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했던 발전소 공격 계획을 5일간 유예한다고 밝히며 이란과의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종전과 확전의 갈림길 속에서 우리 정부는 미국에 공조하면서도 이란과의 고위급 채널을 가동하는 투트랙 대응에 나섰다.
이란 외교장관과 통화…내부서 "군함 파견 현실성 떨어져"
연합뉴스2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동맹 미국과의 공조체제를 우선하되 이란과의 소통채널도 함께 가동하는 개별 대응을 유지하고 있다. 조현 외교부장관은 전날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과 전쟁 발발 이후 첫 통화를 가졌다.
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란 측에 우리 국민에 대한 안전 보장과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 안전 보장을 촉구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번 통화는 이란과의 소통 채널을 열어뒀다는 의미가 크다. 당장 이란 내에 우리 교민 40여명이 남아 있고 호르무즈 해협에도 우리 선박과 선원들의 발이 묶여 있다. 에너지 수급의 불안정성을 감안하면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을 닫아선 안 되는 처지다.
한편 정부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거세게 요구했던 호르무즈 해협 지원 방안 중 '군함 파견'은 후순위로 밀어두는 모양새다. 일본이 미일정상회담 후 호르무즈 자위대 파견을 부인하는 등 다른 국가들이 파병 난색을 표하는 것 또한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이 됐다.
한 외교소식통은 "만에 하나 군사적 지원을 하더라도 종전이 되었을 때를 가정해 논의할 수 있을 텐데, 그 중 기뢰 제거 등을 위한 군함 파견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짚었다. 소말리아 아덴만에 파견된 청해부대는 기뢰 대응 능력이 없고, 해군이 보유한 기뢰 제거용 소해함은 소형이어서 먼 바다로 나가는 원양(遠洋)작전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지원 대신 美에 명분 쥐어주는 이란 규탄성명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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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규탄성명에 참여하는 등의 외교적 압박으로 미국과의 공조를 이어가고 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22일(현지시간) 나토 회원국, 한국, 일본 등 22개국이 전쟁 발발 후 이란이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재개를 결집할 것이라며 미국을 지원할 뜻을 밝혔다. 그는 "너무 오래 협상만 하다가는 문제 해결을 위한 결정적 시기를 놓칠 수 있다"며 북한의 사례를 들어 미국의 이란 선제타격을 옹호하기도 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명분 없는 전쟁'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의 핵 능력 저지를 위해 미국이 선제타격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지를 보낸 셈이다.
연쇄 통화 이어 G7외교장관회의서 결집
중동상황에 대해 독자대응이 아닌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는 기류를 명확히 하는 것 또한 특징이다.
조 장관은 최근 일부 출장 일정까지 조정하면서 중동상황 공동대응을 위해 주변국과의 고위급 채널 가동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당사국인 미국과 이란뿐 아니라 프랑스, 오만, 카타르, 네덜란드,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외교장관과 연달아 통화하며 중동 정세를 논의하고 있다.
오는 26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외교장관 확대회의에서도 중동상황에 대한 각국 외교장관들의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쟁 상황으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의 참석이 유동적인 가운데, 외교부는 한미·한미일 외교장관회담 외에도 상당수의 양자회담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