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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은 실수 아닌 범죄, 미군은 ''더튀''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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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의 기자수첩]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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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캐럴 고엽제 매립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미8군이 어제(23일) 2건의 내부 보고서를 공개했다. 1992년 미국 컨설팅 업체가 작성해 미 육군 공병단에 제출한 보고서와 2004년 미8군의 의뢰를 받고 삼성물산이 작성한 용역조사 보고서이다.

두 보고서에 따르면 미8군 캠프 캐럴 내 오염지역인 D구역, 41구역의 토양과 지하수에서 모두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검출량으로는 환경기준치를 넘지 않는 소량이다. 그러나 일부 휘발성유기화합물, 살충제, 중금속은 적정 환경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출된 다이옥신 양이 적고 모든 종류의 다이옥신이 고엽제에서 나왔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정밀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엽제와 직접적으로 연관 있는 다이옥신이 발견되지는 않았으나 그 흔적이 한 곳에서 발견됐다. 또 고엽제가 캠프 캐럴에 저장됐을 가능성은 내비치고 있으나 그와 관련된 보고 내용이나 서류는 못 찾은 것으로 되어 있다. 결국 고엽제 매립 가능성은 어느 정도 드러났지만 더 뚜렷한 진상은 한미 공동조사 결과가 나와야 밝혀질 듯하다. 조사는 지난 2일 시작됐고 결과는 빠르면 다음 달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CBS 취재팀이 캠프 캐럴에서는 부대 내 지하수를 걸러 마시는 것이 아니라 낙동강 물을 끌어다 정수해 마시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는 캠프 내 지하수가 다이옥신에 오염돼 그런다는 의혹으로 연결된다. 미 8군 측은 지금껏 낙동강 물 끌어다 마신 것을 숨겨 오다 사실이 폭로되자 캠프 내 지하수도 함께 정상적으로 마신다고 해명하고 있다. 지하수가 가물어 그런다는 것인지 낙동강 물이 맛있어서 그런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함께 마신다고 한다. 섞어 마신다는 이야기?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인터뷰한 실무자들 발언으로 유추해 보면 지하수가 불안해 낙동강 물만 음용수로 사용한다는 의혹이 짙다.

어쨌거나 이 의혹을 지우기 위해 서둘러 이번 조사 보고서 공개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고엽제 성분인 다이옥신이 전방위로 오염된 것은 아니지만 다른 발암물질과 독성물질로 캠프가 오염돼 있는 것은 어느 정도 확인이 됐다. 낙동강 물은 끌어다 마셔도 좋다, 단 이번에 공개된 보고서 외에 다른 문건들을 내놓기 바란다. 1996년도 공병단 조사보고서와 이를 근거로 해 식수용 우물이 오염돼 사용이 중단됐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1998년 논문의 공개를 요구한다. 꺼내놓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번 공개 문건보다 내용이 더 심각할 것으로 추측되는 문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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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주둔이라는 것은 인원과 무기의 배치로 끝나지 않는다. 핵무기, 폭발물, 화학무기의 실험과 저장, 비축된 무기와 폭발물의 실제 사용 훈련, 무기 이외에 각종 작업이나 시설에서 배출되는 방사능 물질과 산업 쓰레기, 기타 유해 물질은 필수적이다. 주요 미군 기지 반환 과정에서 벌어진 환경오염 사례를 살펴보자.

* 푸에르토리코 비에케스 섬 - 미국의 네이팜탄 사격장 및 고엽제 투여장으로 사용되다 2003년에 반환되었다. 그러나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출입금지. 그만큼 오염돼 접근불가라는 의미로 해석되나 아무도 들어가지를 못하니 아무런 문제제기도 못하고 끝났다. 과연 살아 있는 생명체가 있기나 한 건가?

* 필리핀 클라크 공군 기지, 수빅 해군 기지 - 1991년에 반환됐다. 이후 이곳으로 이주해 살던 주민 130여 명이 암과 백혈병, 뇌성마비, 폐질환으로 사망하고 300여명이 후유증에 시달렸다. 미군이 방사능 폐기물과 유독성 물질을 무단 매립해 지하수가 오염된 때문이었다. 2000년 주민들이 피해보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미군은 무시, 미국 법원과 필리핀 법원에서는 관할권이 없다며 기각했다. 현재 정화 조치 없이 대규모 휴양지로 개발 중이다.

* 일본 가나가와 현 사가미하라 기지 - 폴리염화비페닐, 카드뮴, 수은 등의 폐기물이 담긴 드럼 수백 개가 창고에 방치된 것이 확인되며 문제가 됐다. 폴리염화비페닐은 발암물질이어서 사용 중단된 물질이다. 캐나다 처리공장으로 보냈으나 현지 환경단체에 가로막혀 미국으로 싣고 갔는데 노동자들이 하역작업조차 거부해 다시 일본으로 반환됐다가 5년 쯤 후 겨우 미국으로 수송됐다.

* 파나마 운하 미군 기지 - 1999년 파나마 정부에 기지와 운하 관리권을 넘길 때 4천만 평 사격훈련장에서 불발탄 8,500발을 제거하고 반환했다. 그러나 지금 남아있는 불발탄이 10만5천개 정도로 추정된다.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만 줍고 떠나버린 것이다. 화학 무기들도 그대로 매립하거나 바다에 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불발탄 폭발로 숨진 희생자도 수십 명. 두 나라 간의 협약으로는 ''''실행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환경과 보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반환한다'''' 고 되어 있었으나 허사였다.

파나마 정부는 왜 가만히 있었을까?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빨리 분양해 수익을 올리고 싶은데 오염 소문나고 다투면 값 떨어질까 봐 그러지 못했다. 미군은 오염 관련 자료를 떠나기 전까지 숨겼고 떠난 후는 완전 무시.외면했다.

* 베트남 다낭 공군기지 - 문제의 고엽제가 저장 됐던 곳. 미-베트남 고엽제 자문위원회를 운영해 2008년에 와서야 베앤호아, 다낭, 푸깟 3곳에서 다이옥신을 대량 살포했음이 인정됐다. 다낭 공군기지부터 다이옥신 청소작업이 시작됐고 1억5천만 달러가 베트남 정부에 건네졌다. 이것도 인도주의 차원에서의 지원일 뿐 미국 정부가 인정하는 공식 손해배상은 아니다.

세계 각국의 예에서 보듯이 미군 기지와 환경 오염 문제는 미군에게 ''더튀'' - 더럽히고 튀기 - 의 틈과 시간적 여유를 주어선 안된다. 떠나고 나면 절대 돌아보지 않는데다 오염은 시간이 흐르면 직접적인 연관성을 밝혀내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핵심은 우선 수시적인 정보의 수집과 공개이다. 그동안의 조사 자료와 보고서가 공개되어야 하고, 한미 간에 일시적 조사가 아닌 대규모 마스터플랜에 의한 치밀하고 장기적인 조사와 감시가 늘 이뤄져야 한다. 그 후는 끈질긴 복구요구와 손해 배상 협상, 소파개정을 통한 구속력 강화가 이어져야 한다. 떠난 후에는 결코 뒤돌아보지도 책임지지도 않는다는 것을 세계 미군기지 반환의 역사가 보여준다. 기억할 것은 환경오염은 실수가 아니라 범죄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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