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씨가 지아씨네 집 내부를 바깥에서 찍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새집에서의 설렘은 채 한 달을 가지 못했다. 층간소음을 줄이려 두꺼운 매트를 깔고 아랫집에 빵을 건네며 '잘 부탁한다' 고개를 숙였던 지우(가명)씨의 인사는 곧 공포로 되돌아왔다. 바닥이 울리는 굉음과 온라인 커뮤니티·SNS를 타고 집요하게 파고든 아랫집의 시선. 단순한 이웃 간 갈등인 줄 알았던 층간소음은 어느새 한 가족의 일상을 위협하는 '스토킹 범죄'가 되어 있었다.
22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해당 사건의 피해자(지우씨 측) 진정서와 경찰의 송치결정서, 피의자 공소장 등에 따르면, 사건의 시작은 평범했다. 지난해 서울의 한 아파트로 이사 온 지우씨는 어린 딸들이 내는 발소리가 행여나 이웃에게 폐가 될까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고가의 층간소음 방지 매트를 집안 대부분에 시공하고, 아랫집을 찾아가 빵을 건네며 인사도 했다. 아랫집 주민 역시 "딸이 수험생이라 예민하니 조심해달라"며 과일 선물로 화답했을 때까지만 해도, 지우씨는 미안함과 안쓰러운 마음뿐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평화는 점차 미묘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지우씨는 어느날 온라인 카페에서 자신이 구매한 매트의 시공 후기 글에 이상한 댓글을 발견했다. 처음 보는 닉네임을 쓰는 게시자의 댓글이었는데, 마치 지우씨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듯한 내용이 달리기 시작했고, 이후 나흘 간격으로 유사한 내용이 올라왔다고 한다. 아랫집 거주자의 소행이라고 확신이 선 건 아랫집 딸 수경(가명)씨와 복도에서 마주친 직후였다. 수경씨의 서늘한 시선이 지나간 자리엔 어김없이 악의적인 댓글이 달렸다고 한다. 층간소음에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는데도, 아랫집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한 것만 같았다고 한다.
아이디를 바꿔가며 지아씨를 겨냥하는 듯한 메시지로 프로필 메시지를 설정했다. 독자 제공괴롭힘은 점점 정교해졌다. 수경씨는 지우씨 남편의 직장 이름과 부부의 본명을 조합해 교묘한 닉네임을 만들어 온라인 공간을 휘저었다. 지우씨가 과거에 쓴 댓글들을 일일이 찾아내 비아냥거리는 답글을 달았고, 지우씨의 남편이 쓴 글마다 그림자처럼 따라붙어 공격적인 문구를 남겼다.
온라인 카페에서의 스토킹은 인스타그램으로 옮겨 발전했다. 어느 날 아침 현관문을 나선 지우씨의 휴대전화에 '팔로우' 알림이 떴다. 아이디에는 지우씨네 집 호수로 추정되는 숫자가 적혀 있었고, 프로필 사진은 밖에서 몰래 찍은 지우씨 집의 베란다 풍경이었다. 계정 소개글에는 지우씨의 남편 직장 이름이 명시돼 있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수경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마스크와 모자를 쓴 채 밖에서 자신의 집을 촬영하는 듯한 모습을 발견했다. 지우씨 가족의 인내는 한계에 다다랐다. 분실된 택배가 아랫집 앞에 놓여있거나, 아이를 등원시킬 때마다 아랫집에서 터져 나오는 기괴한 고성에 질려버린 지우씨 가족. 네 살배기 딸에게 층간소음 전용 슬리퍼를 신기는 등 조심했지만, 아랫집의 '온라인 스토킹'과 '보복 소음'은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수개월간 불안감에 시달린 지우씨 부부는 법적 대응을 선택했다. 수경씨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수경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행위는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단순히 항의하려고 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서부지검은 수경씨의 행위가 단순한 이웃 간 항의를 넘어 피해자에게 심각한 불안감과 공포를 심어준 '스토킹'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6일 벌금 300만원으로 약식기소된 수경씨는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층간소음이라는 갈등의 불씨가 '스토킹'이라는 범죄 혐의로 번진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