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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계엄요건 강화 개헌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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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계엄군이 서울 여의도 국회 경내로 진입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계엄군이 서울 여의도 국회 경내로 진입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2024년 12월 3일 낮과 밤의 기억은 대조적이다. 그날 낮의 기억은 없다. 특별한 일도, 사건 사고도 없는 다람쥐 바퀴같은 평범한 낮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날 밤의 기억은 시간 단위를 넘어 분 단위로 또렷하다. 밤 10시 37분에 윤석열의 계엄 선포 사실을 알았고 가족들과 친인척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니 밤 10시 39분쯤. TV를 켜 가족들과 계엄 선포 사실을 재확인하고 회사로 출발한 시각이 밤 10시 45분쯤. '회사 가느냐'고 물어보던 아들의 불안한 얼굴도 여전히 생각난다. 다음 날 동료들과 계엄의 시대착오성을 얘기하며 먹었던 점심 메뉴와 찻집에서 흘러나오던 노래 제목까지 기억한다. 장기 기억은 강해지고 단기 기억은 약해진다는 나이에 근접했건만 그날 밤의 기억이 여전한 것은 그 때의 계엄 선포가 피땀으로 겨우 일군 한국의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허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12.3 내란 계엄의 기억은 공유된 기억이다. 국회 담장을 넘던 국회의원들과, 온몸으로 군의 장갑차량을 막았던 시민들과, 가슴 졸이며 이를 실시간으로 지켜봤던 온 국민들과, 윤석열 탄핵을 8대 0으로 결정한 헌법재판관 모두와 공유한 기억이다. 심지어 계엄 현장에 투입된 군인들과 경찰도 그날 밤의 기억을 쉽게 지우지 못할 것이다.
 
사진공동취재단사진공동취재단
이처럼 또렷한 기억에도 윤석열 계엄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은 흐릿했다. 지귀연 재판부는 지난 2월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서 12.3 계엄 선포 그 자체에 대해서는 '사법 심사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귀연 재판부는 '대통령이 비상계엄의 요건을 갖췄는지에 대해 나름의 판단을 해 이를 선포하는 것은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 행위에 해당하는 바, 법원이 그 실체적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에 대한 대통령 나름의 판단을 사후적·객관적으로 심리해 내란죄 성부를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절차를 어긴 계엄이라도 대통령의 정치적 행위인만큼 사법적 판단을 자제해야 한다는 말이다. 전두환 때도 사법부는 그랬다. 지난 1997년 대법원은 전두환의 12.12 및 5.17 군사 반란 재판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계엄선포 요건 구비나 부당성 여부를 판단할 권한이 사법부에는 없다'고 결론내렸다.
 
'망령'에 사로잡힌 대통령이 헌법에 규정된 요건도 갖추지 않은 불법 계엄을 선포했는데 사법부는 '어쩔 수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은 셈이다.
 
이처럼 행정부와 사법부가 반민주적 범죄 행위를 옹호 내지 방관한다면 이를 막을 방법은 국민 주권을 강화하는 수 밖에 없다. '계엄 방지' 개헌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 3일 국민의힘을 뺀 여야 의원 187명은 계엄 요건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개헌안을 발의했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더라도 국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개헌안에 따르면 계엄 선포 48시간 이내에 국회 승인을 얻지 못하거나 재적 의원 과반수의 해제 의결이 있으면 계엄은 효력을 잃는다. 개헌안은  6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조만간 공고될 예정이다.
 
이번 개헌안은 논란을 일으킬 내용이 아니다. 계엄 요건 강화 외에 헌법 전문에 부마 민주항쟁과 5.18 정신을 수록하고  균형 발전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국민 대다수가 동의해온 부분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개헌 발의 형식과 시기 등을 문제삼아 이번 지방선거에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하는 방안을 반대하고 있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국민의힘 의원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계엄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혀왔다. 국민들은 이 말이 진심이었는지 개헌안 논의 과정에서 확인할 것이다. 그리고 투표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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