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기후 환경 취재 전문가를 모시고 이야기 들어보는 월간기후스토리 준비돼 있습니다. 신규 원전 건설이 공식화되고 나서 울산과 영덕, 울진, 부산 등 여러 영남권 도시가 잇따라 원전 유치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입지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지역에 원전을 짓는 일, 과연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오늘은 원전을 둘러싼 지역의 진짜 목소리, 부산을 중심으로 들어보겠습니다. 부산일보 김백상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 김백상> 네, 안녕하세요.
◆ 홍종호> 멀리서 와주셨습니다. 최근에 지방선거 앞두고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는데요. 지역 유권자들이 에너지 전환 이슈에 굉장히 관심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거든요. 부산 지역, 특히 부산일보를 비롯한 지역 언론들은 에너지 전환, 재생에너지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 김백상> 저희가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일대가 세계 최대 원전 밀집 지역이잖아요. 그러니까 에너지 관련 이슈가 나오면 안팎으로 어떻게든 엮이는 이슈가 많습니다. 관련 보도도 많고, 기본적으로 지역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지 않겠냐는 식의 보도가 있는 편입니다. 게다가 항만 도시다 보니 바닷속 기후 변화가 육상보다 훨씬 빠르거든요. 그러다 보니 그런 변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를 종종 정기적으로 내고 있죠.
◆ 홍종호> 부산 시민들은 평균적으로 봤을 때, 지금 기자님 말씀하신 원전 이슈라든지 재생에너지 이슈라든지, 기후 문제로 인한 바다 생태계 얘기도 해 주셨는데요. 이런 것들에 대한 관심도를 언론인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로 보십니까?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영상 캡처◇ 김백상> 전국 평균이 50이다 하면 부산 시민들은 평균을 내보면 아마 50보다 훨씬 높게 나올 겁니다. 어쨌든 원전이 근처에 있기 때문에 친원전이든 탈원전이든 관심이 적을 수 없거든요. 그래서 관심은 높다. 다만 그 추이나 이런 건 계속 변동이 있고요.
◆ 홍종호> 네, 본격적으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부가 신규 원전 2기와 소형 원전, SMR로 잘 알려져 있죠, 이걸 건설하기로 하면서 오는 30일까지 지자체로부터 유치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부울경 지역, 특히 부산 기장군도 유치를 준비 중에 있는데요. 저는 서울에 거주한 지 오래됐는데, 중앙 언론하고 지역 언론은 에너지 이슈에 대해 목소리가 꽤 다르더라고요. 앞에서 전체적인 느낌을 말씀해 주셨습니다만 전반적으로 어떤 분위기입니까?
◇ 김백상> 일단 추세를 말씀드리면, 10년 전이랑 지금을 비교해 보면 원전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인 변화가 상대적으로 있는 편입니다.
◆ 홍종호> 10년 전에는 아무래도 후쿠시마 영향이 좀 있었겠죠.
◇ 김백상> 그렇죠. 후쿠시마 있었고 원전 납품 비리도 있고 해서 워낙 시끄러웠어요. 그래서 그때는 다들 탈핵으로 장기적으로 가야 되지 않겠냐 이렇게 동의하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반대입니다. AI 열풍 때문에 여기저기서 마치 전력이 많이 모자란 것처럼 그런 보도와 이야기가 많다 보니까 예전이랑 분위기는 다릅니다. 그런데, 이걸 가지고 친원전으로 바뀌고 있다는 건 아니고요.
지역 민심을 관통하는 딱 하나를 얘기하라고 하면 말할 수 있는 것은, 왜 부울경 지역이 수도권의 전력 문제를 해결해 주는 공장 역할을 해야 되냐. 왜 우리가 희생을 해야 돼. 이런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정서입니다.◆ 홍종호> 지금 말씀하신 민심, 저는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수도권 지역에 전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것이다. 이런 예상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왜 부산 지역 시민인데 여기서 전기 만들어서 저 멀리까지 보내는 전기 공급의 공장 역할을 해야 되는 거냐, 이 인식이 과거보다 많이 늘어났다고 보시면 되는 건가요?
◇ 김백상> 예. 최근에 지역별로 전기 요금을 다르게 하겠다는 얘기도 나오고 하면서, 일단 사람들 사이에 우리가 전기 공장인가 하는 의식이 점점 퍼지는 것 같기는 해요. 다만 그게 탈핵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거기에 상응하는 대가는 받아야 되지 않냐, 최소한 그거는요.
◆ 홍종호> 이런 인식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런 말씀이시죠. 그래서 최근에 여러 언론에서도 이른바 '지산지소'라는 표현을 많이 써요. 지역에서 전기 만들고 지역에서 소비하자. 그러면 지역에서 소비하려면 지역에 소비처가 와야 된다, 논리적으로 이게 나오게 되는 거죠. 이런 부분을 잘 짚어서 기사를 쓰셨는데, 부산일보 1면 톱 기사로 실린 것 같더라고요. 거기서 '수도권에 원전은 왜 안 되냐'라는 상당히 도발적인 질문인데요. 어떤 마음으로 기사 쓰셨습니까?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영상 캡처◇ 김백상> 일단 서울 같은 경우에는 전기 자급률이 10%가 못 되죠.
◆ 홍종호> 11% 왔다 갔다 합니다, 최근에요.
◇ 김백상> 그리고 부산은 170%에서 200%을 왔다 갔다 하고요.
◆ 홍종호> 맞아요.
◇ 김백상>
그 얘기인즉슨 지역이 서울이나 수도권에 전기를 많이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부산에 따지고 보면 원전이 10개가 있거든요. 지금 고리 1호기부터 4호기, 신고리 2개, 그리고 울산 울주군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붙어 있죠. 새울 4개. 그래서 10개. 해체하는 거 빼도 9개죠.
◆ 홍종호> 맞습니다. 새울은 2기는 이미 운전 중이고 2기는 현재 건설 중이죠. 총 10기, 1기는 해체 중, 그렇게 되죠.
◇ 김백상> 전 세계에 이렇게 원전을 모아놓은 데가 없는 데 말이죠.
◆ 홍종호> 경북 울진이 다 지으면 거기도 10개 됩니다. 양쪽이 지금 우리나라의 양대 산맥이에요.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영상 캡처◇ 김백상> 우리나라만 이런가 하는 문제의식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그 문제에 대해서, 옛날에 한수원 사장이 얼떨결에 그 속내를 직접 얘기한 적이 있어요.
◆ 홍종호> 그게 언제였죠?
◇ 김백상> 2012년도, 한 10년 전이죠. 그때 한수원 김 모 사장님께서 부산에 와서 기자회견을 했어요. 뭐 때문에 했냐 하면, 그때 정전 은폐 사고 의혹이 있어서 해명하는 자리였는데, 거기서 기자들이 질문을 했죠. 왜 수도권은 원전 안 짓냐, 우리만 지어야 되냐, 이러니까 사장님이 뭐라고 했냐.
수도권은 인구 밀집 지역이라서 어렵다고 얘기한 거죠. 그러니까 지역 사람들은 바로 난리가 났죠. 이건 망언이다 하고 들고 일어났는데, 딱 지역을 차별하는 뉘앙스가 깔려 있었던 겁니다.
그 발언의 저변에는 이런 생각이 있는 거죠. 원전은 사고가 나든 안 나든 불안한 감이 있고, 또 보는 것만으로 찜찜한 설비다. 그래서 중요하고 무서운 설비는 수도권 근처에는 두기 어렵다는 거죠.다들 무의식중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수도 한양을 아주 중요하게 여기니까 저런 설비는 아예 근처에 두지 않는다는 무의식이 깔려 있지 않을까. 그래서 계속 멀리 두려고 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기술적인 문제도 있지만, 과거 유럽 같은 경우에는 내륙에도 원전을 짓기도 했으니 가능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지금 아예 그런 생각 자체를 안 하니까 그 부분을 짚어봐야 하지 않나 싶었던 거죠.
◆ 홍종호> 수도권 원전은 왜 안 되냐는 질문을 던진 이 기사에 대한 부산 지역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 김백상> 원전 관련 기사 쓰고 나면 댓글도 많이 달리는데, 부산 사람들과 지역 사람들은 맞다 옳소 하고, 다른 사람들은 야 그게 말이 되냐, 이런 얘기도 많이 하더라고요.
◆ 홍종호> 어떻게 수도권에 짓냐, 땅값 비싼데, 그런 식으로요?
◇ 김백상> 지역은 대체로 다 공감하고 있습니다. 탈원전을 하자는 건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에 대한 대가는 받아야 된다는 거죠.
◆ 홍종호> 합리적인 요금 정책이라든지, 아까 말씀하신 지역별 차등제라든지,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
◇ 김백상> 물론 그렇다고 탈핵을 하면 안 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웃음)
◆ 홍종호> 네, 맞아요.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지금 정부에서 신규 원전, 대형 원전 1.4GW(기가와트) 규모를 추진하면서 원전 지역 주민들이 오히려 원전 유치를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어요. 현재 원전은 우리나라 총 4군데에 집중돼 있지 않습니까? 그 주변 주민들이 원전 유치에 찬성한다는 건데, 이건 어떻게 보십니까?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영상 캡처◇ 김백상> 조금 슬픈 이야기인데요. 부산만 생각해 봐도, 해운대라든가 서면 같은 도심에 원전을 짓는다면, 물론 불가능하겠지만, 주민들이 다 들고일어날 겁니다.
◆ 홍종호> 엄청 반대하겠죠.
◇ 김백상>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게 원전 유치로 받는 혜택보다 훨씬 클 거고, 근처에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키우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기존의 원전 지역은 부산 안에서도 저 멀리 있는 지역입니다. 전국적으로 보면 기존 원전 지역이라든가
지금 원전을 유치 희망하는 곳은 전부 다 아주 낙후되거나 인구 소멸 지역이라는 거죠. 그런 데는 원전 말고는 마을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아요. 그런데 이런 구도를 얘기하지 않고, 마치 주민들이 원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불합리한 것이 아닐까, 저는 그렇게 봅니다.◆ 홍종호> 굉장히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원전이 입주돼 있고 거기에서 여러 가지 보조금, 준조세 형태로 지역에 재원을 제공해 주는 것들이 있지만, 이게 사실은 왜 처음에 그렇게 됐는가를 보면, 다른 대안이 없고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으니 입지가 된 건데, 그러다 보니 더더욱 다른 대안을 생각하기 힘든 상황으로 가는 거고, 그러다 보니 주민들이 어찌 보면 할 수 없이 찬성하는 면이 있는데, 이런 것들은 다 표면에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런 지적이신 것 같아요. 중요한 말씀입니다. 그렇게 됐을 때 SMR, 최근에 언론에 엄청나게 많이 등장하잖아요. 대형 원전은 다 많이 알고 있는데, 소형 원전은 뭔가 새로운 기대도 있고요. SMR 유치에 대해 부산 민심은 어떻습니까?
◇ 김백상> SMR 나오고 유치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지역 원전 주변 마을 사람들의 유치 의욕이 생각보다 강해요. 기장 쪽 말씀하는 거죠. 기장 전체라기보다는 원전이 있는 지역에 계신 분들이, 이장님이 관공서를 찾아가서 꼭 유치해 달라고 힘써 달라 하고, 현수막도 걸고요. 생각보다 강한데, 어떻게 보면 절박하죠. 그 절박함이 아까 말한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기존에 원전이 있는 지역은 원전 말고는 살기가 조금 어려워요. 원전 주변에 관광 산업을 하겠습니까? 농작물을 재배한들 원전 주변이라는 딱지가 붙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에 원전에 많이 익숙해져 있어요. 그래서 더 절박하게 이걸 원하는 건 아닌가, 그런 부분을 고려해 볼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대신에 수도권이나 도심은 원전이 멀리 있어서 안 보이고, 마을 사람들이 원해서 가져갔다는 구도가 돼 버리니 마음의 가책 같은 걸 느낄 필요도 없고, 그래서 원전 좋은 거 아니냐 이런 분위기가 되는 거죠.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영상 캡처◆ 홍종호> 게다가 첨단이라고 하니 기존의 대형 원전보다는 좋은 점이 많이 있지 않겠나 싶기도 하고요. 그런데 사실 SMR이 상용화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별로 없지 않습니까?
◇ 김백상> 지금 육상 SMR 원전이 어떤 형태가 될 건가 말해보라고 하면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죠. 아직 해본 게 없으니까요. 해보지 않은 길을 가야 되기 때문에, 나중에 유치는 했지만 상당 부분 차일피일 미뤄질 수도 있다는 걱정도 있습니다.
◆ 홍종호> 영남권 지역에서는 SMR 유치에 대해 여러 지역 주민들이 우리 지역에 해달라는 경쟁이 있는 상황인데요.
◇ 김백상> 그렇죠. 기존 원전 지역뿐만 아니라, 대구 같은 데서도 하겠다 했다가 내륙이라서 안 된다는 얘기도 있었고, 하여튼 열기는 뜨겁습니다.
◆ 홍종호> 신규 원전 건설이 결국 지역이 수도권을 위해 희생하는 구조로 귀결될 수 있다는 지역 민심도 말씀해 주셨는데, 그런 면에서 오늘 기자님이 먼 길을 오셔서 부울경 지역의 목소리를 이렇게 전해 주신 게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첫 번째 이야기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