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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국 야구, 20년 허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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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라는 이름의 퇴화 : 2026 WBC가 드러낸 시스템의 민낯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 도미니카공화국 준준결승전 모습. 연합뉴스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 대 도미니카공화국 준준결승전 모습. 연합뉴스
한국 야구의 방향성을 정할 때가 되었다. 연간 1200만 관중을 동원하는 국민 스포츠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2026 WBC는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첫째, 국제 수준과 관계없이 지금처럼 즐기는 스포츠로 남을 것인가. 둘째, 수준을 끌어올려 국제 무대에서도 통하는 야구로 국민에게 더 큰 자부심을 돌려드릴 것인가. 이 질문의 답은 너무나 명백하다. 한국 야구는 훨씬 더 진화해야 한다. 그것이 야구를 사랑하는 국민에게 야구인 모두와 후원 기업들이 돌려드려야 할 사명이다. 우리와 신체 조건이 다르지 않은 일본이 WBC 2연패를 달성한 사실은 이 문제가 선천적 한계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2026년 3월, 마이애미가 그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한국은 도미니카공화국에 0대 10, 7회 콜드게임으로 무너졌다. 17년 만의 8강이라는 안도는 단 한 이닝도 버티지 못했다. 더 아픈 것은 이 패배가 낯설지 않다는 사실이다. 2013년, 2017년, 2023년, 그리고 2026년. 우리는 매번 탈락했고, 매번 반성했으며, 매번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번엔 부상자 탓을 했다. 지난번엔 감독 전술이 문제였다고 했다. 그러나 그 어느 때도 우리는 진짜 질문을 꺼내 들지 않았다. 왜 KBO에서 통하던 공이 국제 무대에서는 아무 위협이 되지 못하는가. 왜 우리의 투수는 1, 2이닝 만에 무너지는가.

17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시범경기. 2회 말 팬이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17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시범경기. 2회 말 팬이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답은 선수가 아니라 시스템에 있다. KBO는 외국인 선수를 3명으로 제한한다. 겉으로는 국내 선수 보호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외국인 투수가 2명뿐이니 타자는 155킬로미터 이상의 직구를 매일 상대할 기회가 없다. 외국인 타자가 적으니 투수는 최상급 타격을 상대할 이유도 없다. 리그 전체가 낮은 수준에 서로 맞춰가며 우물 안 생태계로 고착된 것이다. 타격이 성장해야 투수가 진화하고, 투수가 진화해야 타격이 성장한다. KBO는 그 상호 진화의 고리를 제도적으로 끊어버렸다. 선수가 나태한 게 아니다. 나태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리그를 우리 스스로 설계해 놓은 것이다.

"KBO에서 통하는 공이 국제 무대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매 국제대회마다 증명됐다. 리그의 수준이 선수의 한계를 결정한다", "실제로 KBO 출신 한 메이저리거는 '한국 리그에서는 진짜 강한 공을 상대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일본을 보면 이 진단은 더욱 선명해진다. 일본 프로야구는 외국인 제한을 점진적으로 완화하며 리그 경쟁 강도를 높였다. 그 환경에서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이마나가 쇼타가 탄생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일본인 투수는 10명을 훌쩍 넘는다. 그들은 하늘에서 떨어진 재능이 아니다. 세계 수준의 타격을 매일 상대하며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선수들이다. 일본은 선수에게 경쟁을 줬고, 한국은 안전을 줬다. 결과는 20년이 증명했다.
 
경쟁 없는 보호는 보호가 아니다. 그것은 느리고 조용한 퇴화다. 1200만 팬들은 세계와 당당히 겨루는 한국 야구를 보고 싶어 한다. 그 기대에 응답하는 것이 야구인의 사명이고, 구단의 책임이며, 후원 기업의 의무다. 이제 선택해야 한다. 우물 안에서 편안히 머물 것인가, 문을 열고 세계와 경쟁할 것인가. 남은 것은 결단뿐이다.

오성 로즈니 스포츠 대표오성 로즈니 스포츠 대표
※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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