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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에 가면 아주 특별한 46개의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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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09-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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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인턴기자의 국정원 참관기]

 


감춰야 할 비밀이 많은 곳일수록 들춰보고 싶은 호기심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최근 안기부 불법도청 X파일 사건으로 검찰이 국정원을 압수수색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국정원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국정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그 말 많은 비밀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봤다.

"보안을 이유로 휴대폰부터 수거"

지난 22일 서울 내곡동에 위치한 국정원을 방문하기 위해 양재역으로 갔다. 이날은 다음 까페 ''''국정원을 사랑한다'''' 회원 25명과 함께 국정원을 견학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약속시간인 10시보다 이십분 가량 일찍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꼴찌였다. 평소 모임이라면 한두 명 지각생이 있기 마련인데 견학 장소가 국정원인만큼 일찍 약속장소에 모인 사람들 표정은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렇게 서초구민회관 앞에 대기 중이던 국정원 셔틀버스는 예정 시간보다 일찍 국정원을 향해 출발했다.

십분 가량 버스를 타고 국정원 입구에 도착하자 ''''보안''''을 이유로 각자 소지하고 있던 휴대폰을 걷어간다. 평소 늘 함께하는 휴대폰과 잠시 떨어져 있는 게 허전할 법도 한데 그보다 국정원에 들어간다는 실감과 함께 긴장감이 앞선다. 괜히 건물을 두리번거리는 것도 국정원 직원과 눈을 마주치는 것도 모두 조심스럽다.

"사격 시범 및 직접 조준에 긴장"

국정원 건물에서 처음 찾은 곳은 바로 사격장이다. 평소에도 군인, 경찰, 검찰, 경호요원 등이 의탁교육으로 이곳에서 사격 연습을 한다고 했다.

권총의 종류와 특징에 대한 간단한 설명에 이어 교관이 직접 시범 사격을 보여줬다. 탕탕탕. 태어나서 처음 듣는 총성이 귓가를 울리자 그 큰소리에 한 번 놀라고 정확히 과녁을 명중 시키는 교관의 사격 솜씨에 또 다시 놀라 ''''우와''''하는 탄성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사격장에서는 교관의 솜씨를 앉아서 감상만 했다면 그 옆에 마련된 시뮬레이션 사격장에서는 직접 총을 만져볼 수 있었다.

시뮬레이션 사격장은 조준에 대한 기초감각을 훈련하는 곳으로 실제 권총과 똑같은 것을 사용하나 실탄 대신 레이저를 이용해서 가상의 과녁에 내가 쏜 총알이 어디 맞았는지 표시된다. 오락실 장난감 총 외에 총을 만져본 적 없기에 차갑고 묵직한 총을 잡으니 몸가짐이 한결 더 조심스러워진다.

열 명씩 한 조가 되어 한 차례 사격 후 다 같이 점수를 확인하면서 교관이 ''''이거 남자들 군대 갔다 온 거 맞나? 여전사가 훨씬 잘하는데''''라고 말하자 딱딱하게 경직된 분위기에 순간 웃음이 돈다.

"국정원 과거와 현재 한눈에 볼 수 있어"

그 다음 견학한 곳은 안보전시관으로 이곳에서는 국정원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볼 수 있다. 모두 네 전시실로 구성되어 시대별로 본 국정원 자료, 간첩과 북한 관련 자료, 최첨단 정보기술 자료가 전시된 세 전시실과 스파이 게임을 체험하는 특별전시실로 이뤄져 있다.

특히 과거 간첩들이 직접 사용했던 권총이나 발각 시 자살하는 데 사용된 독약이 장착된 립스틱 등 간첩 장비 전시에 사람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또 북한 도로의 자동차 모습까지 자세히 보이는 위성 영상 앞에서는 사람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안보전시관 들어가기 전에 입구에서 기념 촬영했던 사진을 액자에 넣어 주는데, 생각지 못한 작은 선물에서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이것으로 국정원 견학이 끝난 것이 아니다. 이번 달 15일부터 11월 30일까지 ''''국정원 - 헌인릉'''' 연계투어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셔틀버스는 다시 국정원 바로 옆에 위치한 헌인릉으로 이동했다.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 이 곳은 조선 태종과 선조의 능이 있는 곳으로 한적하고 고요한 풍경이 국가 기밀을 다루는 국정원의 긴박한 이미지와 대조적이었다.

어느 정도 어색함이 사라지고 긴장이 풀어진 사람들은 헌인릉을 산책하며 오늘 본 국정원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는다. ''''베일 속의 국정원을 직접 방문해 국정원에 대한 오해나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어 좋았다''''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다.

올해로 방문자 2만명 넘어서..국정원 직접 방문 줄 이을듯

예전에 중학생 4명이 국가기관을 방문하고 감상문을 쓰라는 학교 숙제를 하기 위해 국정원에 견학을 신청해 국정원을 방문했다고 한다.

용감한(?) 중학생들은 직접 국정원의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그 속에는 반갑게 문을 열고 맞이하는 사람이 있었다.

국민을 향한 국정원의 문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열 명 이상의 단체가 국정원 홈페이지에서 관람을 신청하면 누구든 안보전시관을 관람할 수 있고, 올해로 방문객이 2만 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국정원을 방문해 직접 그 모습을 확인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국정원을 나오면서 홍보관앞에 있는 추모비 하나가 시선을 끈다. "조국을 위해 헌신한 순국 국가정보원 요원들을 추모하며" 라고 적혀 있다. 그 밑에는 모두 46개의 별이 새겨져 있다. 그 별 하나 하나는 바로 전세계 현장에서 알게 모르게 순직한 국가정보원 요원들을 상징하는 별이라고 한다.

숙연한 마음을 안고 국정원 정문을 나섰다.

노컷뉴스 양은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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