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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순직' 후 첫 스승의날…선생님들은 "여전히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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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초 교사 순직 후 첫 스승의날…고충은 여전
'다시 태어나도 교사?' 물었더니 "네"는 19.7% 뿐
10명 중 2명도 안 돼… 임용고시 포기하는 분위기도
전문가들 '교권회복과 학생인권조례 폐지 관련 없어'

기사와 무관한 사진. 독자 제공기사와 무관한 사진. 독자 제공
"스승의날 좋죠. 근데 그날 뿐이지 내일부터는 다시 일상이에요"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가 순직한 이후 처음 맞는 스승의날, 서울 소재 중학교 5년차 교사 A씨는 14일 오전 학생들에게 축하를 받으면서도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교권 회복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관련법 등 여러 대책이 잇따랐지만, 현장에서 만나본 교사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았다.
 
경기도 소재 초등학교 교사 김수진(가명)씨는 서이초 교사 순직 이후에도 폭언과 모욕 등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진씨는 학부모에게 "학교에 아르바이트하러 오느냐", "나보다 어린 것 같으니 반말하겠다" 등의 폭언을 들었다. 그는 이제 2년차 교사다. 수진씨는 "비슷한 연차인 동기들은 벌써 2명이나 의원면직(사직)을 하고 스트레스를 풀러 여행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수진씨는 학생들이 잘못을 저질러도 마음 놓고 지도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아동학대법 위반으로 고소하겠다는 부모들의 항의가 있어서다. 그래도 수진씨는 "아이들 때문에 버틴다"고 말했다.
 
경남 진주에서 교사를 하고 있는 배영아(가명)씨는 지난해 말 교실에서 물놀이를 하던 학생을 훈육했다. 그러자 다음날 학부모에게 전화가 왔다. "교사의 자질이 부족한 걸 왜 학생 탓을 하냐"는 폭언이었다.

영아씨는 "학교 밖에서 야밤에 일어난 모든 일도 내 책임이라고 말하니 당황스러웠던 적이 너무 많았다"며 "그만두고 싶은 적이 많지만, 아직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좋아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태어나도 교사' 10명 중 2명…'교사 기피' 움직임도

실제 교사들의 고충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이 지난 13일 발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다시 태어나면 교직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19.7%로 나타났다. 10명 중 2명도 안 되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전국 교원 1만 132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6일까지 이뤄졌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교원 1만 1359명에게 물은 '전국 교원 인식 설문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재의 교직 생활에 만족한다'는 질문에 긍정 응답자는 22.7%(2576명)로 집계됐다. 특히, 최근 1년 동안 이직이나 사직(의원면직)을 고민한 적이 있는 교사는 응답자의 63.2%(7182명)에 달했다.

교사의 꿈을 가지고 교대나 사범대를 졸업해도 임용고시를 보지 않는 등 교사를 기피하는 기류도 있다.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초등교육과에 입학한 이모(24)씨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현재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이씨는 "이전에는 졸업생 중 90% 이상이 임용고시에 응시했지만, 지난해는 졸업생 40명 중 7~8명만이 응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저도 오랜 기간 교사를 꿈꿨지만, 교권 이슈 등을 접하면서 우리 사회가 교육자를 대우해주지 않는다고 느껴 꿈을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서울 소재 사범대학을 졸업한 후 사교육에 종사하고 있는 김모(28)씨도 "교사가 된 지인들이 행정업무나 민원에 시달리다가 결국 사교육계로 가는 사례를 많이 봤다"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집중하고 싶어 학원 종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교권 위해 학생인권조례 폐지?…전문가 "근본 해결법 아니다"

최근엔 학생인권조례 폐지로 교권을 회복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는 근본적 접근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성균관대학교 교육학부 정재준 겸임교수는 "학생인권조례는 새로운 권리가 아니라 우리가 당연히 지켜야하는 것"이라며 "단서 조항들이 제대로 없는데 그게 마치 교권을 억압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교권 추락의 원인은 교사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약화"라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도 보급되고, 사교육 학원이 발달하면서 학생이나 학부모가 생각할 때 옛날에 비해 교사가 더 이상 의존적인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식에 대한 학부모의 과도한 교육적 개입과 사회적·법적으로 약화된 교권이 충돌하며 교권 추락을 가속화하는 것"이라고 교권 추락의 원인을 설명했다. 정 교수는 "교권 회복은 단순히 몇몇 법률의 개정으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교원단체의 노력과 교육관리자들의 인식 변화, 그리고 교육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다양한 시각들이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정당한 생활지도권 보장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 보호 ▲학생 인성교육 강화 ▲행정업무 축소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한양대학교 교육학과 박주호 교수는 "(교권 추락은) 아이에 대한 부모들의 기대나 과도한 집착이 심화되는 가운데 입시 경쟁의 심화나 사교육의 발달 등의 요인이 맞물려서 작용한 결과"라고 짚었다.

박 교수는 "저출산이나 사교육 발달 등 여러 사회적 변화를 봤을 때 교권 추락은 예견할 수 있었다"며 "교직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개선시키고 사회적 지위를 높일 수 있는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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