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가 이번 토론에서는 1차 토론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먹었던 약과 똑같은 것을 먹었나 봅니다"
23일(한국시각) 민주당 성향의 정치평론가인 제임스 카빌이 마지막 미국 대선TV토론이 끝난 뒤 던진 한마디다.
대선을 보름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가 막상막하의 지지율을 보이며 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막판 판세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날 TV토론은 오바마 대통령의 우세로 끝났다. 카빌의 표현처럼 롬니 후보는 토론 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1차 토론 때의 오바마 대통령을 연상시켰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3년 반 동안 이룩한 외교안보 성과를 자신있게 설명하며 롬니 후보의 빈약한 외교안보 경험과 발언을 조목조목 공격했다.
미 CBS방송의 노장 앵커인 밥 시퍼의 사회로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이날 토론은 외교안보정책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롬니 후보는 첫 질문인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 피습사망 사건에 대해 "중동의 봄은 미국에게 기회를 줬지만 그 이후 혼란이 잇따르고 있다"며 ''오바마 행정부의 중동정책은 실패''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했고 병력을 보내지 않고도 40년 독재의 노른자위에서 무아마르 카다피를 몰아냈다"며 "롬니의 외교정책은 시대에 뒤쳐졌다"고 반박했다.
이어 "롬니 후보는 러시아를 미국의 지정학적 주적이라고 부르는 등 외교정책은 1980년대 식"이라며 "사회정책은 1950년대, 경제정책은 1920년대 수준"이라고 맹비난했다.
롬니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사일방어(MD)정책과 관련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러시아 대통령에게 "선거가 끝나면 좀 더 유연하게 할 수 있다"고 귓속말을 한 것으로 맞받았다.
시리아 반군 무기 지원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누구를 돕는지 확인한 뒤 개입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반면 롬니 후보는 "무기가 테러세력의 손에 들어가지 않게 해야 한다"면서도 "반군을 조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국방예산 삭감은 재앙이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국방예산을 삭감하지 않겠다"며 "오바마케어를 폐기하는 등의 방법으로 재량예산의 5%를 삭감해 국방예산에 쓰겠다"고 밝힌 뒤 "현재 미국의 해군력은 1917년 이후 최약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롬니 후보 논리라면 말과 대검의 숫자도 줄어들었다"며 "군의 성격이 바뀐만큼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능력"이라고 반박했다.
이란 핵개발 의혹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최상의 국제적 협력을 마련해 이란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며 "롬니 후보와의 차이점은, 나의 경우 무력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롬니 후보 역시 "평화적으로 이란 핵무기를 포기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제재가 우선이며 군사적 방법은 최후의 수단이 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4년전 유세 때 ''취임 첫해에 차베스,김정일,아마디네자드 등 세계 최악의 배우(worst actors)들과 만나겠다''고 말했다"며 오바마의 외교정책은 ''사과(apology)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아프간 철군과 관련해 롬니 후보는 "상황이 좋아지면 2014년 철군할 것"이라고 밝혔고 오바마 대통령 역시 "아프간 정부가 치안을 접수할 준비가 됐는데도 미군이 남아 목숨 잃을 이유가 없다"며 예정대로 철군할 것임을 재확인했다.
대 중국 외교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적(adversary)인 동시에 중국이 국제적 규칙을 지킨다면 잠재적 동반자(potential partner)"라고 규정했다.
롬니 후보는 이에 대해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면서도 "중국이 공정하게 무역을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되면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CNN은 이날 토론 직후 긴급여론조사를 실시해 시청자의 48%가 오바마 대통령의 우세로, 40%가 롬니 후보의 우세로 응답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