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 연합뉴스지난 25일(월), 레오 14세 교황은 전 세계 가톨릭에 보내는 최고 권위 교서(회칙)에서 "인공지능은 무장해제돼야 한다"며 "(AI가) 지배, 배제, 죽음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번 회칙은 레오 14세 교황의 첫 교서이자 AI 위험성을 엄중하게 경고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AI는 인간을 지배하는 기술이 아니야"
지난 25일(월) 교황 레오 14세가 '위대한 인간성'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교황은 교황청 시노드 강당에서 위와 같은 내용이 담긴 '위대한 인간성' 회칙을 직접 발표했다. 교황은 회칙 110항에서 "AI를 규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AI를 무장해제시키는 것은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인류를 지배하는 것을 막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력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통치할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며, AI는 인간을 지배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에게 우호적인 기술이 되어야 한다"고도 전했다.
특히 최근 발생한 전쟁에서의 AI 활용을 염두에 둔 듯 "전쟁에서 AI를 개발하고 사용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신성성을 보장하고 군비 경쟁을 제어하기 위해 가장 엄격한 윤리적 제약을 받아야 한다"며 "어떤 알고리즘도 전쟁을 도덕적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직격했다.
지난해 5월 교황으로 즉위한 이후 처음 발표한 이번 회칙은 전 세계 가톨릭에 전하는 구체적인 실천 방침이다. 그동안 일반적으로 회칙은 교황청의 장관급인 추기경 등이 대독해 왔지만, 이번에는 레오 14세 교황이 직접 4만 단어가 넘는 긴 분량의 회칙을 발표했다.
발표 날짜도 눈길을 끈다. 1891년 5월 25일(월), 레오 13세는 산업혁명 시기 노동 문제를 다룬 회칙 '레룸 노바룸'을 발표했다. 레룸 노바룸은 가톨릭이 사회 문제를 본격적으로 언급하고, 인간 노동 문제에 대한 원칙을 처음으로 공식화한 회칙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그로부터 135년이 지난 시점에 발표된 회칙은 "과거 노예제와 오늘날 새로운 종속 구조를 지적했다"는 평가다.
반복된 경고…"비판자들이 필요" 자성 목소리도
앤트로픽의 공동 창업자 크리스토퍼 올라가 교황 레오 14세의 첫 번째 회칙인 '위대한 인간성' 발표 후 바오로 6세 홀에 서 있다. 연합뉴스2023년 교황은 "AI는 인간의 잠재력과 열망에 봉사해야지, 인간과 경쟁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2년 전 G7 정상회의에서는 "AI는 흥미롭고도 두려운 도구"라고 밝히는 등 AI의 위험성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한편, 이번 발표에 크리스토퍼 올라 앤트로픽 공동 창업자가 참석했다는 점도 관심을 받고 있다. 앤트로픽은 자사의 AI 기술을 대규모 국내 감시나 대량 살상 무기 개발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해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크리스토퍼 올라는 "AI의 기계적 구현은 수학과 프로그래밍의 영역이지만, AI가 어떤 성격을 가져야 하고 세계와 어떻게 상호작용해야 하는지는 사회 전체가 다뤄야 할 문제"라며 "관심을 갖고, 세심히 지켜보며, 불편한 말도 할 수 있는 진지한 비판자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