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를 다시 한 번 천명하면서 검찰과 용산 대통령실 간 갈등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15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 인사 이후 진행될 주요 수사 기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총장은 전날 오전 출근길에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13일 단행된 고검장·검사장 인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애초 당시 지방 일정이 있었지만, 법무부가 갑작스럽게 인사를 발표하면서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복귀해 출근한 것이다.
이 총장은 김 여사 관련 수사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어느 검사장이 오더라도 수사팀과 뜻을 모아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며 "검사들을, 수사팀을 믿는다. 인사는 인사이고, 수사는 수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 인사가 검찰총장과 사전에 조율된 것인가'란 질문에 이 총장은 "전날(지난 13일) 단행된 검사장 인사"라고 입을 뗐지만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카메라 앞에서 약 7초간 입을 다물던 그는 "이 문제는 더 이상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짧게 답했다. 이 총장과 대통령실 간 갈등이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실 이 총장은 인사 발표가 나기 이틀 전(11일)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만나 검찰 고위직 인사 발표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청법 제34조 1항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 보직을 제청한다고 규정돼 있다. 의견 청취는 있었지만, 의견 수용은 없었던 셈이다.
이 총장이 김 여사 관련 사건에 대한 엄정 수사를 지시하면서 수사팀이 사건 관계자들을 줄줄이 소환하던 와중에 수사팀 지휘부가 모두 교체된 상황이어서 윤 대통령이 이 총장을 불신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총장은 '남은 임기를 다 소화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공직자로서, 검찰총장으로서 소명과 책무를 다 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관심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새로 임명되는 이창수 전주지검사장과의 호흡이다. 이 검사장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지내던 시절 대변인을 맡아 '찐윤(진짜 친윤)'으로 평가 받는다.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형사1부는 지난 13일 가방을 건네고 이를 촬영한 최재영 목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상태다. 오는 20일에는 해당 영상을 공개한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를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 검사장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부산 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송경호 중앙지검장은 전날 이임식에서 직원들에게 "신임 이창수 검사장과 함께 한마음 한 뜻으로 국민을 섬기는 검찰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