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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 등 현정권 실세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수사3부(부장 심재돈 부장검사)는 이국철 회장을 23일 오후 극비리에 소환해 8시간 넘게 조사했다.
이 회장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22일 밤늦게 검찰에서 조사하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변호인과 함께 출두해 조사받았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또 "특수부 주임검사에게 8시간 넘게 조사받았다"며 "SLS 그룹 워크아웃 과정은 물론 신 전 차관에게 금품을 건넨 것에 대해서도 진술했다"고 말했다.
22일은 이 회장이 서울 신사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신 전 차관에게 십수억원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날이다.
결국 이 회장의 기자회견 당일 밤 늦게 검찰이 이 회장에게 소환을 통보한 것.
검찰이 ''신속모드''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은 이 회장의 폭로 내용이 현정권에 적잖은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 전 차관뿐 아니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청와대 비서관, 행정관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폭로내용이 ''확전''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장은 이와 함께 "신재민 전 차관이 사용한 SLS 해외법인 카드 사용내역 등 관련자료를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 회장 주장의 신빙성을 따져보기 위해서라도 신 전 차관과 박 전 차관 등에 대한 검찰 소환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또 "조만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설명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혀 추가로 폭로할 것이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11월 코엑스 무역진흥확대회의에 참석해 이명박 대통령과 조선업 업황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행사에서 대통령 면담 대상은 청와대측이 지정하는 것이 관례인 점을 고려할 때 이 회장이 청와대 실세들과 상당한 교분을 쌓았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 회장은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신 전 차관에게 매달 수백에서 수천만원씩 10억원이 넘는 금품을 제공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