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검사를 검객에 비유하는 건 칼자루를 쥔 사람이기 때문이다. 칼을 잘 쓰면 정의의 칼이 되지만 잘못 쓰면 멀쩡한 사람 죽이는 칼로 바뀐다.
제 20대 대통령에 당선된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은 2022년 3월 10일 당선 인사에서 "이 나라의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라는 개혁의 목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정부 검찰에겐 '공정과 상식'이 '정적 제거'의 메시지로 발신된 듯 보였다.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백현동 개발 특혜의혹 등 사건 수사가 여러 기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정부 출범 넉달 만에 검찰은 이재명 당시 제1야당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각 지역 검찰이 8개 사건 12개 혐의로 이 대통령을 기소할 정도로 검찰의 칼을 한 사람을 겨냥해 전방위로 행사했다. 이런 식의 검찰권 행사는 형식적으로만 놓고 봐도 상식과 공정에서 거리가 멀다.
두 얼굴을 지닌 검찰은 '조직보호' 문제와 만날 때 돌변했다. 마피아도 아닌데 조직보호를 위해선 똘똘 뭉쳤다. 내부자를 수사할 때엔 한없이 관대했고, 손에 쥔 칼은 무뎠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황진환 기자
김학의 법무차관 별장 성접대 사건 무혐의 처분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찰은 피해자 진술과 동영상 분석을 거쳐 '동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 전 차관'이라고 확정 발표했으나 검찰은 1차 조사와 재조사에서도 무혐의 처분했다. 윤석열 정부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사건에 연루된 김건희씨에 대해 출장조사를 한 뒤 불기소처분했다.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검찰개혁은 칼자루를 바로 쥐는 문제에 관한 노력이다. 수사와 기소를 모두 쥔 양손에서 칼자루를 하나 회수해 다른 기관에 나눠줄 때 표적수사와 기소권 남용, 제식구 감싸기의 악폐가 사라질 것이라는 믿음이 배어있다.
공소청법과 중대범죄수사청법이 지난 주말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78년간 권력의 시녀이자 권력 그 자체로 군림했던 검찰청은 법 시행일인 10월 2일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공소청과 중수청이 그 자리를 채운다.
황진환 기자공소청은 기소만을 전담하고 권한남용 금지조항이 신설됐다. 또 탄핵 절차 없이도 검사의 파면이 가능해졌다.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은 행안부 장관 소속 기관으로 설치된다. 부패, 경제, 방위산업, 마약, 내란외환, 사이버범죄 등 6대 범죄 외에 법왜곡죄 사건이나 공소청·경찰·공수처·법원 공무원이 재직 중 저지른 범죄도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
한국 현대사를 어지럽힌 흑역사에서 보듯 검찰 개혁은 검찰이 스스로 불러들였다. 군사정권 유지를 위해 용공조작을 서슴지 않았던 부림사건과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 김학의 법무차관 불기소 등은 검찰의 대표적인 치부다. 권력과의 결탁과 검찰조직 보호를 위한 검찰권 남용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했다.
이밖에 22일에는 '윤석열 정권 시절 검찰의 조작기소 의혹에 관한 국정조사 계획서'도 국회 본회의에서 채택됐다. 이로써 대장동 개발비리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등 윤석열 정부 당시 검찰이 이재명 현 대통령을 겨냥했던 여러 의혹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가능해졌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류영주 기자검찰이 이 대통령을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한 사건과 관련,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구치소 접견에서 지인에게 "진짜로 돈 줬으면 줬다고 하고 싶다"며 검찰의 수사행태를 비판한 접견 녹취록이 법무부 진상조사로 드러난 걸로 볼 때 검찰의 피의자 회유와 증언 조작 등에 의한 검찰권 남용 실태는 명명백백히 밝힐 필요가 있다.
다만 개혁의 남겨진 초점은 권한 남용 방지와 범죄 대응력 확보일 것이다. 검찰 권력의 분산이 새로운 형태의 권력 집중으로 변질돼서도 안되고 수사력과 공소유지에 공백이 생겨서도 안된다. 또한 조작기소 의혹에 관한 국정조사가 공소취소를 위한 전단계라는 취급을 받으면 국민을 설득하기 힘들 것이다.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오직 진실을 밝히는 데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