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을 칭찬하면서 해설위원답게 특유의 쓴소리로 긴장감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특히 국가대표 빅맨 김종규(206cm)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드러내며 혹독한 조련을 예고했다.
현 감독은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지도자 경험도 없는데 은퇴를 했던 LG에서 지휘봉을 맡겨 감사하고 좋은 경기, 재미있는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LG는 지난 21일 계약이 만료된 김진 감독의 후임으로 현 감독과 3년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우승에 목 마른 팀이기에 부담감도 적잖은 LG 사령탑이다. 그러나 현 감독은 "우승에 목 마른 것은 나도 비슷한 처지"라면서 "간절한 마음은 나나 LG나 창원 시민 다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화합을 잘 하면서 선수 생활에서 느낀 것을 바탕으로 소통이 중요할 것 같다"고 키워드를 꼽았다.
지난 1998-99시즌 전체 1순위로 청주 SK(현 서울 SK)에 입단한 현 감독은 '무관의 제왕'으로 불렸다. '한국의 찰스 바클리'라는 별명처럼 최고의 파워포워드로 명성을 떨쳤지만 끝내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하고 은퇴했다. 공교롭게도 LG 역시 창단 이후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없다.
빅맨 출신인 만큼 김종규에 대한 기대가 크다. "나만의 농구라면 높이를 장악하면서도 빠른 농구"라고 운을 뗀 현 감독은 "사실 김종규에 대해 가장 많이 기대했지만 실망도 했다"고 직언을 쏟아냈다.
김종규는 2013-2014시즌 데뷔와 함께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평균 10.7점 5.9리바운드 1도움을 올리며 신인왕의 영예도 안았다. 그러나 최근 두 시즌은 팀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면서 주축 선수로 책임을 피하지 못했다. 올 시즌 11.3점 6.2리바운드 1.5도움, 지난 시즌 12.5점 6.9리바운드 2.2도움을 올렸지만 팀은 모두 6위 밑의 성적을 냈다.
현 감독의 발언을 접한 김종규의 반응은 어땠을까.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꽃다발을 전하며 기념촬영을 했던 김종규는 "내 스스로는 매 시즌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감독님께서 그렇게 보신 만큼 돌아봐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어떤 훈련이든 받아들일 각오가 돼 있다"고 다부진 표정도 지었다. 김종규는 "경기장에서도 선수와 해설위원으로 자주 인사를 했다"면서 "나도 감독님을 잘 모르지만 좋은 관계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종규가 본 현 감독의 현역 시절은 어땠을까. 김종규는 일단 "정말 저 몸으로 날렵하게 잘 뛰시더라"고 웃었다. 이어 "포인트 포워드라는 말처럼 주위 동료들의 플레이를 잘 돕더라"면서 "나도 저렇게 동료들의 플레이를 살려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강조했다.
현역 시절 최고의 빅맨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현주엽 감독과 현재 한국 농구의 대표적 빅맨으로 꼽히는 김종규. 과연 두 전, 현 빅맨들이 의기투합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