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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참사의 추억…재난을 키우는 주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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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과 무책임이 키우는 재난
'생명경시'·'안전은 비용' 주판알 튕길 때 재난 파고들어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에 속도
솜방망이 그치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엄격히 적용해야

자료사진자료사진
12년 전 그날은 개인적으로 혼란하고 고통스러운 하루로 기억된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 6.4 지방선거 즈음해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를 상대로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가 예정된 날이었다.
 
생방송을 2시간 가량 앞둔 오전 9시쯤 속보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세월호 참사의 경고음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부 방송사가 특보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방송사 출신 패널들에게 전달됐다. 그런데 당시 토론회는 이미 생방송으로 편성돼 있던 터라 중계를 앞둔 현장에선 혼선이 거듭됐다. 이때 한 방송사에서 '탑승자 전원 구조'라는 보도가 나온 것을 계기로 토론회는 그대로 진행됐다. 물론 상당수 언론사가 긴급하게 녹화로 전환해 심야방송으로 돌리기는 했으나 그날의 헤프닝은 방송사에도 재난보도 준칙과 관련한 따끔한 경고가 됐다.
 
아프고 고통스럽기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에 비견할 수 있을까? 벌써 12년이다. 추운 바다에서 고통받았을 희생자들을 떠올릴 때 유가족들의 가슴은 시렸고 애써 울음을 참으려해도 흐르는 눈물은 주체할 수 없었을 것이다.
 
16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서 빈 자리가 채워졌다. 현직 대통령의 세월호 기억식 참석이 역대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다. 지난 11년간 대통령이 불참한 것은 세월호 참사가 진상규명과 책임의 영역에서 벗어나 정쟁으로 변질된 탓일게다.
 
이재명 대통령은 추도사 낭독 이후에도 야외공연 등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며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이 대통령은 "그리운 이름을 부르는 것조차 여전히 아프고 힘든 일임을 잘 안다"며 "우리가 기억하고, 기록하고, 기리고, 다짐하는 한 304명 한 분 한 분의 이름과 그들이 미처 이루지 못한 304개의 꿈은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바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함이다. 당연한 이 기본과 원칙을 반드시 바로 세우겠다"고도 했다.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세월호 기억관 '기억과 빛'을 방문한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세월호 기억관 '기억과 빛'을 방문한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그렇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국가적 재난이 반복돼 온 배경에는 기억과 책임의 문제가 자리한다. 책임소재를 따지지 않고 기억마저 흐릿해질 때 재난은 반복된다. 2022년 이태원 참사와 2024년 6월 경기 화성 배터리공장 화재, 같은 해 12월 179명이 숨진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최근의 대전 안전공업 화재참사가 안전불감증과 생명경시풍조, 국가의 책임의식 부재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강조하며 기본과 원칙을 바로세우겠다고 천명한 것은 만시지탄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것도 환영할 만하다. 생명안전기본법은 국민의 '안전권'을 명시하고, 국가 및 지자체의 안전권 보장 책무, 사고 발생시 피해자의 권리 등을 명확히 규정했다.
 
민주당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이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세월호 참사 피해 구제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도 김현 의원 발의로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은 9.11 희생자 보상 청구 마감일은 2020년에서 2090년까지 연장하는 법안을 지난 2019년 마련해 참사 피해자들의 치료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생명을 최우선 가치에 둘 때에만 지켜진다. 국가가 책임을 망각하거나 사업주가 안전을 비용으로 여기며 주판알을 튕길 때 재난은 빈틈을 파고든다. 일단 참사가 발생하면 철저한 진상규명과 지위고하를 막론한 책임자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도 마찬가지다.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안전을 지켜내는 국가시스템을 만들어내는 일이야 말로 세월호가 우리에게 남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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