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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봉투 사재기까지…중동發 석유화학 불안심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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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투 사재기에 자동차 부품난 우려도 슬금슬금
'산업의 쌀' 나프타 고갈에 번지는 셧다운 공포
정부, 전쟁 양상별 수요 관리책 마련 분주
석화업계에선 낙관론과 현실론 엇갈려
고가 원료 도입 필요성 두고 '진퇴양난'

24일 중동 사태에 따른 폴리에틸렌 등 원료 수급 불안 영향으로 최근 일시적으로 인원 감축 운영에 들어간 경기 안산시의 한 비닐봉투, 종량제 봉투 제조 공장 내 가공 작업대의 불이 꺼져있다. 연합뉴스24일 중동 사태에 따른 폴리에틸렌 등 원료 수급 불안 영향으로 최근 일시적으로 인원 감축 운영에 들어간 경기 안산시의 한 비닐봉투, 종량제 봉투 제조 공장 내 가공 작업대의 불이 꺼져있다. 연합뉴스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나프타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가동률을 최저 수준으로 낮추면서 산업용 부품은 물론 일상생활용품 공급망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공포심도 커지고 있다.

당장 자동차 내·외장재와 타이어 등 부품 납품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종량제 봉투·포장재 사재기 움직임도 심심찮게 포착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비축유 방출과 수요 관리 등 '전시 상황'에 준하는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현장에서는 "비상 상황은 맞지만 아직 생산 여력이 있다"면서도, 전쟁 장기화 여부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수요 관리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동률 60%…석화업계 마지노선 버티기

연합뉴스연합뉴스
2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LG화학(여수 2공장)을 비롯해 롯데케미칼 등 주요 업체들이 공장 가동률을 60~70% 수준으로 낮추며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이미 여천NCC가 불가항력(제품 공급 차질)을 선언한 가운데 한화솔루션과 롯데케미칼 등도 일부 고객사에 불가항력 발생 가능성을 사전 통지하며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23일부터 연간 80만 톤(t)의 에틸렌 생산 능력을 갖춘 여수 2공장의 셔터를 내렸다. 여천NCC 역시 가동률 하락에 따른 생산량 조절을 위해 올레핀 전환 공정 운영을 중단했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 등도 가동률 하향 조정과 함께 정기보수 시점을 앞당긴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기계적 특성상 가동률이 50% 중반 밑으로 떨어지면 효율이 급락하고 설비 손상 리스크가 커져 사실상 60%가 마지노선"이라며 "현재는 재고를 조금씩 넣어 가동 시간을 최대한 늘리는 저율 가동 상태"라고 설명했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는 비닐, 가전, 타이어, 자동차 내외장재 등 현대 산업 전반에 쓰이는 기초 소재다. 이 공급줄이 끊기면 산업 생태계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

무엇보다 나플렌 분해 과정에서 생산되는 에틸렌이 끊기면 하방 산업까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에틸렌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자동차 산업은 직격탄을 맞는다. 에틸렌 기반 플라스틱과 합성고무는 차량 경량화와 소음 개선을 위해 내·외장 부품 대부분에 쓰이기 때문이다. 타이어는 물론 범퍼, 도어트림, 엔진룸 호스 등 핵심 부품의 생산 중단은 곧 완성차 생산 중단으로 이어진다.

다만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타격은 조금 있지만 타이어와 부품들은 보통 두 달 치 재고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전쟁 여파는 중·장기적으로 이어지지만, 안전공업 화재로 당장 해외 공장에서까지 긴급 조달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안전공업 대전 문평공장 화재 여파를 더 우려했다. 해당 공장은 엔진용 흡·배기 밸브를 공급하는 핵심 거점으로, 화재 여파로 인해 현재 해외 공장에서 부품을 긴급 조달하는 비상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생활에 퍼지는 '4월 위기설'…진화 나선 정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동 상황에 따른 에너지 절약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중동 상황에 따른 에너지 절약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4월 위기설'에 따른 공포는 실생활로도 번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종량제 봉투와 식품 포장재 사재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전날 취재진이 편의점, 마트 등을 찾은 결과, 일부 지점에서는 "종량제 봉투와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미리 사려고 들렀다"는 시민들이 있었던 반면, "종량제 봉투 관리도 못하면 그게 나라냐"면서 굳이 사두지 않겠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에 정부는 이른바 '4월 위기설' 잠재우기에 나섰다. 우선 민간 재고가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는 4월 중순부터 비축유를 본격 방출할 방침이다. 또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도입하기로 한 원유 2400만 배럴 중 400만 배럴을 3월 말과 4월 1일 두 차례에 걸쳐 선제적으로 들여오고, 나머지 물량도 4월 초중순부터 순차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수요 관리를 하면서 정부 비축유 1억9천만 배럴(208일치)과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긴급 조달하는 원유, 스팟성으로 확보할 수 있는 물량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한다"며 "전쟁 전개 양상에 따라 2개월, 4개월 등 기간별 시나리오를 세워 수요 관리 대책을 패키지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주 중 나프타 긴급 수급 조정 조치를 시행한다. 조치가 시행되면 정유 및 석화 업체는 생산량과 비축량을 정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하며, 정유사의 나프타 수출도 제한된다.

4월은 버틸 수 있다? 낙관 속 위기설 계속

서울 시내 종량제봉투 자판기. 연합뉴스서울 시내 종량제봉투 자판기. 연합뉴스
석유화학 업계 내부에서는 마냥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목소리와 함께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하는 우려가 공존한다. 전쟁이 4월 이후에도 이어진다면 조금씩 원유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유지가 어렵겠지만 당장 다음 달까지는 정부 비축분과 기업별 재고 관리로 버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저율 가동을 하면서 최대한 오랫동안 버텨보겠지만 나프타 가격 자체가 계속 올라가면서 공급이 되지 않으면 결국 공장 가동을 완전히 멈춰야 한다"며 "대체 원료를 찾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북미·아프리카를 통해 비싼 값을 주더라도 원유를 확보할 수는 있지만 운송 기간이 중동에서 수입하는 것과 비교해 두 배 가량 걸리고, 그 사이 전쟁이 끝날 수도 있는 만큼 쉽사리 결정할 수 없다는 후문이다.

반면 미국이 이란산 원유 제재를 30일간 한시적으로 완화하면서 좀 더 오랫동안 버틸 수 있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또다른 관계자는 "전쟁 전에도 100% 가동을 하고 있던 게 아니기 때문에 실제 가동률은 10% 정도 줄은 것"이라며 "일부에서는 사재기 현상도 나타나고 있지만 보통 2개월 정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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