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맥너마라(Robert Strange McNamara) 전 미국 국방부 장관. WIKIMEDIACOMMONS 제공베트남전 개입을 설계한 로버트 맥너마라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관리한 인물로 알려져있다. 군 내부에서는 수치 중심 접근법으로 더 유명하다. '미스터 컴퓨터'로 불릴 정도였으니까. 예를 들면 '적 사살 수' 같은 걸 계량화하는 식이다. 승리의 조건도 숫자로 만들 수 있다. 적을 죽이는 속도가 그들이 보충하는 속도보다 빠르면 된다. 전투기 한 대의 비용 대비 효과, 미사일 한 발의 명중률과 파괴력, 병사 한 명의 훈련 비용과 전투 효율성까지, 이렇게 모든 것은 숫자로 시트에 담기게 된다.
수치 중심 접근법은 개전의 결심, 전시 상황 인식, 승리의 조건까지 전쟁을 판단하는데 이보다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일 수 있을까 싶은 방법이다. 하지만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패배했다. 2차 대전 때 사용한 폭탄의 세 배가 넘는 무려 766만 톤의 폭탄을 쏟아붓고도 말이다. 정글을 말려 없애겠다며 500ml 생수 1억 병이 넘는 양으로 뿌려 댄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도 잊으면 안된다. 그렇게 수치 중심 접근법이 놓친 것은 '싸움의 의지'라고 부를 만한, 계량 불가능한 어떤 것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중동전쟁이 예상과는 다르게, 정확히는 '트럼프의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이유도 이란이 가진 '싸움의 의지'라는 것이 애초 계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란 권위주의 정권에 대항해 자라고 있던 반감조차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그 불씨가 일정 부분 약화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내부는 결집했고 이란에 대한 외부의 시선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트럼프는 이 전쟁의 결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민낯이 공개될 것도 계산 안에 넣지 않았다. 하긴, 민낯이 드러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건 일찌감치 잃어버린 감각 같아 보이기는 하다. 이른바 '몰염치'가 이 시대 트렌드니까.
그리하여 베트콩과 북베트남군이 민간인과 베트콩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민심을 결집시켜 미국을 밀어낸 것처럼, 이란도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상태에서 결사항전으로 버티고 있다. 심지어 이란에는 수백만 명 규모의 무려 '자원봉사' 민병대 바사지까지 있다. '매우 짧은 일격(excursion)'이 될 것이라던 트럼프의 일갈이 이제는 어색하다 못해 창피하고, 나아가 고통스러운 상황이 돼가는 이유다. 결국 전쟁은 숫자가 아니라 정치와 정체성, 그리고 의지의 문제다. 어느 쪽이 더 오래 버틸 수 있을까.
맥너마라는 말년에 베트남전이 '엄청난 실수'였다고 고백했다. 권력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고, 그 사이 대가는 늘 다른 이들이 잔혹하게 치러야 했다. 트럼프에게도 그 수십 년이 주어질지는 모르겠다. 11월 중간선거가 그 시간을 조금 앞당겨줄 수도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