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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소원 문턱 높았다…'명확한 기준' 속 권리 구제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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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재판소원 첫 사전심사서 26건 각하…전원부 회부 '0건'
요건 강화 자칫 자의적일수도…헌재 '문턱 설정' 시험대

연합뉴스연합뉴스
재판 결과에 불복해 헌법재판소 판단을 다시 구하는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된 이후, 헌재가 처음으로 사전심사 결과를 공개했다. 아직 심사를 통과해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이 없을 정도로 엄격한 문턱이 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려했던 소송 남발을 방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엿보이는 가운데, '기본권 구제'라는 제도 취지를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절차 요건 중심 판단…재판소원 문턱 확인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연합뉴스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연합뉴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 지정재판부는 전날 재판소원 153건 가운데 26건을 각하했다. 사전심사는 청구 요건 등 절차적 적법성을 따지는 단계로, 이를 통과하지 못하면 본안 심리에 들어갈 수 없다. 이번 결과는 상당수 사건이 '입구 단계'에서 걸러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각하 사유는 비교적 명확하다. 상고 등 기존 구제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판결 확정 후 30일의 청구기간을 넘긴 경우,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은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헌재는 특히 '법원에 의한 기본권 침해'가 구체적으로 소명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순히 판결이 부당하다는 주장이나 사실 인정·증거 평가를 다투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는 재판소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보충성 원칙 역시 엄격히 적용됐다. 납북 귀환 어부 유족 사건은 상고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하됐고, 소액사건이라는 사정도 예외로 인정되지 않았다. 청구기간도 예외 없이 적용돼 제도 시행 이전 사건이라도 30일을 넘기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독일처럼 '요건 강화' 가능성도…권리 구제 관건

연합뉴스연합뉴스
현재 재판소원 사건 증가 속도는 가파르다. 재판소원 접수는 시행 직후 일주일 만에 100건을 넘긴 데 이어 최근에는 150건을 넘어섰다. 헌재는 재판소원 도입으로 한해 1만건에서 1만 5천건의 사건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재판소원 제도의 모델로 거론되는 독일 역시 도입 초기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는 것이다. 사건이 급증하면서 헌법재판소의 부담이 커졌고, 결국 사전심사를 통해 사건을 걸러내는 구조를 강화했다.
 
문제는 사전심사의 성격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헌법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선별한다는 취지였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보충성 요건과 이유 제시 등 적법요건을 엄격히 적용해 사건을 줄이는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 사건 부담을 줄이는 데는 효과를 거뒀지만, 권리 구제 기능이 약화됐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사전심사 단계에서 탈락한 사건의 판단 기준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으면서, 어떤 기준으로 사건이 걸러졌는지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고 재판관 판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의성 논란이 이어졌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판 과정의 불만이 헌법 문제로 전환되기 쉬운 구조를 고려하면, 재판소원 증가세는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 구조적 흐름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독일의 사례처럼 헌재도 사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건을 걸러내는 구조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관건은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사전심사 기준을 설정하면서도, 권리 구제 기능을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문제 의식은 지난 20일 헌재 내부 발표회에서도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김진한 변호사는 사전심사 운영 방향과 관련해 "지정재판부 중심 구조이지만, 운영은 전원재판부를 지향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다양한 관점이 반영될수록 자의적 판단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조계에선 재판소원 사건 범위의 적절한 설정과 재판관 확대 및 사건 분산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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