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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를 30여년 간 지배해 왔던 영호남, 충청권 지역주의 구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광주에서 새누리당 출신 당선자가 사상 처음으로 배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영남권에서는 민주통합당 등 야권 후보의 선전이 눈에 띈다. 게다가 역대로 자민련-자유선진당의 아성이었던 충청권에선 선진당의 퇴조도 엿보인다.
먼저 충청권을 보자. 과거 자민련은 지난 15대 총선에서 28개 선거구 가운데 24곳, 16대 총선에서 24개 선거구 중 11곳을 휩쓸었다. 지난 18대 총선에선 자유선진당이 24개 지역구 가운데 14석을 차지하며 충청권 맹주의 위치를 이어받았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선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당선 가능한 지역이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란 위기감도 존재한다.
선진당 핵심 관계자는 5일 "자체 판세분석 결과 충청권에서 우세지역으로 분류할 수 있는 곳은 대전 동구(임영호 후보)와 서구을(이재선 후보), 충남 아산(이명수 후보), 논산계룡금산(이인제 후보), 서산태안(성완종 후보), 당진(김낙성 후보) 등이며 나머지 5~6곳은 백중, 혹은 백중열세"라고 밝혔다.
김광식 사무총장은 선진당의 약세와 관련, "18대 국회에서 선진당이 원내교섭단체 진입에 실패하면서 새누리-민주 양당체제 하에서 존재감이 줄어든 게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충청권 유권자들이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특징이 있는 만큼 여론조사 지지율과 달리 실제 투표함을 열어봐야 정확한 판세를 알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민주통합당의 텃밭인 호남지역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까지 나온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광주 서구을에서는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인 통합진보당 오병윤 후보를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전북 전주 완산을에서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가 민주통합당 이상직 후보를 오차 범위 내에서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남권에서 야권후보들이 얼마나 바람을 일으킬 지도 총선의 최대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지역구도 타파에 기여하겠다"며 새누리당의 철옹성인 대구 수성갑에 도전한 민주통합당 김부겸 후보는 이한구 후보를 상대로 힘겹지만 의미있는 싸움을 펼치고 있다.
부산.경남에선 변화의 조짐이 더욱 뚜렷하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사하을(조경태 의원)을 제외하고 부산에서 전멸했던 야권은 이번 총선에서 사하을을 포함해 사상(문재인)과 북강서을(문성근) 등에서 당선을 기대하고 있다.
경남 김해을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후보가 새누리당 김태호 후보와 초박빙의 접전을 펼치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충청권의 경우 지역주의가 완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고, 영호남 지역도 일부 후보들이 얼마나 선전하느냐에 따라 지역주의 완화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정당학회 이현출 회장은 지역주의 해소 방안과 관련, "이제 지역주의나 연고주의가 아니라 어떤 정책과 어떤 인물이 우리 정치발전에 도움이 될 지 유권자들이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