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검색
  • 댓글 0

실시간 랭킹 뉴스

''일그러진 영웅'' 백선엽, 친일과 토호비리의 원조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변상욱의 기자수첩] 김문수 경기지사의 춘향전 막말과 친일·비리의 백선엽

ㄴㄴ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지난 주말 화제가 된 인물 2명이 있다. 김문수 경기 지사와 예비역 장군 백선엽 씨다.

▣ 김문수 지사는 지난 22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국표준협회 초청 최고경영자 조찬회에서 "춘향전이 뭡니까? 변사또가 춘향이를 따먹으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라고 실언을 뱉었다. 비난하고 질타하는 글들이 인터넷 공간에 쇄도했다.

- 경솔하고 가벼운 처신이었다. - 차기 대권 주자의 한 사람이라는 인물의 인품과 소양이 그 정도인가.

김문수 지사에게 결국 ''따먹 문수''라는 난감한 별명이 붙어버렸다. 지난해 11월, 서울대 강연에서 여성 가수 그룹에 대해 ''쭉쭉빵빵''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야단을 맞고 근신 중이어야 할텐데 이번엔 더 짙고도 가벼운 처신을 보여 줘 본인의 정치적 타격이 상당할 듯하다.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유머를 섞다보니 그런 것이라는 해명이지만 여성비하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역사의식과 철학은 정말 빈곤하게 느껴진다.

"지금 대한민국 공무원들이 얼마나 청백리인가? 처녀들 생사여탈을 자기 마음대로 하는 썩어빠진 관리들에 의해 수천 년 간 피해를 보고 살아왔다. 춘향전이 뭐냐 변 사또가 춘향이 거시기하려고 하는 이야기 아니냐."

정말 그 논리대로 따진다면 오늘날 성폭행 당하거나 성희롱 당한 여성들을 위로하면서 ''조선 시대 같으면 이런 치욕을 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인들도 많았다. 조선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태어난 걸 다행으로 알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그런 단순하고 평면적인 역사인식을 가졌다면 국가 최고지도자로서의 길은 다시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 두 번째 인물은 예비역 장군 백선엽 씨. 24일 KBS 1 TV에서 백선엽 다큐멘터리 1부 <전쟁이 군인을 만든다 - 내가 후퇴하면 나를 쏴라>, 다음날에는 2부 <군인의 조건 - 싸우면서 배운다>가 방송되었다. 그동안 백선엽 씨 다큐멘터리 방송을 놓고 ''6.25 전쟁영웅으로서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 되는 것일 뿐이다. 친일 전력과는 관계없다''는 방송사 간부 측과 ''백선엽 씨의 군인으로서의 시작이 만주에서 항일 독립군을 학살한 간도특설대 장교였다, 이 점을 사죄조차 하지 않은 인물을 미화해 방송할 수 있냐''는 KBS 노조와 시민단체 측이 충돌해 왔던 사안이다.

궁극적으로는 친일과 독재라는 수구 세력의 오점을 <이승만, 백선엽, 박정희>라는 인물의 재조명을 통해 세탁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비판과 의혹을 사고 있는 중이다. 방송 후 인터넷 공간에는 비난일색의 글들이 올라왔다.

''설마 나라를 잃더라도 바보처럼 굶어가면서 독립운동 하지 말고 친일세력처럼 이리저리 붙어 살아남아 후세에 부와 명예를 얻고 공영방송 다큐에도 등장하는 인물이 되라고 애들한테 가르치라는 것이냐''는 비난이 대부분이다.

다큐멘터리 중에 백선엽 씨의 친일전력에 대해서는 ''과거의 일본군 전력이 있어 친일인명사전에 올라있다''며 6~7초 정도 건드리고 끝난다. 독립군들을 토벌하고 강간하고 시체마저 훼손해 버렸다는 끔찍한 간도특설대 이야기는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았다.

그래서인가 요즘 KBS를 <김비서>의 영문표기라고 부른다. 공정과 공공을 최우선 가치로 하고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국민의 방송이어야 할 공영방송이 누구의 비서가 되어있단 말인가.

ㅈㅈ

 

▣ 김문수 지사의 실언이나 KBS의 백선엽 장군 다큐멘터리에서 드러나는 역사인식의 방법론이나 이해의 틀을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역사를 면면히 이어지는 흐름이 아닌 정지된 한 장면, 평면공간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변 사또는 민간인인 춘향이를 어찌어찌 했지, 지금 도지사 군수 공무원들은 안 그러지? 그것 봐 다들 청렴결백하잖아" "6.25 때 싸우며 고생하는 것 봤지? 거 봐 훌륭한 민족의 영웅이잖아"

이는 정말 단세포적인 역사인식이다. 백선엽 씨의 예를 더 들어보자.

백선엽 씨는 32살에 장군으로 전쟁을 치른 뒤 예편해 인천에서 중학교와 상업고교를 인수해 백선엽·백인엽 두 장군 형제의 이름 한자씩을 딴 <선인학원>을 설립한다. (그후 설립하는 사립학교에는 어머니 아들의 이름도 들어간다). 이후 군사정권의 비호를 받으며 선인학원은 온갖 비리를 이용해 엄청난 규모로 커진다.

학교 부근 주민재산 침해, 중국인 공동묘지 침탈, 맘에 안 드는 교사는 그 자리에서 해고, 교사들은 예비군복 입고 교문 앞에서 보초근무, 말도 안 되는 학생체벌, 부정입학, 부정 편입학, 졸업장 판매, 기부금 입학….

한국 사학비리의 원조이자 학교에 일본 제국주의식 군사문화를 뿌리 내린 장본인이 백선엽 씨 형제이다. 민주화가 되면서 학생과 교사, 교수들이 거의 목숨을 걸다시피 투쟁해 재단비리가 교육부 감사로 밝혀졌고 동생 인엽 씨는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오죽하면 학교 비리와 학내 사태에 인천시민들이 나서 학생과 교수 편에서 투쟁을 벌였겠는가.

결국 백선엽 씨의 일생을 보면 친일의 전력 이후 친일세력이 백 씨를 구심점으로 수구세력화했고, 독재권력의 비호로 학원재벌이 되면서 지방토호 비리의 뿌리가 되는 과정이다. 이를 영웅 다큐멘터리로 제작해야 한다고 버티는 사람들의 역사의식은 단세포 내지는 정치적 속셈 아니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특집 다큐멘터리라고 하면서도 그가 조국과 겨레에 어떤 목적으로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그 사람이 역사 속에 뿌린 행위들은 훗날 무엇으로 자라나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는 자신의 친일과 변절이라는 과거 행적에 대해 무어라 고백하고 회개하였는지 아무런 평가가 없다. 그저 6.25 전쟁 때 참 열심히 싸우지 않았냐 라며 시청자의 동의를 구하는 것은 넌센스이자 역사의식의 빈곤이다.

역사는 살아 있는 흐름이고 뿌리로 봐야 한다. 거기서 비롯되고 자라나는 것들, 그로 인해 앞으로 열리게 될 것들을 총체적으로 봐야 하는 것이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앞으로 역사 다큐는 삼갔으면 싶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