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 와이즈먼 사령관이 '아르테미스 2호' 창문을 통해 지구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달 탐사선 '아르테미스 2호'가 달의 중력권에 들어갔다. 7일 오전(우리 시간)에는 달 뒤편 지구에서 40만6773㎞ 떨어진 지점까지 간다. 인류가 지구에서 가장 멀리 날아간 1970년 아폴로 13호의 기록을 깬다.
아르테미스 2호가 사람을 태우고 달에 도달한 것은 54년 만이다. 1961년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소련에 뒤처진 우주 경쟁 판도를 뒤엎고자 유인 달 탐사 계획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아폴로 11호 닐 암스트롱을 시작으로 6차례에 걸쳐 인간이 달에 발자국을 남겼다. 1972년 아폴로 17호는 마지막으로 달에 착륙했다. 대원들은 달 표면에 약 75시간 동안 머물며 월면차(Lunar Rover)를 타고 약 35㎞를 이동하며 달 암석과 토양 샘플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왔다. 그리고 지구의 완전한 구형 모습을 담은 컬러 사진 '블루 마블(The Blue Marble)'을 촬영했다. 인류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지구의 아름다움을 목도하게 한 유명한 사진이다.
미국 달 탐사 우주선에 붙은 이름 아폴로와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이다. 둘은 쌍둥이 남매이다. 아폴로는 태양의 신이지만 달 탐사 프로젝트의 이름이 됐다. NASA의 한 실무자가 거대한 불꽃을 내뿜으며 우주로 향하는 로켓이 아폴로 신의 황금마차와 닮은 것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 NASA는 반세기 만에 재개된 달 탐사 프로젝트를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라고 명명함으로써 제 이름을 찾아줬다고 볼 수 있다.
아폴로 계획이 미지의 세계인 달을 탐험한 것이었다면 아르테미스는 달 세계를 인류의 영역으로 포함시키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달을 전초 기지 삼아 화성 등 심(深)우주(Deep Space)로 나아가려는 거대한 프로젝트이다.
아폴로 계획을 통해 달 표면을 밟은 12명의 우주 비행사는 모두 백인 남성 미국인이었다. 하지만 아르테미스 2호에는 최초의 여성과 흑인, 캐나다인 우주 비행사가 탑승하고 있다. 인간 세계의 다양성을 달 세계에도 투사하고 있는 것이다.
아르테미스 2호는 98m 높이의 우주발사시스템(SLS)과 유인 캡슐 오리온으로 구성됐다. 4명의 우주 비행사는 오리온에 탑승해 있다. 별자리 이름으로 친숙한 오리온은 아르테미스가 사랑했던 사냥꾼이다. 이들의 사랑을 탐탁지 않아했던 아폴로는 먼 바다에서 헤엄치던 오리온의 머리를 과녁으로 지목해 아르테미스를 도발했고 사냥의 여신이기도 한 아르테미스는 즉시 활을 쏘아 명중시켰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르테미스는 연인을 하늘로 올려보내 별자리로 만들었다. 비극의 연인은 인류의 미래를 위해 달 하늘을 함께 비행하고 있는 셈이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2022년 마네킹 3개를 태우고 달을 다녀온 1호를 시작으로 2호의 유인 비행에 이어 2027년~2028년 달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72년 아폴로 17호의 지휘관 유진 서넌이 달 표면을 떠나면서 남겼던 "신의 뜻에 따라 인류의 평화와 희망을 가지고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약속을 위해 아르테미스와 오리온 두 연인은 40만㎞ 이상 떨어진 달의 뒤편을 날고 있다.
2023년 5월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국내 처음으로 실용 위성을 탑재한 누리호(KSLV-Ⅱ)가 우주로 향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우리도 달 탐사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2030년 초에 달에 착륙하는 게 목표이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에서 우주항공청의 '소형 달 착륙선 개발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르테미스 2호가 싣고 가서 2일 오후 우주로 사출한 한국 큐브위성 'K-라드큐브'는 정상 교신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낙담할 필요는 없다. 민간 기술의 우주 분야 참여가 더욱 확대되는 중요한 계기가 됐음에는 틀림없다. 아폴로와 아르테미스, 아르테미스와 오리온처럼 우리의 연오랑과 세오녀가 달을 향해 날아가는 광경을 꿈꿔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