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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압박에도 공정위가 쿠팡 '총수' 문제 정면 돌파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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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문제 제기로 통상 부담으로 번진 쿠팡 사안
"왜 쿠팡만 보느냐" 지적이 오히려 원칙론 자극
비협조 논란·과거 충돌 누적…내부 기류도 영향
김범석 동일인 지정 시 플랫폼 규율 '선례' 될 가능성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미국의 문제 제기로 쿠팡 사안이 한때 통상 부담으로까지 번진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 동일인(총수) 지정 문제를 정면으로 들여다보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개별 기업 문제가 아니라 조사 권위와 집행 원칙, 제도적 상징성이 걸린 사안으로 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올 초 美 문제 제기에도 정부는 기존 입장 유지

 23일 관련 업계와 당국에 따르면, 공정위는 현재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두고 있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동일인을 김범석 쿠팡Inc 의장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는 쿠팡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동일인 변경 여부와 기업집단 범위를 막바지 점검 중이며, 법정 시한인 다음 달 1일까지 지정을 마칠 방침이다.

쿠팡 사안은 이미 한 차례 미국과의 통상 문제로 번진 바 있다.

한국 정부와 당국이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PB(Private Brand·자체 브랜드) 상품 검색 순위 조작 의혹, 납품업체 갑질 문제 등을 잇달아 조사하는 과정에서, 미국 쿠팡 투자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지난 1월 한국 정부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의향서를 제출했다.

또 미국무역대표부(USTR)에도 쿠팡 관련 조치가 차별적이라는 취지의 무역법 301조 청원이 제기되면서, 당시 정부 안팎에서는 관련 조사와 제재가 통상 현안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당시 정부는 쿠팡 관련 조치가 특정 미국 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국내 법령과 절차에 따른 대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발 부담에도 조사와 제재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공정위 내부에서도 특정 기업이나 국적을 겨냥한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도 쿠팡 사안을 더욱 원칙적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공정위 관계자는 "오히려 그런 논란이 제기될수록 대충 볼 수가 없는 것"이라며 "쿠팡만 찍어 누른다는 인식을 지우려면 결국 법과 자료로 더 철저히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쿠팡과 과거 충돌 기억…공정위 내부 기류에도 영향

쿠팡 본사(왼쪽)와 김범석 쿠팡 Inc 의장. 연합뉴스쿠팡 본사(왼쪽)와 김범석 쿠팡 Inc 의장. 연합뉴스
공정위 조사 과정에서 누적된 피로감도 내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위는 검찰과 달리 강제 수사권이 없어 상당수 조사를 임의 조사 방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업의 협조 여부가 조사 속도와 범위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공정위 안팎에서는 쿠팡이 현장 조사에 상대적으로 비협조적이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나가도 곧바로 협조를 얻지 못해 장시간 대기한 뒤에야 조사에 착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 실무진의 토로다. 국내 기업 다수가 임의 조사에 협조하는 것과 비교하면, 공정위 입장에서는 이러한 대응을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대규모 과징금 부과 과정에서 쿠팡과 공정위가 정면 충돌했던 경험도 내부에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위는 2024년 6월 PB 상품 검색 순위 조작 의혹과 관련해 쿠팡에 1600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쿠팡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통해 강하게 반발했고, 공정위가 이를 반박하자 쿠팡도 재차 대응하면서 양측의 공방이 이어졌다.

결국 쿠팡이 그동안 비협조적이었다는 인식이 누적된 점이 공정위 내부의 피로감과 강경 기류를 키운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번 동일인 판단을 둘러싼 내부 분위기에도 이러한 기억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쿠팡 사안이 갖는 상징성 역시 공정위가 조사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공정위가 김범석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경우, 이는 쿠팡을 넘어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국내 대기업집단 규제를 어떻게 적용할지 보여주는 상징적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 내부에서도 이번 판단을 단순한 개별 기업 문제가 아니라 향후 유사 사례에 적용될 기준을 마련하는 결정으로 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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