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경범죄에 해당하는 성추행 사건 수사가 지나치게 장기화되면서 또다른 배경이나 변수가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연합뉴스가 이번 수사를 담당하는 미국 워싱턴DC 검찰청과 메트로폴리탄 경찰청에 직접 문의한 결과 윤 전 대변인에 대한 체포영장은 아직 발부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DC 검찰청의 윌리엄 밀러 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한국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윤 전 대변인 사건은 아직도 조사 중이다"고 밝혔다.
경찰이 지난 7월 체포영장을 신청한 이후 검찰이 여전히 검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사법시스템은 경찰이 수사와 체포, 검찰이 기소와 재판을 관할하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으며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으려면 검찰의 기소동의 절차가 있어야 한다. 기소동의 절차가 이뤄지면 경찰이 이를 근거로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피의자 신병확보에 나서게 된다.
메트로폴리탄 경찰청의 베테랑 수사통으로 통하는 조지프 오 형사과장도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은 한국의 사법시스템과 달리 수사단계에서부터 경찰과 검찰이 협조를 한다"며 "현재로서는 경찰은 검찰의 기소동의를 기다리고 있는 단계이며 아직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러가지 정황을 종합해볼 때 검찰의 검토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이미 윤 전대변인 기소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으나 외교적 영향을 고려해 관련 절차를 밟는데 일정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다.
오 과장은 "경찰은 이미 몇달전에 검찰에 체포영장과 사건기록을 송부했으며 검찰은 그간의 검토작업을 거쳐 기소동의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외교적인 이슈(protocol issue)가 있어 신중하게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검찰이 외교적 영향을 우려하는 대목은 외교관 면책특권과 관련된 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변인이 대통령 공식 수행단 일원으로서 외교관 신분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면책특권 인정여부에 대해 한국정부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 과장은 "일반 사건과 달리 정치·외교적 영향이 있을 수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미국 사법당국이 국무부를 통해 주미 한국대사관을 거쳐 한국 정부의 의견을 회신받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그런 과정을 거친 이후에 기소 동의절차가 내려지고 체포영장이 발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미 대사관 관계자는 "아직 미국 측으로부터 그 같은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일단 검찰의 기소동의가 내려지면 이후 체포영장 발부와 집행절차가 신속히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게 오 과장의 설명이다.
오 과장은 "최종적으로 기소동의를 하게 되면 검찰은 체포영장을 담당형사에게 돌려주고 담당형사는 판사와의 면담을 거쳐 체포영장을 발부받게 된다"며 "영장발부에 따라 별도의 체포팀이 구성되며 피의자가 한국에 있는 만큼 주미 한국대사관에 연락을 취하고 협조를 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안으로는 체포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크다는게 오 과장의 얘기다. 윤 전 대변인에게 적용된 혐의는 경범죄이나 검찰의 검토결과에 따라 체포영장에 죄목이 추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 전대변인이 미국으로 건너와 워싱턴 경찰에 출두하지 않은 이상 수사가 현실적으로 진전되기 어렵고 한국으로 따지면 일종의 '기소중지' 상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경범죄의 공소시효는 사건발생일(5월7일)부터 3년에 불과하고 2016년 5월7일이 되면 사건은 자동 종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