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크레인 농성 풀고 309일 만에 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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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직 근로자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장장 1년 가까이 노사가 극한의 갈등을 빚으며 사회, 정치적 갈등까지 번진 한진중공업 사태가 10일 드디어 사태의 종지부를 찍었다.
영도조선소내 85호 크레인에서 정리해고를 촉구하며 고공 농성을 벌이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도 309일 만에 농성을 풀고 ''살아서'' 땅을 밟았다.
◈ 노사양측, 1년 내 해고 노동자 94명 재고용 한진중공업 노사는 이날 오후 5시,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신관 회의실에서 합의서 조인식을 갖고 앞으로 회사 정상화에 힘쓰기로 뜻을 모았다.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과 박상철 금속노조 위원장, 차해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장은 정리해고 조합원 94명을 앞으로 1년 내에 재고용을 골자로 하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한진중공업 이재용 사장은 "사실상 미국발 금융위기가 다 끝나지 않은 상태에다 그리스발 금융위기가 오면서 조선업계가 불황이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면서 "현재 저가수주로 인해 중소 조선소가 수천억원의 적자를 실현하고 있고, 앞으로 조선업계의 구조조정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노사가 한마음이 됐기 때문에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 사장은 "현재 수주물량이 전혀 없어서 당장 정상화가 힘든 만큼, 노조와 순환 유급휴가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면서 "현재 경영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나온 것이 없지만, 한고비를 넘겼으니 정신 차리고 회사 정상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노사가 지난 8일부터 밤샘 실무협의를 벌여 잠정 합의안을 도출한 것은 크레인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과 정리해고 조합원 등 4명이 크레인에서 겨울을 보내게 할 수 없고, 회사 정상화를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두 사안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금속노조 박상철 위원장은"국회권고안이 나오고 큰 원칙에서 합의하기로 결정했지만, 여러가지 입장차 때문에 사실상 진통이 있었다. 노사가 한발씩 양보했기 때문에 최종 합의안이 도출될 수 있었다"면서 "무엇보다 김진숙 지도위원 등 4명이 85호 크레인에서 겨울을 보낸다는 것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허용할 수 없다는 것도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최종합의안이 만족스러운 협상 결과는 아니라고 평가하면서도 회사 정상화에는 힘쓸 것을 약속했다.
차해도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장은 "정리해고를 없애기 위해서는 혁명이나 법을 바꾸는 두가지 방법밖에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대통령을 바꾸는 작업을 벌여야 한다"면서 "사실상 합의안에 대해 정리해고투쟁위원회도 노조도 만족스럽지 않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를 이뤘고 회사 정상화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정리해고 조합원 94명이 앞으로 1년간 휴직의 기간을 갖는 만큼, 지회차원에서 회복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 노조 조합원 총회, 잠정 합의안 ''만장일치''로 통과...김진숙 지도위원 농성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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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전격 최종 합의는 한진중공업 노조가 노사 잠정 합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진중공업 노조는 이날 오후 2시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 조선소 단결의 광장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고 노사 잠정 합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노조측은 정리해고투쟁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합의안을 수렴할 뜻을 밝힘에 따라 투표 없이 선언으로 합의안을 받아들였다.
총회가 끝나자마자 조합원 300여 명은 85호 크레인 인근으로 이동해 고공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로 김 지도위원의 집념과 의지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김 지도위원은 크레인에서 내려오기 직전 페트병에 담긴 물로 세수 등을 하고 계절이 바뀔 동안 함께한 작업복과 소지품 등을 밧줄을 통해 35m 아래로 내려보냈다.
이어 오후 3시 30분쯤, 천천히 85호 크레인 철재 계단을 통해 내려왔다.
무려 309일 만에 마주한 땅과 해고조합원들의 모습.
파란색 작업복을 아래위로 입고 흰 모자를 뒤집어 쓴 김 지도위원은 다소 핼쑥한 모습이었지만, 피곤한 기색 없이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조합원들에게 힘차게 손을 흔들며 밝은 웃음을 보였다.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순간, 살아서 돌아오리라는 약속을 지킨 김 지도위원은 담담한 목소리로 "이제 해고자와 비해고자의 구분이 없어져서 기쁘다"면서 "그동안 해고노동자들에게 힘을 주신 희망버스와 참가자들에게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1월 크레인에 올라가 봄과 여름, 가을, 두 번의 명절을 크레인에서 보낸 김 지도위원은 "그동안 85호 크레인에서 목숨을 바친 김주익, 곽재규 열사 등을 생각하며 지냈다"고 말했다.
1년 가까이 고통을 함께 했던 해고자 가족들은 꽃다발을 전달하며 뜨거운 눈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사를 전했다.
이후 한진중공업 조합원은 85호 크레인 인근에서 한진중공업 정문까지 도열해 김 지도위원이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었고, 김 지도위원과 악수를 나누며 껴안았다.
309일간 고공 농성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례가 없는 기록이다
◈ 김진숙 지도위원 고공농성 해제, 각계 인사들 환영조합원들의 환호를 받으며 한진중공업 신관 정문까지 걸어나온 김진숙 지도위원은 해고 노동자 가족들과 지지자, 취재원 등 400여명앞에서 "저는 살아내려 올 줄 알았다. 여러분들에 대한 믿음을,우리 조합원들에 대한 믿음을 한시도 버린 적이 없었다"고 힘있게 말했다.
김 지도위원을 만나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온 배우 김여진 씨는 줄곧 눈물을 흘리며 감격을 주체하지 못했다.
김씨는 "이날을 실제로 얼마나 꿈꿨는지 모르겠다. 1차 희망버스를 다녀온 직후에 아이를 가져, 이후 행사에 참여할 수 없어 너무나 애가 달았다"며 "모든 분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김 지도위원이 고공 크레인 농성을 벌이는 동안 식사를 비롯해 기본적인 생활 물품을 책임진 든 황이라 민주노총 부산지부 선전부장은 "처음 한진에 들어온 날을 잊을 수 없다"며 "그동안의 시간이 현실이고 지금이 비현실적인 순간인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희망버스 기획단 김혜진씨는 "김진숙 지도위원은 죽음의 두려움을 떨쳐내고, 크레인 타워를 마징가 제트로 만드는가 하면 토마토를 키우며 정리해고철회를 위해 달려왔다. 이는 인간답게 살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려고 연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이라면서 "희망버스 행사에 철거민들, 성소수자, 장애인, 청소년 등이 함께했고, 이들은 김진숙 지도위원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찾았다.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소견발표를 한 직후 체포영장을 집행한 경찰에 신병이 인도됐다.
김 지도위원은 건강진단 등을 위해 미리 준비된 구급차를 타고 동아대병원으로 후송됐으며, 건강상태에 따라 건조물 침입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