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2주기 대전준비위원회 제공 ◇ 권오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어느덧 12년이 지났습니다. 우리는 그날을 기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이 지금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다시 묻게 됩니다. 올해도 대전에서는 4월 6일부터 16일까지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 다짐 주간'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단순한 추모를 넘어, 기억을 사회적 약속으로 이어가자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특히 11일은 시민들이 함께하는 기억 다짐 문화제도 예정돼 있습니다. 오늘은 세월호 참사 12주기 대전준비위원회 신윤실 집행위원장 연결해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위원장님, 나와 계십니까?
◆ 신윤실: 네, 안녕하세요.
◇ 권오철: 세월호 참사가 벌써 12년이 지났습니다. 이번 12주기를 어떤 마음으로 맞고 계신지 먼저 듣겠습니다.
◆ 신윤실: 네. 세월호가 침몰하는 장면을 생중계로 보았던 그 충격적인 날로부터 벌써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벌써' 12년이겠지만, 유가족분들한테는 여전히 오늘 같은 시간인데요.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던졌던 '생명 안전'이라는 과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무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 권오철: 이번에 '기억 다짐 주간'을 선포하셨습니다. 단순한 추모를 넘어 '기억을 다짐한다'는 표현을 쓰신 이유, 짚어주시죠.
◆ 신윤실: '기억을 다짐한다'는 건 세월호 참사의 상처와 아픔을 안전한 세상을 향한 힘으로 전환하기 위한 약속이라고 봐주시면 됩니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안전하지 않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가장 큰 책무인데도 시스템이 온전치 못했거든요. 이 시스템을 바로잡아서 비극을 반복하지 말자는 다짐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 권오철: 지난 월요일 기자회견에서 '기억이 사회적 약속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 말이 담고 있는 의미,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해주시겠습니까?
◆ 신윤실: 세월호 참사 당일에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여쭤보면 정말 많은 분이 생생하게 기억하시더라고요. 워낙 충격적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파편적인 개인의 기억에 그칠 게 아니라, 국가가 재난 안전의 컨트롤 타워로서 법과 제도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겁니다. 국민이 '아, 국가가 제대로 움직이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어야죠. 세월호의 기억이 안전 사회를 만드는 실질적인 약속이자 교훈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사회적 약속'이라고 비유해 봤습니다.
◇ 권오철: 말씀처럼 저도 그날이 또렷이 기억납니다. 같은 날 유가족 간담회도 진행하셨는데요. 유가족분들 입장에서는 시간이 멈춰 있는 듯한 느낌일 텐데요. 결국 핵심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고 봐야겠죠?
◆ 신윤실: 네, 맞습니다. 12년이 지났어도 유가족들이 거리에서 외치는 핵심은 명확해요. '왜 구하지 않았는가', '왜 침몰했는가'에 대한 온전한 답을 얻기 위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자료들을 명명백백히 밝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과에 따라 합당한 책임을 묻는 것이죠. 납득할 만한 규명이 안 됐으니 시계가 그날에 멈춰 있을 수밖에요. 간담회 때 한 유가족분이 시민들께 "함께해달라, 힘내달라"고 하시면서도 정작 본인이 "참 면목이 없다"고 표현하시는데, 그게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 대전준비위원회 제공◇ 권오철: 벌써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달라졌다고 보시는지, 또 여전히 부족한 지점은 무엇인지 짚어주시죠.
◆ 신윤실: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 가치'라는 인식은 많이 확산된 것 같아요. 그런데 국가 시스템이 그 인식을 못 따라가고 있습니다. 세월호 진상 규명이 제대로 안 되니까 이후 참사가 반복되어도 똑같은 양상으로 흘러가는 거죠. 책임 회피에 급급한 상급자들, 우리한테 너무 익숙하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생존자나 피해 가족들의 트라우마 지원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예요. 근본적으로 진상 규명과 처벌이 안 된 이유가 크다고 봅니다.
◇ 권오철: '세월호를 기억하지 않는 사회는 또 다른 참사를 맞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기억하지 않으면 반복된다는 의미인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 신윤실: 세월호를 제대로 갈무리하지 못했기에 이후 참사들 앞에서 많은 국민이 무기력감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10.29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최근 대전의 안전공업 화재까지… 뉴스에 꼭 나오는 말이 "막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참사를 기억하고 교훈 삼는 사회는 빈틈을 메꾸며 안전해지겠지만, 기억을 외면한 결과 우리 사회가 비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 권오철: 말씀하신 이태원 참사나 최근 지역 산업재해까지 보면, 이런 비극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 신윤실: 책임지지 않는 권력, 그리고 사람보다 이윤이나 효율을 앞세우는 행정 때문이라고 봅니다. 사람 목숨값이 기업의 이윤보다 싸다고 생각하는 안일함이죠. 늘 '사후 약방문'에 '솜방망이 처벌'이나 '꼬리 자르기'로 끝나잖아요. 암에 걸리면 뿌리를 뽑아야지 진통제만 쓴다고 낫습니까? "규제하면 기업 운영 못 한다"는 식으로 애써 감춰왔던 것들이 결국 국민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 권오철: 준비위원회에서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과 함께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신윤실: 가족들이 가장 원하는 건 감춰진 국가기관의 비공개 자료 공개입니다. 당시 유가족 사찰 기록이나 대통령 기록물로 봉인된 자료들이 온전히 공개되어야 진상을 밝힐 수 있거든요. 문재인 정권 때부터 요청했고 공개하겠다고도 했지만, 데이터가 너무 제한적입니다. 12년이나 끄는 이유가 뭔지 계속 묻고 있습니다. 또 '생명안전기본법'은 재난 피해자의 권리를 명문화하고, 독립적인 조사 기구를 상설화하는 법적 근거가 되는 법이라 꼭 필요합니다.
◇ 권오철: 정권이 바뀐 이후 체감하시는 변화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신윤실: 이재명 정부가 유가족 이야기를 듣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는 모습 자체는 긍정적으로 봅니다. 하지만 정보 공개나 제도적 안전망 수립 측면에서는 아직 과정 중에 있는 것 같아요. 그 과정이 늦춰지지 않고 빠르게 진행되기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습니다.
◇ 권오철: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전시장과 교육감 후보들에게 정책 질의서를 보내셨다고 들었습니다.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안전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 신윤실: 생명과 안전은 가장 기본적인 민생입니다. 화려한 개발이나 선심성 공약보다 '내 가족이 대전 어디서든 안전할 권리', '일터에서 무사히 퇴근할 권리'를 누가 진정성 있게 고민하는지 봐주셨으면 해요. 안전을 비용으로 보지 않고 지방 정부의 기본 철학으로 다루는 후보를 살펴봐야 합니다.
◇ 권오철: 최근 대전에서도 산업 현장 화재로 안타까운 일이 이어졌습니다. 지역 차원에서 당장 바뀌어야 할 부분,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신윤실: 대전 산단 화재들을 보면 노동자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무대책이 재난을 키운 겁니다. 법은 있지만 현장엔 닿지 않죠. 이걸 기업에만 맡기지 말고 행정이 개입해 전수조사하고 환경 개선을 강제해야 합니다. 또 노동자와 시민이 점검에 직접 참여하는 '거버넌스'가 구축된다면 실질적인 '대전형 생명 안전 정책'이 마련될 수 있을 겁니다.
◇ 권오철: 후보들에게 보낸 질의서 회신 상황도 짧게 짚어주시죠.
◆ 신윤실: 교육감 후보님들은 한 분 빼고 다 답변이 왔고요, 대전시장 예비 후보님들은 현재 한 분 들어와 있습니다. 12일까지 답변을 받기로 했으니 기다려보고 시민들께 발표할 예정입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 대전준비위원회 제공 ◇ 권오철: 이번 주 토요일에 예정된 '기억 다짐 문화제'와 시민 참여 프로그램, 소개 부탁드립니다.
◆ 신윤실: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에서 행사가 열립니다. 3시부터 4시까지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스탬프 투어 부스가 운영되고요, 4시부터는 문화제가 진행됩니다. 주말이고 야구 경기도 있어서 혼잡할 것 같으니 안전에 유의해서 많이 찾아와 주시면 좋겠습니다.
◇ 권오철: 끝으로 시민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 신윤실: 사회적 참사는 특정 누군가의 불행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상처입니다. 자리에 함께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유가족께는 큰 힘이 되고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동력이 됩니다. 2014년에 했던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권오철: 세월호를 기억하는 일은 과거를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우리의 안전을 묻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번 주간을 통해 많은 분이 그 의미를 되새기길 바랍니다. 위원장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신윤실: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