 꽃다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
방송3사 출구조사에서 국민의힘 오세훈 당선자의 예상 득표율은 20대 이하(18세~20대)와 30대에서 각각 55.3%와 56.5%를 기록했다. 34.1%와 38.7%를 보인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크게 앞선 것이다.

특히 '이남자'로 불리는 20대 남성은 72.5%가 오 후보를 지지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60대 이상의 남자 예상 지지율 70.2%보다 높다.

20대 여성은 달랐다. 15.1%가 젠더 이슈를 내세운 제3 후보에 표를 던졌을 것으로 집계됐다. 박 후보 지지가 44.0%로 40.9%인 오 당선자보다 많았다.

민주당의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분류됐던 40대에서는 박빙이었다. 박 후보 49.3%, 오 당선자 48.3%로 오차범위 내 초경합 양상을 보였다. 박 후보가 오 당선자를 앞지른 구간은 40대 남성과 20대 여성뿐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일인 지난 7일 서울 양천구 양천중학교 야구부 실내연습실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에 대해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20대 여성과 40대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유지되는 것은 설명하기 어렵다"며 "특히 이번 선거가 젠더 선거로 안희정, 박원순, 오거돈 문제가 있었고 공정 문제도 훼손된 상황인데 지지세가 유지됐다"고 말했다.

40대 지지세에 대해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40대 중에는 집을 마련한 사람도 많을 것이고, 직장 내에서도 중간 관리자 위치여서 집값·일자리 문제에 덜 민감할 수 있다"며 "50대와 60대는 자녀들의 집값을 걱정할 나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의 25개 자치구로 보면, 오 당선자는 대부분 지역에서 박 후보를 압도했다. 박 후보가 국회의원 3선을 했던 구로구, 지난해 총선에서 오 당선자가 패배했던 광진구도 야당으로 마음을 돌렸다.

◇비대위 꾸린 與… "더 개혁이냐, 겸손이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등 지도부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4.7 재보궐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를 발표하며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거대 여당을 탄생시킨 이른바 '촛불 민심'은 1년 만에 달라졌다. 내로남불과 공정·정의 이슈에서 여권에 큰 실망감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 집값 폭등을 비롯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 여권 인사들의 전월세 인상 논란 등도 기름을 부었다.

여권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언급하며 8일 지도부 총사퇴와 함께 비대위를 구성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국민의 질책을 엄중히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냈다.

여권은 일단 부동산 민심 수습에 나선다. 2·4 공급 대책을 추진하며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는 신혼부부, 청년 등 2030 세대를 대상으로 공급과 규제완화 정책에 공감대를 이룬 상태다. LH 사태의 신속한 수사를 주문하면서 재발방지책, 이해충돌방지 입법도 추진할 계획이다.

의제와 전략 그룹 더모아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20대 이탈의 요인은 여권이 정책적으로 무능하면서 온갖 실리는 다 챙기는데 도덕적 권위까지 내놓지 않고 틀어쥐려는 식으로 보인 위선의 프레임"이라며 "여기에 '차마 저쪽을 찍겠냐'는 자만과 전위대 역할에 충실한 40~50대스러운 여권 청년 정치인 때문"이라고 짚었다.

윤 실장은 "향후 지지층의 요구를 받아 개혁에 더 매진할지, 겸손하게 국정을 운영할지의 기조를 선택할 시점"이라며 "두 가지는 정반대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중심 잡던 김종인 떠난 野…"당권 다툼 경계해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야권은 일단 '겸손 모드'다. 이날 사퇴한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들의 승리를 자신들의 승리로 착각하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아직 부족한 점 투성이"라는 당 쇄신 평가와 함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부 분열과 반목"이라고 진단했다.

당 초선 의원들은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성명을 냈다. 2030 세대의 마음을 붙잡고, 영남당의 프레임을 벗어나겠다는 각오를 담은 것이다.

야권은 대통합 추진도 앞두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의힘을 야권 대통합의 플랫폼으로 만들자"고 했다. "성난 민심이 요구하는 것은 우리 당의 혁신과 야권의 대통합"이라는 것이다.

당의 조정자 역할을 해온 김종인 위원장이 떠나면서 당 내 권력을 잡기 위한 경쟁이 과열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율 교수는 "당권을 쥐려고 경쟁이 과열되면 또 물 건너가는 것"이라며 "김종인이라는 조정자가 나갔는데 또 다른 사람이 나와서 이상한 소리를 하고, 극단적 세력과 어울리면 대선이 물 건너가는 것도 순식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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