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14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1박 2일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14일 귀국한 조태열 외교부장관은 취임 후 첫 방중 성과에 대해 '일부 이견이 있었지만 협력하기로 한 것'을 꼽았다. 이처럼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경색된 한중 관계에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장관은 "상호 관심사에 대해 포괄적이고 깊이있는 대화를 나눴다"면서 "서로 다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가운데 앞으로 한중관계 발전을 위해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어서 협력하기로 했고, 그것이 가장 중요한 합의 사항이자 가장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조 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중국의 역할과 탈북민 강제북송에 대해 중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악화된 한중관계에 대해서는 지난 정부에서 다소 올바르지 않은 방향으로 간 부분을 '조정'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측은 대만 문제에 대한 우리나라의 입장 변화를 주문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한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대만 문제를 적절하고 신중하게 처리해 양국 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공고히 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각국은 현안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양국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
조 장관은 지난 13일 열린 회담 모두발언에서 '협력'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언급하면서 한중 관계 복원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번 방문이, 방문을 위한 방문에 그치지 않고 양국 간 얽혀 있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 한중 관계가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도록 물꼬를 트는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왕이 외교부장도 "최근 한중 관계가 직면한 어려움과 도전이 부쩍 늘었는데, 이는 공동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중국도 원치 않는 것"이라며 "수교 당시 초심을 고수하고, 방해를 배제하며 서로 힘을 합쳐 한중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하자"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왕 부장을 우리나라로 초대했고, 왕 부장은 "상호 편리한 시기에 방한하겠다"고 화답했다.
조태열 외교장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이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열린 13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외교부 제공한중 외교수장은 이달 말 열릴 예정인 한중일 3국 정상회의도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조 장관은 이번 방중 기간 시진핑 주석을 예방하거나 윤석열 대통령의 친서를 따로 전달하지는 않았다.
2000년 이후 우리 외교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국가주석을 예방한 적은 2006년 당시 반기문 외교통상부(현 외교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내정돼 취임 직전이었던 때가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코로나19 등으로 4년 만에 서울에서 열리는 3국 정상회의는 물꼬가 터진 양국 고위급 교류를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지역대학원 강준영 교수는 "우리 정부가 미국과 일본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외교 정책을 펴 온 만큼 중국으로서는 한미일 강화를 관리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이번 회담은 양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이지만, 서로 얼굴을 마주 본 점에서 의미있다"고 평했다. 이어 "양국이 구체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중일 회담을 진행하면서 양자 회담을 통해 논의를 이어가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 장관도 "이달 말에 한중일 정상 회담에 리커창 총리가 방한하면 이걸 시작으로 모멘텀을 유지하면서 한중관계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