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은 트럼프 대책 분주한데…늪에 빠진 韓 외교

전문가 "각 부처 TF들 총괄·리드할 수 있는 TF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트럼프발(發) 혼란'에 세계 각국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외교공백'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웃인 중국과 일본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 무역주의 등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당혹해 하면서도 선제적 대응으로 어떻게든 돌파구를 열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기로 하면서, TPP로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했던 일본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하지만 일본은 트럼프 취임 직후 발빠르게 움직였다. 오는 10일 열릴 미·일 정상회담에서 환율 문제나 TPP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또 미리 가동 중이던 'TPP대책본부'를 한 단계 격상해 다른 국가들과의 경제통상 협정 전반을 주관하는 부처로 승격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또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을 만나 미국 시장과 관련한 의견을 듣는 등 사회 각 분야의 목소리를 청취하며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공적연금의 미국 투자 확대 카드를 꺼내 들기도 했다.

중국 역시 미국과 경제·통상 분야에서 다양한 카드를 써 가며 미국과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올려 부과하는데 반발해 미국 기업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조사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국이 단순히 미국 기업의 생산기지가 아니라 최대 소비국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이용한 '역 압박카드'다.

중국은 특히 국가발전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참여 국가와 국제기구를 대폭 늘리기로 하는 등 선제적인 조치에도 나서고 있다.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 중심의 자유무역을 확대하고 세계 경제에 중국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처럼 중국과 일본이 모든 동력을 다 쏟아붓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시작된 '외교공백'을 극복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 전화통화가 전격적으로 이뤄졌지만 사드 배치나 북한 문제에 대한 포괄적인 수준의 말들이 오갔을 뿐, 당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경제·통상 분야는 의제에도 오르지 못했다.

지난 달에는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기조에 대응하기 위해 기획재정부가 미국산 산업용 기기 도입을 확대할 방침을 밝혔지만 산업부는 검토한 바 없다는 자료를 내면서 정부 내부에서부터 혼선이 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을 대신해 비상상황을 총괄 지휘해야 할 황 권한대행은 '대선 출마설'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국정운영 능력이 아닌 정치적 입장만 연일 대서특필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최순실 씨가 미얀마 공적개발원조(ODA)사업에 개입하고 외교부 인사에까지 관여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리 외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땅에 떨어졌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최근 국제정세 변화로 중요한 외교 이슈들이 많이 생겼지만 (탄핵과 맞물려) 외교부로서는 현상 유지에 총력을 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미국과의 아웃리치를 강화하는 등 노력을 해왔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부족해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씁쓸함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각 부처의 관련 TF팀 운영상황을 다시 점검하고 좀 더 효율적인 체제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는 "각 부처 TF팀을 종합적인 방향에 따라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총괄 TF팀'을 만드는 식으로 현 상황을 정비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